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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붙어 있는 함양군수 후보자(위)들과 도의원 후보자(아래) 선거 벽보
 10.2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붙어 있는 함양군수 후보자(위)들과 도의원 후보자(아래) 선거 벽보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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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잘 모릅니더. 주변에서도 선거에 대해서는 아직 잘 이야기 안 한다 아입니꺼."
"누구 나왔는지는 잘 알고 있고, 다 거기서 거긴기라. 아직 누구 찍을지 정하진 않았지만 투표는 할 끼라."
"정당도 보고 인물도 보고 찍을 거지만 아직 결정은 안 했고 두고 볼 낍니더."

15일 오후 경남 함양읍 중심가에서 만난 군민들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 대해 아직은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하나같이 딱히 누구를 지지한다는 말을 듣기 어려웠다.

경남에서 유일하게 한나라당 5전 전패 

지리산 자락 경남 함양. 선비의 고장으로 알려진 이곳은 경남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오는 10월 26일 군수 재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 지역이 특이한 것은 한나라당 지지도가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이후 한나라당 소속 민선 군수가 단 한 번도 당선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5전 전패. 경남지역 시군 지자체 중 이상할 정도로 한나라당이 맥을 못 추는 지역이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하면, 가능성 높은 후보도 떨어졌고, 한나라당을 박차고 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어려울 것 같은 후보도 당선됐다.

2006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소속 이철우 후보는 현직 군수였던 무소속 천사령 후보에게 패배했다. 2010 지방선거 때는 역전됐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천사령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철우 후보에게 패한 것이다. 군수 선거에 있어서는 한나라당의 무덤과 같은 지역이다.

서울시장과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 비해 전국적인 관심이 덜하기는 하지만 이번 선거가 주목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김두관 도지사의 비서실장이 군수 후보로 출마해 경남 지역 민심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재선거에 군수 후보로 출사표를 올린 사람은 모두 4명. 한나라당 1명과 무소속 3명이다. 직전까지 군청 공무원으로 있었던 한나라당 최완식 후보와 김두관 지사의 비서실장을  그만두고 출마한 무소속 윤학송 후보, 도의원을 사퇴하고 군수 후보에 뛰어든 무소속 서춘수 후보, 지역 생활체육협회장으로 활동했던 무소속 정현태 후보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거 초반 판세는 한나라당의 우세다. <오마이뉴스>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10~11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 한나라당 최완식 42.3% ▲ 무소속 서춘수 33.1% ▲ 무소속 윤학송 15.3% ▲ 무소속 정현태 9.4% 순이었다.

취재 중 만난 한나라당 당원이 여의도연구소 조사 결과라며 보여준 내용도 비슷했다. 10월 9일자 조사 결과라는 자료에 따르면 ▲ 한나라당 최완식 39% ▲ 무소속 서춘수 28% ▲ 무소속 윤학송 16% ▲ 무소속 정현태 11% 순이었다.

"마음에 드는 후보 없으나 정당보다는 인물 보고 찍겠다"

10.26 재선거를 앞둔 함양군수 후보자들의 선거 운동 모습.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완식 후보, 윤학송 후보, 서춘수 후보, 정현태 후보
 10.26 재선거를 앞둔 함양군수 후보자들의 선거 운동 모습.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완식 후보, 윤학송 후보, 서춘수 후보, 정현태 후보
ⓒ 후보자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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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론조사 결과와 무관하게 군수 재선거를 보는 군민들의 마음은 복잡해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군민들은 속마음을 꺼내놓기를 꺼려했다. 속옷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남성의 말에는 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전 현직 군수가 뇌물혐의로 구속되고, 선거법 위반으로 다시 선거를 한다는데 한마디로 쪽팔린 일 아닙니까. 보궐선거도 아니고 재선거한다는 게 지역으로는 수치입니다."

그는 투표를 할 것이냐고 묻자 "관심이 없다"며 "시간되면 할 것이고 안 되면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에 드는 후보도 없다"고 밝힌 그는 만약 투표를 한다면 어떤 부분을 중요시하겠냐는 질문에 "예전부터도 당 보고 뽑지 않았다"며 "인물을 보고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양중앙시장 앞 노상주차장의 60대 관리원은 "후보자들 모두 학벌도 있고 능력도 있고 다 비슷비슷하다"며 그렇지만 "지지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여성은 "선거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다들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취재 중 점심식사를 위해 찾은 식당 여주인은 "정당을 보지 않고, 정책과 일 잘할 수 있는지만 판단해 뽑겠다"고 했지만 "아직 누구를 찍을지는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함양읍 중심인 동문사거리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비교적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나타냈다. 그는 "반드시 투표할 것이고 인물을 보고 찍겠다"면서 "호감 있는 후보도 있다"고 말했다. 정당에 대한 믿음보다는 인물을 지지하는 무당파라고 자신을 소개한 선거 분위기를 이렇게 전망했다.

"재선거를 치르는 것에 대해 주민들의 자존심이 상한 면이 많지만 투표율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 구도상으로는 한나라당 후보가 앞서는 것 같고, 서춘수 후보는 도의원을 사퇴하고 나온 게 큰 장애로 작용하는 분위기지요. 윤학송 후보의 김두관 지사 비서실장 경력은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습니다. 나도 김두관을 찍었지만 윤학송 후보에 대한 지지는 별개의 문제라 문제라 생각합니다."

