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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란 성벽에서 밖으로 돌출된 구조물을 말한다. 이 치는 적이 성벽으로 오를 때 뒤를 공격할 수 있는 곳이다. 숨어서 적을 관찰 할 수 있다고 하며 꿩의 이름을 따 '치성'이라 부른다
▲ 치 치란 성벽에서 밖으로 돌출된 구조물을 말한다. 이 치는 적이 성벽으로 오를 때 뒤를 공격할 수 있는 곳이다. 숨어서 적을 관찰 할 수 있다고 하며 꿩의 이름을 따 '치성'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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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雉)'란 꿩을 말하는 것이다. 화성에는 치라고 부르는 시설물이 있다. 성벽을 쌓다가 일정 간격을 두고 밖으로 튀어나온 시설물들이다. 이 치는 꿩이 자신의 몸을 숨기고 주변을 돌아보 듯, 그렇게 자신을 숨기고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구조물이다. 밖으로 돌출된 이 치는 여장을 두르고 총안을 내어, 성벽으로 기어오르는 적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원래 화성에는 11개의 치가 있었다고 한다. 현재 화성에서 볼 수 있는 치는 열 개다. 화성 동문에서 시작해 좌측으로 성을 한 바퀴 돌면, 동일치서부터 만나기 시작한다. 동일치, 동이치, 동삼치, 남치가 있고, 산 위로 오르는 용도라고 불리는 길에 용도동치와 용도서치가 있다. 그리고 서장대를 지나 동문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서삼치, 서이치, 서일치와 북동치가 있다.

치의 여장에 나 있는 총안을 통해보면 성벽이 훤히 내다보인다. 하지만 적은 치 안에 숨은 병력을 볼 수가 없다
▲ 총안 치의 여장에 나 있는 총안을 통해보면 성벽이 훤히 내다보인다. 하지만 적은 치 안에 숨은 병력을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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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기능을 갖는 화성의 치

성 밖으로 돌출된 구조물을 단순히 치만을 생각하면 안된다. 치성을 쌓은 후에 그 위에 포루와 적대 등을 설치했기 때문에, 기실 화성의 치와 같은 기능을 갖고 있는 구조물은 그 배나 많기 때문이다. 이 치는 일정한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축조한 화성이기에, 그 지형에 맞는 곳에 치가 있다.

치의 총안을 통해서 성벽을 보면, 성벽 전체가 보인다. 치와 치, 혹은 치와 포루 사이에서 성벽을 오르기란 불가능하다. 성벽을 타고 오르려고 한다면, 앞뒤에서 날아오는 화살 등을 막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 공성무기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성,그것이 바로 화성이다.

현재 화성에는 열 곳의 치가 남아있다. 성벽 밖으로 돌출이 된 치의 모습이다
▲ 치의 측면 현재 화성에는 열 곳의 치가 남아있다. 성벽 밖으로 돌출이 된 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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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에 비시듬히 나 있는 구멍. 치에 달라붙는 적에게 끓는 기름들을 부어 화공을 할 수 있다
▲ 치의 구멍 성벽에 비시듬히 나 있는 구멍. 치에 달라붙는 적에게 끓는 기름들을 부어 화공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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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를 돌아보면 화성을 알게 된다

열 곳의 치성은 그 크기가 같은 것이 아니다. 지형에 따라 크기가 다르고, 총안의 각도가 다르다. 한 마디로 이 치성 안에 숨어 성벽을 오르는 적을 공격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시설물이다. 치성 안에 들어가 총안으로 밖을 본다. 건너편 포루가 보인다. 저 포루와 이곳 치성 사이에는 성벽이 한 곳도 그늘진 곳이 없다. 그만큼 완벽하게 쌓은 성이다.

화성을 돌아보면서 늘 하는 생각이다. 만일 이 성에서 정말로 전쟁을 했다고 한다면, 아마도 그 누구도 이곳을 함락시키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총안을 통해 적의 뒤를 공격하고, 치성으로 오르려고 하면, 치의 바닥에 나 있는 구멍에 끓는 기름을 붓거나 끓는 물을 부어 적을 덤비지 못하게 만든다.

시계방향으로 동일치, 동이치, 동삼치와 남치
▲ 치 시계방향으로 동일치, 동이치, 동삼치와 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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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방향으로 서삼치, 서이치, 서일치와 북동치
▲ 화성의 치 시계방향으로 서삼치, 서이치, 서일치와 북동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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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완벽한 성은 없다. 이런 치의 용도로 인해 화성이 더욱 더 난공불락의 성이 되는 것이다. 그저 성벽을 쌓다가 돌출을 한 것이 아니고, 성의 방어하고 적을 섬멸하게 위해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이 치성을 한 곳 한 곳 돌아보면 화성의 동선이 그대로 드러난다. 꼭 있어야 할 곳에 치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전쟁은 죽음을 각오하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치가 있어 적어도 화성에서 전투를 한다고 하면, 성안의 군사들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고, 적을 공격할 수가 있다. 그래서 꿩이라고 하는 '치성(雉城)'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인가 보다. 적에게 나를 들어 내놓지 않고, 적을 살피는 꿩과 같이.

산의 정상부에 용도를 마련하고 그 곳에도 치를 내었다
▲ 용도동치 산의 정상부에 용도를 마련하고 그 곳에도 치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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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에서 조금 비켜난 맞은편에는 용도서치가 자리한다
▲ 용도서치 동치에서 조금 비켜난 맞은편에는 용도서치가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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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부를 방어하도록 만든 용도와 양편에 나 있는 치
▲ 용도와 치 정상부를 방어하도록 만든 용도와 양편에 나 있는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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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곳의 치와 포루와 적대. 그 모든 것은 꼭 있어야 할 곳에 자리한다. 일정한 거리가 아닌, 있어야 할 곳에 자리한다. 화성이 제일의 성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작은 구조물인 치성이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성이 답사는 8월 28일에 이루어졌습니다



태그:#화성, #치, #세계문화유산, #사적,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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