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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반기엔 기타치는 '김태원', 후반기엔 음악의 신 '정재형'

그동안 '부활'의 리더인 기타치는 김태원이 있었다면, 이제는 음악의 신 정재형이 있음을 알리는 그의 확신.
 그동안 '부활'의 리더인 기타치는 김태원이 있었다면, 이제는 음악의 신 정재형이 있음을 알리는 그의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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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의 마니아팬들 몇몇은 예전부터 그가 범상치 않은 개그센스를 가진 사람이라 알고 있었을지 모르나, 그에 대해 정보가 전무했던 대중들에게 '정재형'의 등장은 일종의 혁명과도 같았을 것이다.

유희열을 나부랭이라 칭하고, 김동률을 조무래기라 치부하는 저 쿨함. 웃을 때 드러나는 눈부신 치아. 머리감자마자 바로 누워서 한 세 시간 자고 일어난 듯한 붕 뜬 예술가 머리. 패션의 도시 파리지앵답게 일반인은 쉽게 소화할 수 없는 완벽한 빈티지 패션. 가래 끓는 듯한 성대에서 나오는 여성스럽고도 섬세한 웃음소리까지. 보면 볼수록 빠져버리는 늪과 같은 매력. 그렇다. 그는 사실 '순정마초' 그 자체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음악'이야 말로 그를 대변하는 진짜 언어다. 클래식과 관련한 복잡한 소리의 중첩과 아울러, 영화 음악가다운 섬세한 감성이 만나 들려주는 아름다운 그의 소리들은, 그가 작곡한 고 서지원 군의 노래인 '내 눈물모아'가 담겨있는 1집 <기대>의 신성한 슬픔에서부터 3집 <포 재클린(For Jacqueline)>의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또 고급스러웠다.

사실 진작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동안 몇몇 대중들은 그를 단순히 아이유의 '좋은날' 뮤직비디오에서 약간 변태스럽게 턱시도 입고 악기 연주하던 아저씨 정도로만 알려졌다는 사실이 그저 개탄스럽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그가 그동안 유희열이나 김동률과 같은 다른 작곡가들에 비해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낮았던 것은 그의 음악적 수준이 너무 높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유추해본다. 그리고 이제라도 사람들이 그의 음악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 그저 다행스러울 뿐이며, 아울러 그의 이러한 이 치명적인 매력의 발산은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것이 약간은 무서워지려 한다.

[2] 순위, 서바이벌, 경쟁... 그리고 '음악'이 주는 진짜 선물

'대상'을 결정짓는 심사단은 관객 사이에 있다. 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알겠지만, 중요한 것은 원래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대상'을 결정짓는 심사단은 관객 사이에 있다. 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알겠지만, 중요한 것은 원래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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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TV만 틀면 '서바이벌'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늘어날수록 이래저래 글을 쓸 소재가 많아지기에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그래도 사실 보고 있노라면 피곤한 건 어쩔 수 없다. 뷔페 가서 본전 생각에 취향도 아니었던 비싼 음식 골라먹다가, 제대로 체하는 바람에 누가 그 음식 사준다고 해도 보기도 싫어진 뭐 그런 기분이다.

김태호 PD는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7팀의 출연자 모두에게 2000원짜리로 도금한 대상 트로피를 '공동대상'이라는 이름으로 남발(?)했다. 모두가 대상, 혹은 우리 모두 승자라는, 딱 들어도 <MBC 연기대상>이나 16강 탈락한 월드컵 축구 마무리하는 고루한 소리가 그때 그렇게 나에게 박혔던 이유는, 단지 '대상'이라는 타이틀이 궁금해서 방송을 끝까지 본 나에 대한 어리석음에 기인한다. 뷔페 가면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야지, 왜 비싼음식에만 집착했을까. 돌이켜보면 그것 말고도 나는 그 '대상'이나 '1등'이라는 딱히 의미 없는 존재 때문에 축제를 즐기지 못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리고 사실 이러한 김태호 PD의 숨겨진 의도는, 방송 서두에 '심사위원들은 관객들 사이에 숨어있다'라고 그가 말했을 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아니면 공연이 끝날 때마다 음악에 대해 '도전', '놀이', '하모니', '젊음', '에너지'와 같은 정의를 내린 자막을 봤을 때 눈치챘어야 했다. 음악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나 '순위'나 '경쟁'보다 더 많은 의미를 지닌 값진 존재라는 그 사실을 말이다. 

물론 축제 다음의 어두운 아침이 되면, 경쟁과 불안은 여전히 우리를 옭아매고 음악이든 뭐든 사람들은 상자 속 순위에 또 다시 열광할지도 모른다. 아나운서도 그렇게 뽑고, 연기자도 그렇게 뽑고, 가수도 그렇게 뽑고, 밴드도 그렇게 뽑지 않던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함께 한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의 승자 한 팀이 CD 재킷 전체를 독식하는 모양새가 과연 우리 모두가 원하는 모습일까.

모두가 함께한 여정이 즐거웠기에, 모두가 함께한 축제도 즐거웠다. 이번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의 커다란 주제는 어쩌면 그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낭만적인 이야기라 욕먹을지도 모르겠지만.

[3]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말하는 대로'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말하는대로'.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말하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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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잠을 통 이루지 못할 때가 있다. 낮잠을 많이 자서가 아니다. 커피를 많이 마셔서도 아니다. 무엇인지 모를 답답함과 슬픔. 그렇게 나의 욕심과 자책에서 일어난 그 무거운 공기는, 밤이 깊을수록 그리고 새벽이 가까울수록 무겁게 사람을 짓누른다. 장담하건데 누구에게나 그런 밤은 있다.

꿈을 거세당한 청춘. 혹은 너무 서툴러서 떠올리기 싫은 어린 청춘. 그 회한에 대해 유재석과 이적이 들려주는 위로와 희망의 마지막 노래는 이번 가요제의 진정한 백미였다.

멋들어진 정장을 입고 와서는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을 외치는 단상 앞에 올백머리 선배. 서점 앞에 즐비한 그 수많은 성공의 이야기들. 그리고 그 웃기지도 않은 자랑에도 작아져야만 하는 나약한 청춘들. 

축제가 끝나고 또 공연이 끝나고, 깜깜해진 무대에 등장한 유재석과 이적의 '말하는대로'라는 노래는 그 안에서 잠자고 있는 또 다른 나에게 손을 내미는 노래다. 물론 인생의 정답이란 사실 늘 내안에 있기 마련이고, 또 그 정답이란 것이 노래의 가사처럼 아주 작은 변화에서 출발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약간은 미간을 찌푸린 채, 평소와는 달리 진지하고 또 누군가를 걱정하는 표정으로 노래하는 유재석의 입에서 흘러나올 때의 감동이란 꽤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도전은 무한히. 그리고 인생은 영원히. 그렇게 그 안에 담겨진 모두의 소망이 노래를 통해 퍼져나갈 때, 올해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는 막을 내렸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 멋진 엔딩이었다.


태그:#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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