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재형은 1995년 그룹 베이시스로 데뷔해 영화음악과 피아노 연주곡을 만들어 온 뮤지션이다. 얼마 전에는 10월에 예정돼 있는 단독 콘서트의 티켓이 1분 만에 매진돼 예능인 뿐 아니라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도 확실하게 선보였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재형은 1995년 그룹 베이시스로 데뷔해 영화음악과 피아노 연주곡을 만들어 온 뮤지션이다. 얼마 전에는 10월에 예정돼 있는 단독 콘서트의 티켓이 1분 만에 매진돼 예능인 뿐 아니라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도 확실하게 선보였다. ⓒ 정재형 트위터


박장대소하고 싶은 경박스러움을 애써 우아하게 포장하려는 마음이 담긴 "오홍홍홍"이라는 웃음소리. 감히 "유희열은 나부랭이, 김동률은 조무래기, 나는 음악의 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후안무치한 태도. <유희열의 스케치북> 제작진이 프랑스 파리처럼 만들어주겠다고 준비해 준 에펠탑에 "이거니, 파리가?"라고 지적하는 거만함. '가래요정'이라는 별명에도 "라비앙 호(ㄹ)즈"라고 가래 끓는 소리로 불어 구사능력을 자랑하는 잘난 척까지. 정재형은 얄밉다. 그런데 웃기다.

가수 겸 작곡가 정재형은 언젠가부터 '웃기다'는 서술어와 잘 어울린다. 비단 개그맨 이봉원과 다를 바 없는 외모 덕(?)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를 거꾸로 활용하는 것이 정재형의 웃음 포인트가 되곤 한다. 이를테면, 본인은 굉장히 우아하다고 생각할 5:5 가르마의 단발머리와 의류수거함에서 꺼낸 듯한 구멍 뚫린 티셔츠에 대한 진지하고 당당한 태도가 웃음으로 승화되는 것.

그저 웃기고 허술해 보이나 1995년 '베이시스'로 데뷔했을 때부터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의 능력도 충분히 보여주는 정재형의 모습은 웃음과 조화되며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13일 <무한도전>의 우천 시 취소 특집이 폭우 때문에 급작스럽게 기획됐음에도 기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에서 '순정마초'라는 곡으로 활약한 정재형의 출연 예고 덕분일 것이다. 트위터에서는 "정재형 나온다는데 기대된다"는 반응의 멘션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13일 <무한도전>은 얼마 전 폭우로 일정에 차질을 빚어 우천 시 취소 특집을 방송했다. 이날 갑작스럽게 기획된 동거동락 특집의 게스트로 정재형, 개리, 데프콘이 출연했다.

13일 <무한도전>은 얼마 전 폭우로 일정에 차질을 빚어 우천 시 취소 특집을 방송했다. 이날 갑작스럽게 기획된 동거동락 특집의 게스트로 정재형, 개리, 데프콘이 출연했다. ⓒ MBC


이날 <무한도전>은 약 10년 전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을 재연하며 댄스 신고식을 벌였다. 이에 앞서 정재형은 소녀감성에 어울리는 노란 걸스카우트 티셔츠와 빨간 물방울무늬 반바지를 받고 "이걸 입으라는 거냐"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적응하고 화려한 춤사위와 함께 덤블링 기술까지 선보였다. 우아함을 강조해온 뮤지션 정재형이었기에 그것이 망가지면서 더 웃길 수 있었던 대목이다.

정재형이 예능에 안착해 가고 있는 모습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정재형과 관련된 트위터 멘션에는 인터넷 상에서 웃음을 뜻하는 자음 'ㅋ'이 난무한다. "너무 웃긴데 이제 앨범은 낼 수 있는 거냐"고 본업을 걱정하는 의견이 있을 정도. 하지만 오히려 웃음으로 얻은 인기 덕분에 뮤지션으로서의 이미지도 상승했다. 얼마 전 보도된 바와 같이 정재형이 오는 10월에 여는 'Le Petit Piano 그 두 번째 콘서트' 티켓이 1분 만에 매진된 것을 보면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뮤지션의 외도라고, 너무 가볍다고 심각하게 여길 것도 없다. '음악요정'이라는 수식어 안에 웃음과 음악을 둘 다 담게 된 정재형과 그를 웃음 코드로 활용하는 예능프로그램 양쪽 모두에게는 영리한 행보이고, 시청자는 파리가 선물한 이 유쾌함을 즐기면 된다.  

정재형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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