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폐기물이 보물이 되는 현장                                

 

연신내역에서는 역사에 함부로 버려진 무가지 신문을 더 이상 '버려진 폐지'로 부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환경 미화원들의 손을 거쳐 한 장, 한 장의 모인 폐지를 삶이 고달픈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휴지로 변하게 하는 마술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지하철 역사 청소를 하고있는 노동자들이 바로 그 마술의 주인공들이다.

 

승객들이 더럽힌 화장실을 청소하고, 무심코 뱉은 가래침을 닦으면서도 활짝 웃을 수 있는사람들. 지난 20일 그런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미화원 대기실(6호선 연신내역)을 찾았다. 마침 권미향 관리장의 안전교육이 있는 날이라 구산역·독바위역·연신내역, 세 역사의 환경 미화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한 직원은 "사장이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는데 그런데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위로요? 그거 우리가 받아요"
 

"가끔씩 비번인 사람과 오전 근무가 끝난 사람들이 모여서 인근의 중증장애인 시설을 찾아가곤 합니다. 가서 장애인들의 식사를 도와주는 일 등 여러 봉사활동을 합니다. 사실 우리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서 우리가 위로를 받고 있지요. 보답으로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심을 하고 의논했어요."

"아픈 마음을 닦아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의미로 휴지를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그 사람들 보다 몸이 건강한 것에 감사하고, 그 사람들에게 없는 가족이 있어서 감사하고, 봉사활동에 다녀오면 더 신명이 나서 폐지를 고르기도 한답니다."

 

그들은 "처음으로 지하철 청소를 시작하는 사람은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된다"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청소를 한다고 승객들에게 무시 당하거나 해도 해도 끝이나지 않는 청소일이 힘들어 그만두는 사람들도 허다하단다. 환경미화원들의 대다수가 50~60대의 여성분들이어서 힘이 들 텐데 "적응하면 이 또한 보람 있고 재미있는 일"이라 말하는 그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남을 도울수 있다는 보람

 

청소 과정에서 폐신문과 일반 폐지, 그리고 빈 깡통을 각각 따로 모아서 팔아도 사실 큰 돈이 되진 않는다. 그들에게는 업무량이 늘어나 부담이 되지만 기꺼이 그 일을 하고 있다. 세 역사에서 이렇게 폐품을 팔아 모이는 작은 돈은 장애인 시설에 보낼 생필품을 사기위해 쓰여진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가끔씩 모일 때마다 반갑고 행복하다고 한다.

 

권미향 관리장은 "평소에 찾아가는 중증장애인 시설에 내키지않는 마음으로 따라갔던 직원들도 이제는 그 일에 더 적극적이 됐다"고 말한다. 그들은 '평화로운 집'의 회보에 '휴지나 성인용 기저귀를 기증 바란다'는 글을 읽은 후부터 장애인시설 '평화로운 집'과 '자활의 집'에 휴지를 꾸준히 보내고 있다.

 

폐지를 모으고, 빈 깡통을 분리하는 일이 환경을 위하는 일인데도 그들은 거창하게 환경문제를 운운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행복을 위한 작은 일, 자신들의 수고스러움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일이 즐거울 뿐이다. 많이 배운 사람의 거창한 이론만이 환경을 살리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표정 속에는 '누구나 자신이 아는 만큼,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교훈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개인블로그,서울포스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6호선, #연신내,독바위,증산역, #권미향 관리장, #폐품, #미화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