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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산맥 사이로 난 길
 발칸산맥 사이로 난 길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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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7월 20일부터 31일까지 12일간 계속되었다. 12일 동안 발칸을 다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은 일정에 무리가 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정이 발칸 초보자에게는 의미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단시간에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솔자를 잘 만나 상당히 알찬 여행이 되었다. 그의 이름은 백성호다. 그는 풍부한 지식으로 발칸의 역사와 문화 전반을 우리에게 소개해 주었다.

이번 발칸 여행도 도시와 문화유산 중심의 점찍기 여행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점찍기라는 게 전체의 얼개를 그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이다. 사실 이번 점찍기 여행을 통해 우리는 발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이제 그림을 완성하는 일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칸에 두세 번은 더 가야 할 것 같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펠레쉬성
 펠레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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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관광은 20일 오후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부쿠레슈티는 발칸의 북동부 평원에 위치하고 있다. 이번 여행은 이곳에서 출발, 서쪽으로 이동해 가면서 발칸의 주요도시와 문화유산을 찾아보는 여정이었다. 루마니아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은 부쿠레슈티 북쪽에 있는 시나이아와 브란의 궁전과 성이다. 시나이아의 펠레쉬성은 카롤1세의 여름궁전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브란성은 일종의 방어성인데, 1900년대 들어 드라큘라 성으로 더 유명해졌다.

루마니아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불가리아다. 불가리아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도나우강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불가리아에서는 옛 수도인 벨리코 투르노보와 현 수도인 소피아를 둘러보았다. 벨리코 투르노보는 제2차 불가리아 왕국(1187-1393)의 수도로 발칸산맥 동쪽 끝에 있는 천혜의 요새다. 벨리코 투르노보의 전성기는 이반-아센 2세(1218-1241)의 통치시기였다. 벨리코 투르노보에는 당시의 성곽과 폐허가 된 왕궁터가 남아 있다.

벨리코 투르노보
 벨리코 투르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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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1878년 3월 불가리아가 터키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독립국가 되면서 불가리아의 수도가 되었다. 소피아는 북쪽으로 발칸산맥, 서쪽으로 류린산, 남쪽으로 비토샤산에 둘러싸인 분지에 위치한다. 도시의 동쪽으로는 도나우강의 지류인 이스카르강이 남북 방향으로 흐른다. 소피아 남서쪽 산악지역에는 교회와 수도원이 많은데 그중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보야나 교회가 가장 유명하다.
    
베오그라드를 거쳐 사라예보와 모스타르로

소피아를 보고 찾아간 곳은 무려 470㎞ 떨어진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다. 베오그라드는 세르비아의 수도다. 과거 유고슬라비아의 수도였고, 발칸지역과 동유럽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하고 있다. 이스탄불에서 소피아를 거쳐 베오그라드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거쳐 오스트리아의 빈까지 이어진다. 또 빈과 부다페스트를 지나온 도나우강은 베오그라드를 거쳐 동쪽 흑해로 빠져 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베오그라드는 도로교통과 수로교통이 모두 발달한 도시다.

베오그라드 성곽
 베오그라드 성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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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그라드에서 볼 가장 중요한 문화유산은 두나강(도나우강)과 사바강을 끼고 있는 베오그라드 성곽과 칼레메그단이다. 칼레메그단은 성곽 내부의 광장과 공원지역을 말한다. 이곳에서 두나강과 사바강이 합류하고, 사바강 동쪽으로 베오그라드 구도시가, 서쪽으로 신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시내 중심가로 들어가 세르비아 정교의 중심교회인 사보르나 교회를 보고, 스카다리야 거리를 걸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보스니아의 수도인 사라예보로 이동할 예정이다. 베오그라드에서 사라예보로 가는 길은, 거리가 아주 멀진 않지만 길이 좋지 않아 많은 시간이 걸린다. 또 국경을 통과하는데도 검색과 절차가 가장 까다로워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발칸여행 중 길이 가장 험한 곳은 베오그라드에서 사라예보를 거쳐 모스타르로 가는 길이다. 높은 산을 지나기 때문에 길이 꼬불꼬불하고 경사도 심한 편이다. 그렇지만 자연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사라예보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도시다.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의 황태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이 그의 부인인 소피와 함께 사라예보의 라틴 다리에서 암살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라예보에서 우리는 이슬람과 동방정교 그리고 로마 가톨릭이 공존하는 도시의 모습을 볼 것이다. 또 오스만 터키 시대 만들어진 장인 거리 바슈카르쉬야를 살펴볼 예정이다. 바슈카르쉬야는 터키어에서 유래했는데, 바슈가 중요한 또는 중앙이라는 뜻이고 카르쉬야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바슈카르쉬야는 우리말로 하면 중앙시장이 된다.

