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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진재 조선인학살 진상규명과 회복을 위한 하나일재일시민연대'에서는 관동대진재 88주기를 맞이하는 올해 제주도에서 8월 27일부터-9월 10일까지의 일정으로 간토(關東)조선인학살 기획사진자료전시회를 열고, 8월 28일(일) 오후 4시에는 국제심포지엄을 연다. 다소생소하게 느껴질지도 모를 '간도(關東)대진재'에 대하여 4회에 걸쳐 소개해 그 이해를 돕고자 한다. 이 글은 마지막 글이다 - 기자말

'1923년 일본 관동지방에서 대규모지진이 있었고, 조선인 수천 명이 학살되었다'라는 정도가 교과서를 통해 배운 전부였다. 이후 간토한일재일시민연대 한국상임대표 김종수(49) 목사가 관동대진재 진상규명을 위해 일본을 오가며 이런저런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만족할 만한 자료는 구할 수가 없었다.

역사학자들조차도 관심이 없는 관동대진제

8월 27일부터 제6차 국제김포지엄이 제주도에서 열린다.
▲ 심포지엄 포스터 8월 27일부터 제6차 국제김포지엄이 제주도에서 열린다.
ⓒ 아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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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간토한일재일시민연대'에서 조사한 자료들이 가장 신빙성 있고,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구체적인 자료까지 제시되어 그 내면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관동대진제의 실체를 들여다보면서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 땅의 '역사학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단순히 이런저런 사건의 나열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그 사건의 역사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혀주고 계승해야 할 것과 극복해야 할 것을 제시하는 것이 역사학자의 책무가 아닐까? 그런데 알면 알수록 부끄럽고,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 사건, 수천 명의 조선인이 일본 정치인들의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학살되었음에도, 그에 대한 보상은 물론이요, 진상규명 조차도 없는 조국이 과연 무슨 의미일까 싶었던 것이다.

알면 알수록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이듯, 알면 알수록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역사를 가진 나라가 좋은 나라가 아닐까? 알면 알수록 부끄러워 분노하게 되는 역사, 88년이 되어가도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침묵하는 현실은 다시금 이런 역사가 되풀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까지 갖게 한다.

국가공권력에 의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학살된 조선인들의 숫자는 6천 6백여 명이나 된다. 이런 역사에 대한 진상규명 없이 어찌 제대로 된 역사를 말하겠는가?
▲ 1923년 관동재진재 학살된 조선인들의 숫자는 6천 6백여 명이나 된다. 이런 역사에 대한 진상규명 없이 어찌 제대로 된 역사를 말하겠는가?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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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사건 중에서, 특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경우에 가장 악랄한 경우는 국가공권력에 의해서 저질러진 집단학살일 것이다. 권력을 가진 국가 혹은 정치집단이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려는 방편으로 약소국이나 민중을 학살하고도 꾸준히 약소국이나 민중을 음해하고, 자신들의 한 일을 미화시키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관동대진제와 제노사이드적인 측면의 연관성을 보면서, 1948년 제주 4.3항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유사한 점들이 너무도 많았다. 한 사건은 일본에서 한 사건은 제주에서 25년 간격을 두고 일어났지만, 정치권력의 유지를 위해 저질러진 사건이라는 점과 아직도 그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그리고 작금 일본의 행태와 여전히 한국의 극우보수주의자들의 행태 역시도 그런 불행한 역사가 다시 반복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부끄러운 역사는 드러내어 치유해야 한다

잃어버린 마을 다랑쉬에서 발견된 유골들
▲ 제주4.3항쟁 잃어버린 마을 다랑쉬에서 발견된 유골들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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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감추고 왜곡하고, 한국은 수치스러운 역사라고 덮어두려고 한다. 신생국가도 아닌 나라의 역사에 어찌 자랑스러운 것만 있을 수 있는가? 더군다나 우리는 지정학적인 위치로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에 시달린 역사를 살아왔으며, 현재도 그것은 진행형이다.

현재 논란이 되는 제주 해군기지의 문제도 정부는 찬반양론으로 국민과 강정마을 주민들을 반목하게 하면서, 자주국방을 주장하지만, 제주의 해군기지가 지정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고, 그것이 나라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말하지 않는다. 레드콤플렉스를 적절하게 이용하여, 자신들의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모두 빨갱이나 종북좌파로 몰아버리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국가가 시행하는 사업이 문제가 있어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에도 귀 기울여 듣기보다는 이념적인 갈등관계로 끌어가며 눈앞에 있는 이익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일도 중요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드러내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야, 그 부끄러운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 열리고, 다시 그 부끄러운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제6차 관동대진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의 의미

이것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단편에 불과하다. 일제강점기 당시 징병, 징용, 위안부, 근로정신대 등등의 문제들에 대해 일본정부는 여전히 오만불손하며, 한국 정부조차도 자국민의 억울한 사실을 밝히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로 개인들이 풀어가기에는 어려운 측면들이 많다. 그러나 이 걸음마져 멈춰버리면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는 영원히 묻혀버릴 것이고, 다시 언제라도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국제심포지엄은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소중한 움직임이다.

조지 오웰의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하는 것이고,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라는 말을 떠올린다.

우리는 한일관계에서 현재와 과거 모두에 있어 어떤 관계인가? 그리고 동시에 국내적으로도 정치권력의 희생양이 된 이들의 과거를 누가 지배하고 있는가? 지나가버린 부끄러운 과거를 덮어두는 일, 그것은 미래에도 여전히 그런 부끄러운 역사가 반복될 수 있음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일일 터이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에 많은 관심과 참여가 이어지길 바란다.

(문의사항 : 1923년 간토한일재일시민연대 한국상임대표, 본 행사 실행위원장 김종수 목사 010-5382-2406)


태그:#관동대진재, #제주 4.3항쟁, #제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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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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