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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죄

폴리스 라인에 가로막힌 이 곳, 멀리 한진중공업의 85호 크레인이 보인다.
 폴리스 라인에 가로막힌 이 곳, 멀리 한진중공업의 85호 크레인이 보인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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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죄가 되는 곳이 있다. 한진중공업 크레인에 올라가 있는
김진숙을 만나려 하는 사람들의 열기와 희망이 죄가 되는 곳 부산 영도.

부산역 앞 문화제가 벌어지고 있다.
 부산역 앞 문화제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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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 중 '3호선 버터플라이'의 공연
 문화제 중 '3호선 버터플라이'의 공연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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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 9일 희망버스 11호를 타고 부산에 도착했다. 문화제가 이어진 뒤 한진중공업
앞으로 행진하는 시위대를 따라 이동했다. 그러나 크레인을 눈 앞에 두고 보이는 것은
거대한 폴리스라인이었다.

문화제를 보는 한 시민
 문화제를 보는 한 시민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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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자 경찰과 시위대는 전투적인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경찰측의 무차별적인 최루액
발포로 MBC 기자들과 사진기자들이 최루액을 맞고 괴로워하기도 했다. 폴리스 라인 우측의 작은 건물에서 벌어진 '진압'은 충격적일 정도로 가혹했다. 경찰은 최루액을 분사할 때 얼굴에 조준해서 쏘곤 했으며, 이 상황에서 다수 시민들이 해를 입었다. 기자도 사진을 찍던 중 눈에 최루액을 맞았다.
경찰과 대치하는 시민들. 경찰이 최루액을 뿌리자 시민들이 격분해 경찰의 헬멧과 방패를 뺏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과 대치하는 시민들. 경찰이 최루액을 뿌리자 시민들이 격분해 경찰의 헬멧과 방패를 뺏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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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괴로워하던 중 많은 시민이 물을 가져다주며 '비비면 안된다', '물로 흘려보내고
깜빡거려라' 등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시민들은 기자뿐 아니라 최루액을 맞은 다른 시민에게도 물을 가져다 주며 서로 돕고 있었다.

최루액을 맞은 시민에게 물을 부어주는 시민
 최루액을 맞은 시민에게 물을 부어주는 시민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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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계속 최루액을 분사하면서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대학생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 이렇게도 죄냐"며 "이럴수록 김진숙을 만나려 하는 시민들의 열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라고 최루액을 맞은 뻘건 눈으로 힘겹게 말했다.

최루액은 시작일 뿐이었다. 살수차의 살수대가 올라가며 물을 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살수도 무자비했다. 기자나 시민을 가리지 않고 정말 구석구석 쏘아댔다. 더군다나 살수차에서 나온 것은 그냥 물이 아니었다. 최루액을 탄 물이 살수대에서 쉼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살수대가 올라오며 살수를 시작했다. 폴리스라인 위에서는 최루액도 분사됐다.
 살수대가 올라오며 살수를 시작했다. 폴리스라인 위에서는 최루액도 분사됐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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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파란 색소를 탄 물도 살수했다. 그 강한 냄새에 수많은 시민들이 콜록거리며 뒤로 대피했다. 실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나는 잊을 수 없다. 경찰 지휘관의 "쏴"라는 그 한음절의 단어를. 그 한 사람의 한마디에 수많은 시민이 괴로워했고, 분노했다.

시민들은 폴리스라인에 구호가 적힌 종이를 붙이며 시위를 계속 이어갔다
 시민들은 폴리스라인에 구호가 적힌 종이를 붙이며 시위를 계속 이어갔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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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모든 살수대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다시 한번 쏟아졌다. 시민들은 색소가 틘 우비를 입고, 손이나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최루액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진압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경찰은 시민을 향해 진압봉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 아비규환은 대학교 선배들에게 몇 년전 말로만 듣던 그런 광경이었다. TV 다큐멘터리나 교과서에서나 보던 내용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2 새벽을 지새운 뒤에도 가실 줄 모르는 열기

새벽을 지새우고서도 집회 열기는 가실 줄 몰랐다. 희망버스를 기획한 지도부는 "한진중공업 크레인에 가지 않고는 희망버스 출발은 없다"는 뜻을 강력히 밝혔다.

10일 점심즈음의 모습. 묘한 긴장감이 시내를 맴돌고 있다
 10일 점심즈음의 모습. 묘한 긴장감이 시내를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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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사를 작성하는 이 순간에도 최루액에 맞은 자리가 쓰리다. 샤워를 하고 진통제를 먹어도 그 아픔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3번째 살수에 직격으로 맞은 탓일까. 카메라는 먹통이고 몸은 쓰리다.

기사를 올리려고 포털에 들어가니 지금 부산 영도 현장의 상황을 전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토록 치열한 현장, 한국 제2의 도시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도 언론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슬픈'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시민들은 말하고 있다. 우리는 김진숙을 보러왔다고, 김진숙이 우리를 보고 싶어 한다고.

덧붙이는 글 | 양태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기자단 '오마이 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한진중공업, #김진숙, #희망버스, #물대포, #최루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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