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11년 올해 유난히 장마가 길다. 6월부터 시작된 비가 7월이 되어도 그칠 줄 모르다 지난주부터 잠잠해졌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해 아는 분의 도움으로 좋은 곳에 방 한 칸을 얻어 살고 있지만, 대학 시절 하숙방과 동아리방에서 생활할 때 '장마는 나의 적'이었다.

물론 서울에 대학을 다니는 가난한 친구들은 지하방과 반지하방에서 4년을 살아 습기와 곰팡이를 365일 달고 살지만 부산에서 대학을 다닌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을 먼저 밝힌다.

지역 대학가 앞의 자취방과 하숙방에도 반지하방과 지하방이 간혹 존재하긴 하나 대부분 지상에 위치한 방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서울에서 지하방 월세로. 지방에서는 지상에서 살 수 있으니 말이다.

꿈의 원룸 생활, 반지하도 아닌데 볕은 안들고...

 대학시절 원룸방
 대학시절 원룸방
ⓒ 배성민

관련사진보기


친구랑 대학교 3학년 때 살게 된 집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 30만 원 하는 원룸이었다. 당시 부산지역 원룸도 이만한 원룸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에(2009년 당시 보증금 500에 월 45만 원 이상했다) 방을 제대로 둘러보지도 않고 덜컥 계약을 해버렸다.

원룸에 이사를 한 첫날 친구들과 소주를 한 잔 하며 잠을 잤는데 아침이 되어도 해가 뜨지 않았다. 반지하 방이 분명 아니었는데 해가 들어오지 않는 게 이상해 아직 밤인가 싶어 잠을 계속 잤다.

자도 자도 해가 안 떠서 핸드폰으로 시계를 보니 오후 2시였다. 방을 자세히 둘러보니 사방이 건물로 둘러싸 있었고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보다 1층이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지상은 지상인데 햇살을 받기 힘든 우중충한 곳이었다. 그래서 다른 원룸보다 월세가 약했던 것을 계약하고 나서 알게 됐다.

2009년 겨울에 이사해 6개월 동안은 별 탈 없이 지냈다. 집에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집 안에 오래 있으면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 빼곤 다 괜찮았다. 하지만 여름 장마철이 되자 문제가 하나하나 생기기 시작했다.

이사를 하면서 입지 않은 여름옷을 박스에 모아 방구석에 처박아 두었다. 그 박스 안에 습기를 제거하는 제품을 넣지도 않고 그냥 두었더니 장마철 때 옷이 난리가 났다. 장마철 방이 너무 눅눅해 설마 하는 마음에 그 박스를 열었더니 냄새가 견디기 힘들었다. 그리고 아래쪽에 넣어 두었던 옷에는 곰팡이가 묻어 엉망이었다.

'곰팡이가 핀 옷이라도 빨래를 하면 없어지겠지'라고 생각을 하고 곰팡이가 피지 않은 옷과 함께 세탁기에 넣어 돌렸다. 이때 대형 사고가 터졌다. 곰팡이가 핀 옷에 검은 자국들이 다른 옷에서 묻어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비명을 지르고 옷을 당장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친구는 곰팡이 핀 옷을 버리려는 나를 말리며 "형, 그거 버리면 여름에 집에서 입을 옷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곰팡이 자국이 남은 옷을 깨끗이 빨아 햇빛에 바짝 말리고 그 여름을 지낼 수밖에 없었다. 가난한 대학생 시절이라 집에서 입을 옷을 사기는 그 당시 다른 곳에 써야할 돈이 너무 많았다. 2009년 여름 곰팡이 자국과 함께 한 밤은 슬펐다.

습기 제거 에어콘 가동으로 '극뽁~'하려 했으나...

 동아대 인문학회 카르마 동아리방
 동아대 인문학회 카르마 동아리방
ⓒ 배성민

관련사진보기



그날 이후로 습기 제거 제품을 대량으로 사서 방 구석구석에 배치해두고 에어컨이 제습 기능이 있다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어 장마철 내내 틀었다. 하지만 에어컨을 통해 장마철에 제습을 하는 것은 너무 돈이 많이 들었다.

2009년 여름 장마철 6~7월 전기요금이 15만 원을 넘었다. 큰 방도 아니고 두 사람이 누우면 가득 차는 좁은 공간에 에어컨 전기요금이 이렇게 비싸게 나왔다. 한 마디로 '후덜덜'이었다. 전기요금 폭탄을 극복하기 위해 친구랑 나는 근처 아파트 전단지 알바를 3일간 하며 그 달의 전기요금 간신히 납부했다. 그 해 여름은 장마로 인한 습기와의 싸움으로 그렇게 흘러보낸 시간이었다.

장마철 나의 방의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던 와중, 학교 동아리 공간이 초토화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 동아리방 소파에서 잠시 잠을 자던 후배가 있었다. 후배는 폭우를 피해 동아리방에서 잠을 잤는데 오히려 빗물이 동아리방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동아리방은 나의 원룸과 달리 지하에 위치한 곳이다. 그러다 보니 여름 장마철에 빗물이 많이 들어온다는 소문은 듣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그 해 동아리방을 처음 얻은 회원은 모두 그 소문을 믿지 않았다. 그러다 봉변을 당한 것이다.

후배는 삽시간에 강이 되어 버린 동아리방을 벗어나 회원 모두에게 문자로 '카르마 방 초토화 긴급 인력 급구'라는 문자를 보냈다. 결국 회원들과 주변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지하 1층 빗물을 제거했다. 하지만 제거 후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사람이 있을 수 없는 악취, 1분만 있어도 탈출 하고 싶은 그 냄새 맡아 봤나? 그 이유로 방학 내내 동아리 방에는 사람이 없었다.

회원들이 동아리 방을 기피하게 되자 회장과 집행국 성원들이 긴급회의를 열어 악취 제거를 위한 긴급 행동에 들어갔다. 먼저 습기 제거 제품을 사서 동아리방 구석구석에 배치하였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습기와 악취를 제거에 좋은 숯을 구입하여 방에 놔두었다. 마지막으로 방 안에 향이 나는 휘발성 액체 제품을 구입했다.

이렇게 하니 악취가 덜했다. 하지만 9월이 되어도 예전의 동아리방 냄새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향이 나는 제품과 악취가 섞여 이상한 냄새를 만들기도 했다. 결국 겨울이 돼서야 냄새는 없어지고 동아리방에 회원들이 들락날락 거리기 시작한 건 그나마 다행이랄까.

그 해 여름 심하게 당한 나는 아직까진 그들을 다시 만나진 않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