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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개관한 경기어린이박물관
 26일 개관한 경기어린이박물관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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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라희 호암 미술관장은 4일 오후 4시 어린이들의 호기심, 창의성, 실험정신을 증진시키기 위해 설립한 국내 최초의 비형식적 교육기관인 삼성어린이박물관 개관식을 갖는다." <1995년 5월 3일자 경향신문>

비형식적 교육기관이라 … 무척 낯설게 느껴지는 표현이다. 포털 백과사전이 잘 풀어놨다. '체험식 박물관', "눈으로만 감상하는 기존 박물관과는 달리 전시품들을 모두 직접 손으로 만지고 조작해보면서 어린이 스스로 탐색할 수 있는 학습 장소"란 설명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한국 최초의 체험식 박물관", 그 영광을 물려받을 '강자'가 떴다. 26일 개관한 경기어린이박물관, 독립형 어린이 전용 박물관으로는 국내 최초다. 규모에서도 연면적 1만677㎡, 지하 1층, 지상 3층 구조로 역시 국내 최대라고 한다. 이 화려한 수식어들을 28일 현장에서 확인해봤다.

슬근슬근 톱질에, 어여쁜 선녀 베틀

3층 '동화 속 보물찾기' 체험관. 이보다 편할 수 없다(^^)
 3층 '동화 속 보물찾기' 체험관. 이보다 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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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딱지의 정체! 코 안쪽은 코털이 있고 콧물로 촉촉이 젖어있어요. 먼지나 세균이 들어와도 이곳에서 걸러져요. 이때 콧물에 먼지가 달라붙어 뭉쳐진 것이 바로 코딱지랍니다. (자! 이제) 콧구멍에 공을 넣어보세요." (박물관 2층, '우리 몸은 어떻게' 체험관)

경기어린이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 역시 체험식 박물관이란 점이다. 1층부터 3층까지, 10개 체험관, 대부분 '전시물'이 아니라 '작동물'이다. 단순히 전시품을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 스스로 찾아다니며,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도록 해놨다.

3층 '동화 속 보물찾기' 체험관 풍경도 그래서 다양했다. 흥부 가족이 살았던 집으로 추정되는 방에 누워 있는 어린이들, 뭐하나 했더니 천장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을 보고 있다. '이보다 편할 수 없다'. 집 앞에서는 흥부 가족처럼 남자 어린이들이 "슬근슬근 톱질"에 한창이다.

'선녀 베틀'(선녀끼리 싸우는 배틀이 아니다 ^^)코너, "어여쁜 선녀님"처럼 베짜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바로 옆에서는 '선녀님' 옷을 서로 입으려는 어린이들끼리 아웅다웅 '배틀'이다. "아이들이 아주 좋아해요. 안 벗으려고 하더라고요. 인기가 아주 좋습니다", 체험관 자원봉사자의 '목격담'이다.

자율관람 어린이들, 얼굴은 '물 만난 고기'

박물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강과 물' 체험관
 박물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강과 물' 체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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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는 하루 평균 25명의 박물관 교사와 자원봉사자가 어린이들을 맞는다고 한다. 물론 모여 있는 아이들에게 일일이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교육적인'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말 그대로 '안내'와 '안전 지킴이'정도 역할로 최소화하려는 모습들이 완연했다.

박물관 2층 '우리 몸은 어떻게' 체험관에서 자원봉사 중이던 장은월(41·여)씨,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아이들이 직접 느끼는 방식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그만큼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도 줄어들지 않겠냐"며 "자율적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층 '한강과 물' 체험관, 어린이들 얼굴은 '물 만난 고기'란 말 그대로였다. 엄선영(45·여) 박물관 교사는 "아이들이 원래 물을 좋아하지 않느냐. 아주 많이 좋아하는 체험관"이라며 "더 신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일하는 선생님들도 즐겁다"고 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재활용 재료를 이용하여 미술 작품을 만드는 '에코 아틀리에(3층)', 다양한 의상을 입고 연극을 하거나 영상물을 관람하는 '미니씨어터'도 마련돼 있다. 건축 작업장(2층)에서는 안전모를 쓰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집짓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다문화 친구 체험, '내친소'도 돋보여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체험관 입구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체험관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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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이름은 정상호야. 태권도를 좋아해서 매일 태권도장에 간단다. 내 방에서는 인도네시아 장난감이랑 가믈란 악기를 볼 수 있어." … "안녕! 내 이름은 장은경이야. 주말에는 한국무용을 배우고 있는데, 일본 전통 춤을 배우는 것도 좋아해. 친구들아! 일본 화과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게."

특히 박물관 3층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의미와 재미를 잘 버무린 체험관이다. 다문화 친구 집을 방문하는 형태로 어린이들이 '같음'과 '다름'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놨다. 이를 위해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다문화 가정 어린이를 각 1명씩 선발해 근 1년 동안 '취재'를 진행했다고 한다.

