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3주년을 맞는 가수 심수봉이 22일 오전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 디지털 싱글앨범 <나의 신부여>과  콘서트 계획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온화한 표정의 심수봉이 기자들의 잘문에 답하고 있다.

데뷔 33주년을 맞은 가수 심수봉이 22일 오전 서울 역삼동 한 카페에서 디지털 싱글앨범 <나의 신부여>과 콘서트 계획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온화한 표정의 심수봉이 기자들의 잘문에 답하고 있다. ⓒ 민원기


어느새 눈물이 볼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22일 오전, 기자들의 마음 한구석을 심수봉은 그렇게 적셨다. 그의 가수 인생을 다 미루어 생각할 순 없지만 분명 그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온 세대를 아우를만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가수임은 틀림없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심수봉은 다소 들뜬 모습이었다. 30년이 넘는 가수생활에서 그가 두 어깨를 펴고 대규모의 관중과 만날 기회가 있었던가. 단지 대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지금껏 그 사랑과 관심으로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었을 뿐이다.

군사정권, 민주화 운동 시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젠 가요사에서나 현대사에서 하나의 아이콘이자 산 증인이 되어버린 심수봉은 이제 진정한 가수로서 현 세대에 말을 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디지털 싱글 <나의 신부여>와 콘서트 'The 심수봉 심포니'를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갈 '전설의 가수' 심수봉을 만났다.

대중들에게 다가가기...'이제 시작'

- 2년 만에 다시 활동하시는 건데 이젠 이름을 건 브랜드 콘서트로 만나게 되었어요. 기분이 남다르시겠어요.
"모든 가수가 꿈꾸고 하고 싶어 하는 무대에 서게 됐어요. 기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클래식을 좋아해요. 음악적 영감을 클래식에서 많이 받기도 하죠. 제 음악에 클래식이란 옷을 입는다는 거, 30년 동안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에요.

점점 선·후배 가수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없어지고 있어요. 몇몇 인기 있는 가수만 디너쇼를 할 수 있는 게 현실이죠. 쎄시봉 가수들이 대중음악 시장을 흔들고 중·장년층 대상의 음악이 부활하는 시점에 제 콘서트가 그 뒤를 이어서 흐름을 가속화해주길 바랍니다."

- 선생님만의 이름을 딴 브랜드 콘서트를 한다는 건 앞으로도 이런 무대를 통해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단 뜻인가요?
"(중간에 질문을 자르며) 선생님이란 호칭만큼 거북한 게 없어요. 언제부터 날 선생이라 불렀다고…. 그동안은 영세한 공연을 했었어요. 사람들이 제가 활동을 잘 하지 않았다는 건 모르고 있더라고요. 심수봉의 노래는 대중들이 퍼뜨린 겁니다. 가수로서 활동은 제대로 못 했죠. 최근 5년 정도 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번에야 제가 꿈꾸던 오케스트라도 준비했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작업하게 됐죠. 앞으로도 하게 될 겁니다."

여성최초의 싱어송라이터, 한국에서 그의 존재만큼 독보적인 가수가 얼마나 될까. 이번 콘서트를 시작으로 심수봉은 향후 대형 공연은 물론 작은 소극장에서 대중들과 더욱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도 있다는 계획을 전했다.

아이돌? 기특하지만 그들의 파급력 고민해야..."후배들 키우고 싶다"

 데뷔 33주년을 맞는 가수 심수봉이 22일 오전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 디지털 싱글앨범 <나의 신부여>과 콘서트 계획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손을 모은 심수봉이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데뷔 33주년을 맞은 가수 심수봉이 22일 오전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 디지털 싱글앨범 <나의 신부여>과 콘서트 계획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손을 모은 심수봉이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민원기