20~30대, 이명박 실정에 짜증나 투표할 마음 없다

40~50대와는 다르게 드물게 만난 20~30대 젊은 층은 투표할 의지가 약한 모습이었다. 대부분이 선거에 관심이 없고 투표할 지 여부를 나중에 고려해보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올해 20살이라고 밝힌 김상엽씨는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지만 투표할지는 그날 가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투표율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나을 것이라며 선거에 관심이 많지 않은 젊은 층의 분위기를 전했다.

거리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도 "투표 안 할 것 같고, 누가 나왔는지도 크게 관심 없다"며 가던 길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부산에서 살다 고향인 함양으로 돌아왔다는 30대 남성의 말에는 도시와는 다른 농촌 젊은 층의 복잡한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워낙 실정을 거듭하니까 짜증나고 정치에 관심 갖기가 싫어요. 인물도 없고 신뢰할 만한 분들이 없네요. 그러니 투표고 뭐고 하기가 싫은 것이지요."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했다"면서도, "박근혜가 적극 나선다면 관심을 가질 생각도 있다"고 말하고, 친구들 생각도 비슷하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개선의 여지를 없애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옆에 있던 20대 여성이 답했다.

"선거에 참여하면 도시 발전이 돼야 하는데 그런 것을 전혀 못 느껴요. 길거리에 악취가 나는 것도 해결될 기미가 없고. 그리고 젊은 층의 일자리가 없어 취업문제가 중요하다 보니 다른 데 관심 갖고 싶지가 않아요."

그나마 투표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젊은 층은 아이와 함께 길을 가던 30대 여성 한 명 정도였다. 그는 후보자들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선거 구도에 대해 한나라당 최완식 후보와 무소속 윤학송 후보의 경쟁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부동층 많아 아직은 누구도 장담 못한다"

17일 함양읍 장날을 맞아 함양군수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한명숙 전 총리
 17일 함양읍 장날을 맞아 함양군수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한명숙 전 총리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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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 일간지의 함양 주재기자는 현재 지역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군민들 대부분이 말을 아끼는 분위기입니다. 양강 구도면 누가 낫다 안 된다 말하는데, 다자구도로 가다 보니 말을 못하는 것이지요. 막판까지 예측을 못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여론조사 10%p 차이는 충분히 뒤집힐 수 있는 수치기도 하고요."

그는 지역 특성상 30~40대의 투표 참여가 중요하지만 40대 중반~60대들의 투표율이 놓을 것이라며 투표율이 50% 미만이면 한나라당 후보가, 50% 이상이면 무소속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 강세지역이면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계속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군민들이 원하는 인물보다는 국회의원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천이 이뤄지다 보니, 번번이 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역 토박이로서 후보자별 특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한나라당 최완식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천사령 전 군수의 조직이 돕고 있습니다. 물론 본인은 부인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지요. 서춘수 후보는 경남도 농수산국장 시절 고향에 신경 많이 썼고, 지역 박사모에서 돕고 있지만, 도의원을 사퇴하고 나온 게 약점입니다. 윤학송 후보는 인물면에서는 앞서고 정책 선거로 가려 하지만 아직까지 지지율이 많이 나오지 않는 게 어려움입니다. 정현태 후보는 체육인들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들에 비교하면 약세라고 봐야죠."

또한 현재 여론조사에 대해 "부동층이 많아서 선거 2~3일 전 정도 돼야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도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를 20% 정도 앞섰으나 최종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며, 표가 어느 쪽으로 쏠릴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한명숙 전 총리의 지원 대결이 있은 17일 오후 전화 통화를 통해 현지 분위기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박근혜 유세 영향이 후보자별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박근혜 개인에 대한 호감도가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입니다. 박근혜는 모두가 좋아하지만 후보자 개개인에 대한 지지층이 다르거든요."

"한나라당 당원들도 생각이 각기 다르다"

함양군수 후보자들의 선거 현수막
 함양군수 후보자들의 선거 현수막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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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한나라당 당원은 "초반에 앞서고 있다고는 해도 내년 총선 역학관계 등이 있어 아직은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총선 출마를 생각하고 있는 후보들의 경쟁의식이 이번 선거에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역에서 현역의원 인기가 별로예요. 그런데 만일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면 5전 전패하던 곳에서 이겼기 때문에 총선 공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더구나 현역의원은 친이계라, 친박 쪽 당원들은 열심히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내년 한나라당 공천을 누가 받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서 행동하려는 분위기죠."

그는 "한나라당 조직력이 강한 곳이기는 하지만 당원들 생각은 각각 다르다"면서 "윤학송 후보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3명이 다 친여 후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함양군청의 한 공무원은 "직원들 분위기는 한나라당 후보보다는 무소속 후보들에게 마음이 많이 가 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후보가 최근까지 4급 주민생활지원실장으로 있었는데, 어제까지 동료로 있던 사람이 갑자기 군수로 오는 것에 대해 같은 급 실 과장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 지방선거 때 이철우 군수를 도왔다는 지역 인사는 무소속 후보의 가능성을 예상했다. 부동층이 일반적으로 야권후보에게 많이 왔다면서 윤학송 후보가 상승세를 타면 뒤집을 확률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철우 군수가 물러나기 전까지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을 실시했고 노인틀니 사업도 자비 부담이 없게 했다"며 윤학송 후보의 정책적 방향이 이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책적 호감이 인물에 대한 지지도로 연결돼 있지는 못하다"며 "후보자들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태그:#함양, #재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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