모스타르 다리
 모스타르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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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타르는 헤르체고비나의 수도다. 헤르체고비나는 현재 보스니아와 합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공화국을 이루고 있다. 모스타르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유산은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로 알려진 모스타르 다리다. 모스타르 다리는 네레트바강 위에 아치형으로 세워진 역사적인 다리다. 이 다리는 오스만 터키의 건축가 이난의 제자인 하이루딘에 의해 1566년 완성되었다. 그러나 1993년 보스니아 내전 때 파괴되었으며, 2004년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 

몬테네그로의 숨겨진 문화유산 코토르와 부드바

코토르의 성 트리폰 교회
 코토르의 성 트리폰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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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타르를 보고 나서 우리는 아드리아해로 나갔다. 아드리아해에서는 남쪽 몬테네그로의 부드바 해안에서 북쪽 이탈리아의 트리에스테 해안까지 따라가면서 문화유산을 살펴보았다. 몬테네그로에서 본 문화유산으로는 코토르와 부드바가 있다. 코토르는 로마시대부터 도시가 형성되었고, 4-5세기 비잔틴 시대 이미 주교가 통치하는 큰 도시가 되었다. 9세기에는 바다로 진출해 상업과 무역의 중심지가 되었고, 중세에는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문화유산은 도시를 감싸고 있는 성곽이다.

부드바는 코토르의 남쪽에 있는 문화예술의 도시다. 도시의 끝 해안가에 있는 구도심, 아름다운 해변, 해변을 따라 있는 숲과 레스토랑은 이 도시를 아드리아해 최고의 해변 휴양지로 만들었다. 특히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휴양지로, 롤링스톤스와 마돈나의 공연이 부드바에서 있었다. 대표적인 문화유산은 바닷가에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도심이다.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릿

두브로브니크
 두브로브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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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 북쪽으로 해안을 따라 올라가면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릿이 나온다.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릿은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유산으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이다. 두브로브니크는 13세기 무역을 통해 번성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아드리아해의 진주로 불리게 되었다. 1667년 지진으로 크게 훼손되었으나 복구되었고, 1993년 유고 내전으로 크게 파괴되었으나 2005년까지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되었다. 현재 벽의 상부나 지붕이 좀 더 밝게 보이는데, 그것은 전후 복원되었기 때문이다.

스플릿은 두브로브니크의 북쪽 아드리아해 한 가운데쯤 위치하고 있다. 이곳 출신의 로마황제였던 디오클레티아누스가 295년 자신이 은퇴 후 거주할 궁전을 지으면서 현재 도시의 기초가 형성되었다. 305년 황제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이곳에서 311년까지 살다 죽었다.

이 궁전은 7세기 경부터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스플릿은 12세기 자유시가 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고, 15세기부터 베네치아의 지배를 받으며 무역항으로 번성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달마티아 해변의 정치, 경제, 문화 중심지가 되면서 도시가 확장되고 인구가 늘어났다. 현재 스플릿에는 16만 5893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크로아티아 최대의 자연유산과 슬로베니아의 문화유산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폭포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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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릿에서 북쪽으로 달마티아 해변을 따라 올라가다 내륙으로 조금 들어가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이 나온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크로아티아에서 호수와 삼림이 가장 잘 보존된 지역으로 유명하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79년에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등록되었다. 이곳은 카르스트 지형 위에 만들어진 호수의 물빛이 일품이고, 동식물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봄과 가을에는 옥(비취)색, 여름에는 터키석 색깔을, 겨울에는 암녹색을 띤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슬로베니아다. 슬로베니아는 옛 유고연방의 가장 북쪽에 있는 나라로 문화적으로는 오히려 서유럽에 가깝다. 그것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슬로베니아의 문화유산 중에는 포스토이나 석회암 동굴과 블레드성이 가장 유명하다. 포스토이나 석회암 동굴은 현재 발견된 것만 20㎞가 넘는다. 현재 개방된 구간은 5.2㎞인데, 전기차를 타고 들어가 1시간 30분 동안 2㎞ 정도를 구경하고 나온다. 우리의 석회암 동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높고 넓다.

블레드성
 블레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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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의 또 하나 중요한 문화유산은 줄리앙 알프스 동남쪽 사면에 있는 블레드성이다. 블레드성은 블레드 호숫가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진 중세의 성으로, 성에서의 조망은 가히 일품이다. 성 아래 블레드호는 빙하의 침식으로 생긴 호수로 깊이가 깊고 수량이 많다.

또 호수 안에는 작은 섬이 하나 있고, 그곳에 성모 마리아 교회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호숫가에는 유고슬라비아의 대통령이었던 티토의 별장이 있다. 블레드는 산과 호수 그리고 성이 어우러진 최고의 경승지이다.

이들을 보고 나서 우리는 알프스를 넘어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로 갔다. 잘츠부르크는 우리에게 모차르트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밤에 시내로 나가 모차르트의 흔적을 찾아보았고, 생가 앞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추억을 만들었다. 다음 날에는 할슈타트로 가 알프스의 자연을 감상하기도 했다. 잘츠부르크와 할슈타트, 이들은 모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다. 이들을 보고 나서 우리는 잘츠부르크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뮌헨공항으로 이동해 카타르의 도하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덧붙이는 글 | 7월20일부터 7월31일까지 발칸지역을 여행했다. 문명충돌의 현장을 살펴보고, 현재 발칸의 모습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여행국은 루마니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6개국이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길에 오스트리아 서쪽 지방을 지나게 되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도 소개하려고 한다. 이들 7개국의 문화유산, 자연유산, 인물, 풍속과 생활 등을 25회 정도 연재할 예정이다.



태그:#루마니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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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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