- 최근 들어 <불후의 명곡> 등 방송에 출연하시며 후배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뵈었어요. 어떠셨나요?
"그건 멋진 시도였어요. 같이 하는 거, '사랑'의 한 모습이죠. 한 세대가 자기 것을 전수하고 시너지 효과를 줘야 하는 의무도 있고요. 단독 드리블 아시죠? 연기자든 누구든 함께 작업해가는 게 많은데 가수들만 유독 혼자 하는 모습을 보여요. 그만큼 서로 분리되기 쉽고 화합이 어렵죠. 세대 간에 화합하는 건 축복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게 한국에서 먼저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 이런 흐름이 화합으로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 아이돌 후배들 노래를 보면 그 멜로디나 가사가 자극적인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대한 우려는 없는지요?
"제가 여기 강남에서 살다 보니 (젊은이들이) 새벽 4시까지 술에 찌들어 엎어져 있고 토하고 그런 모습 많이 봐요. 볼 때마다 '마음에 공허감이 얼마나 심할까'라고 생각합니다. 가수들의 가사에 대해서는 전 말이 주는 책임감이 따른다고 생각해요. 음악 하는 사람들은 가사도 그렇고 창의적으로 만들어야 발전할 수 있고 개인의 삶도 풍성해진다고 봐요. 어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돌 가수의 노래 가사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주는지 생각해야죠. 그 가사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가사인지 그 파급력과 영향력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 지금까지 트로트가 '뽕짝'이란 이름으로 많이 폄하되곤 하는데 어떤 생각인지요?
"개인적으로 전 트로트에 맞춰 노래한 적 없어요. 부르고 싶은 걸 가지고 나간 거죠. 고민이 많아요. 그동안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습니다. 단가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그런데 제가 어떤 노래를 부르는 가수냐 하는 건 제가 세상을 떴을 때 누군가 정리하지 않겠어요? 제가 있게 된 건 오히려 대중들이 힘을 줬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계속 대중들 삶의 애환을 노래할 예정입니다.

깊이 없는 노래로 밤무대나 서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흠, 걱정하지는 않아요. 그런 노래가 오래가지도 않을 겁니다. 노래가 '뽕짝 뽕짝', 4분의 2박자라 '뽕짝'이라고 그렇게 부르는데 전 음악을 가볍게 대하는 건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 폐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오래 남는 생명력으로 결정될 것이기에 염려하지 않아요."

- 그렇다면 후배가수를 키우거나 이 분야에 일조하실 생각이 있나요?
"하하. 지금 일조하고 있는데... 트로트 하는 후배 가수를 키우고 싶은 생각은 늘 하고 있어요. 곡을 줘서 대중가수를 할 수 있는 후배 말이죠. 계속 지금 찾고 있습니다."

한의 노래는 그만..."전설이란 수식어가 진정성 가질 수 있도록"

- 아무래도 심수봉 하면 예전 시절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과잉 확대로 피해를 받은 상황이 있었나요?
"'무궁화'란 곡을 부른 때가 있었는데 청와대에서 방송국에서 하는 노래를 다 중단하게 했단 얘기를 들었어요. 금지 아닌 금지죠. 공연윤리위원회, 방송심의위원회를 다 통과한 곡을 못 불렀어요. 사실 그런 내용이 아니었는데…."

- 그런 과정에서 억울하다는 생각도 분명 드셨을 것 같아요.
"억울하다는 건 예전에 많이 느꼈는데 최근에 들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한국인의 정서 중 한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제가 그때 억울함을 쌓아 왔다면 지금의 전 없었을 겁니다. 한의 노래는 지난 과거로 하고 이젠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공연준비를 위해 전쟁기념관 답사를 다녀왔어요. 무대 앞 계단에서 관객석을 바라보는데 거기에 육군본부가 있더라고요. 제가 예전에 군사재판을 받으러 드나들던 곳입니다. 갑자기 만감이 교차했어요.

30년이 지난 지금, 이후 여러 상황에서 제가 소멸되고 쓰러지지 않고 바로 서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꿈꾸던 공연을 위해 달려왔고 먼 과거를 보는 기분으로 그 건물을 대면했습니다. 여러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어떤 사람들은 제가 고통 받은 걸 모르고 10·26으로 장사한다고도 했는데 그 말은 피하고 싶었고, '심수봉'으로 살아나고 싶었죠."

- 이번 앨범과 공연을 계기로 더욱 활발히 활동하셔야죠. 앞으로 계획이나 각오를 들려주신다면요?
"2011년 10월은 제 음악인생에 잊지 못할 시간이 되길 바라요. 대중은 제게 '전설'이란 수식어 달아 주었지만 늘 쑥스럽습니다. 대중의 관심에 깊이 감사하면서 사랑을 받는 가수로 남고 싶어요. 제게 주어진 전설이란 수식어가 진정성을 가질 수 있게 음악적으로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마이크를 들고 그의 신곡 <나의 신부여>를 부르던 심수봉. 그리고 그의 눈물이 곧 많은 대중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오는 10월 8일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리는 그의 콘서트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그때 그 사람>에서부터 <백만 송이 장미> <사랑밖에 난 몰라> 등 수많은 히트곡을 새로운 버전으로 들어볼 수 있을 전망이다. '살아 있는 전설'을 만나볼 기회다. 

심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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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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