경기어린이박물관 학예팀 유영주(42·여)씨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하고 노는지, 장래 희망은 무엇인지 등을 조사해 그 결과를 반영했다"며 "이를 통해 함께 살 비비며 사는 내 친구임을 인식시킴과 동시에, 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 차이도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친구들 이야기'는 또 있다. 박물관 곳곳에 놓여 있는 벤치 제작에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유씨는 "작가 4명과 어린이 90명이 4개 그룹으로 나뉘어 '내 이야기가 담긴 의자'나 '꿈꾸는 벤치'등을 주제로 벤치 40여 종을 제작·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와 함께 만든 박물관' … 어린이자문단 73명 참여

박물관 곳곳에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완충재'가 설치돼 있다. 오른쪽은 박물관 2층에 위치한 양호실
 박물관 곳곳에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완충재'가 설치돼 있다. 오른쪽은 박물관 2층에 위치한 양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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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을 만들고 보니까 힘들었지만 한 생명을 다시 태어나게 했다는 생각에 정말 보람을 느꼈다. 더군다나 박물관 개관에 이 인형들이 전시된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진 인형을 보고 아우인형 만들기 프로그램에 동참했으면 한다." (어린이 자문단, 최유진 어린이 참가 후기)

'어린이와 함께 만들었다', 박물관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다. 선호도 조사나 이름짓기 등 기획단계에서부터 어린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는 것이다. 자문단 참여 어린이들은 모두 73명, 그들의 면면과 '아우인형'은 박물관 1층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학예팀 유영주씨는 "어른들만의 생각으로 만든 박물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박물관을 관람한 어른들 생각은 어떨까. 아이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김혜경(35·여) 어머니는 "아이들이 직접 갖고 놀 수 있는 게 많더라"면서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많아 좋았다"고 말했다.

과천과학관, 삼성어린이박물관 등 자녀와 함께 이와 같은 시설을 여러 번 찾았었다는 김아무개(35·여·기흥 거주) 어머니 역시 "가장 최근 만들어져서 그런지 장점이 많았다"며 "삼성어린이박물관보다 낫더라. 이제까지 가 본 곳 중 제일 괜찮은 것 같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삼성어린이박물관보다 낫더라" … 단체 관람 소감, '시간 부족'

'박물관 콘텐츠'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단체 관람 경우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날 어린이들을 인솔해 박물관을 찾은 용인시 소망어린이집 원장 길금이(56·여)씨는 "아이들에 맞게끔 영역별로 구성이 잘 돼 있었고, 단순히 보는 것보다 체험하는 게 많아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단체 관람 시간이 부족하다. 그로 인해 수박 겉 핥기 식 관람이 된 것 같다"면서 "단체 단위보다는 오히려 가족 단위 체험이 더 적합한 것 같다"는 말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이들 인솔에 따른 어려움이 관람 시간에 반영돼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이다.

역시 단체관람에 나섰던 기흥 모 어린이집 교사 송윤경(29·여)씨도 "시설은 정말 좋더라. 직접 체험 시설이 많다는 것이 장점"이라면서도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2개 층을 둘러보는데 2시간이 주어졌는데, 이동시간이나 인솔 어려움을 감안하면 촉박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어린이박물관 측은 전화통화에서 "아직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앞으로 2∼3개월 정도 더 운영한 후, 단체 관람 시간을 늘리거나 동선을 조정하는 등 방법을 강구해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그 외 볼거리는? 입장료는 경기도민 2천원

박물관 1층에 있는 김동원 작가의 작품 '앙상블'
 박물관 1층에 있는 김동원 작가의 작품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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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로는 박물관 미술작품들도 빼놓을 수 없다. 박물관 곳곳에 강익중, 박미경, 김동원, 김용관, 양주혜 등 유명 작가들의 예술작품들이 설치 돼 있다. 박물관 전면 외벽에 1천여 장 이상의 작은 유리타일로 전래동요를 형상화시킨 강익중 작가 작품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 크기라고 한다.

음악공연도 즐길 수 있다. 박물관 2층 강당에서는 '피타고라스의 음계'란 클래식 음악공연이 주말에 진행되고 있다. 공연 제목처럼 음악과 수학의 관계에 대해 연극으로 이해시키고 그와 관련된 음악들을 공연한다. 박물관은 앞으로도 전통극, 연극, 클래식 음악 등 다양한 문화예술공연을 열 예정이다.

입장료는 경기도 어린이·성인은 2천원, 타 지역 사람은 4천원이다. 단체 관람은 어린이 2천원, 인솔교사 1명은 무료다. 단체관람은 20인 이상일 경우 적용된다. 박물관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관한다. 월요일은 휴무. 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gcmuseum.or.kr)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용인시는 이번 박물관 개관을 계기로 인접한 경기도박물관과 백남준아트센터는 물론 에버랜드, 한국민속촌까지 연계하여 장기적으로 이 일대를 역사 문화 관광지 및 뮤지엄 파크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태그:#어린이, #경기어린이박물관, #삼성어린이박물관, #다문화가정,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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