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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 활동가 미국 연수 둘째 날 오후에 링컨 기념관을 들렀습니다. 오전에 비영리단의 모금 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인 네트웍 포 굿(Network for Good)을 방문하고 오후에 알렉산드리아 '올드타운'을 들렀다가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링컨기념관을 갔습니다.

네트웍 포 굿이라는 비영리 모금 지원 단체에 관한 소개와 올드타운을 다녀온 이야기는 앞서 쓴 기사를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저와 함께 비영리단체 활동가 미국 연수에 참가한 활동가들이 대체로 링컨기념관을 비롯한 워싱턴의 관광 명소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워싱턴 링컨 기념관의 링컨 동상
 워싱턴 링컨 기념관의 링컨 동상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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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기념관은 제가 주마간산으로 둘러 보고 사진 찍고 지나가는 '관광스러운 여행'도 좀 하자고 주장하여 들렀습니다. 얼마나 준비가 없었는지 링컨 기념관에 가서는 대리석으로 만든 거대한 링컨 동상만 보고 사진을 찍은 후에 다른 관광객들처럼 한참 동안 계단에 앉아서 맞은 편에 있는 워싱턴 기념탑을 쳐다보며 시간을 다 보냈습니다.

링컨 기념과 계단에 앉아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느라 정작 링컨 기념관은 들어가보지도 못하였습니다. 해질녁 분위기에 취해서 워싱턴 기념탑과 그 주변 광장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동안 기념관은 문을 닫아 버렸더군요.

링컨기념관
 링컨기념관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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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은 다 아는 이야기이겠습니다만, 이 건물은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을 베꼈다고 합니다. 36개의 대리석 기둥은 링컨 재임 시절 미국 연방을 이룬 36개 주를 상징한답니다. 링컨의 좌상 높이는 5.8미터이고 조지아산 흰 대리석으로 만들었다더군요.

기념관 벽에는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과 '취임사'가 새겨져 있었는데, 뭐 술술 읽을 수가 없으니 영화에서 많이 본 그 장소에 직접 가 보았다는 이상의 큰 감동은 없었습니다.

게티즈버그 연설은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인용된 명 연설로 손꼽힌다고 하더군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유명한 이 대목은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한국 학생들도 다 알고 있는 문장이지요.

링컨 기념관에서 바라보는 해질무렵의 워싱턴탑
 링컨 기념관에서 바라보는 해질무렵의 워싱턴탑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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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의 연설과 마틴 루터 킹의 연설

링컨 기념관 앞은 노예 해방운동을 계승하였다고 볼 수 있는 민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장소로도 유명하지요. 'I Have Dream(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으로 시작하는 이 연설은 미국 민권운동을 상징하는 유명한 연설입니다.

1963년 8월 28일 수만 명의 군중이 모인 이 자리에서 했던 킹 목사의 연설문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못지 않게 많이 인용되는 문장이지 싶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링컨의 연설에 감동하였지만, 철이 들고 난 뒤에는 킹 목사의 연설을 훨씬 의미있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공교롭게도 노예 해방과 흑인 민권운동의 두 지도자가 모두 암살을 당하였습니다.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나라에서 인권을 위해 노력한 지도자들이 모두 암살당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링컨 기념관 앞 광장 어딘가에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을 기념하는 표지석이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미처 그 자리를 찾아보지 못하였습니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가장 아쉬운 일 중 하나입니다. 몇 년 전 TV에서 링컨 기념관 앞 광장에서 이라크전 반대 집회가 열리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아무 일 없이 고요하더군요.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과 기념탑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과 기념탑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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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기념관 앞 마당에는 많은 한국인들이 빠뜨리지 않는 장소인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와 기념 공원이 있습니다. 이곳 벽면에는 '자유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아마 이 비석을 새긴 분들은 한국 전쟁이 '자유'를 지켜 낸 전쟁이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인 듯합니다.

한국전쟁 참전이 자유를 위한 전쟁?

많은 미국인들과 워싱턴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이 이 곳에서 미국과 미군이 한반도에서 지켜 낸 자유(?)를 기념하는 모양이더군요. 바닥에 이런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 미합중국은 조국의 부름을 받고
생면부지의 나라, 일면식도 없는
그들의 자유를 지켜주기 위하여
분연히 나섰던 자랑스러운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한국전쟁 1950 ~1953년

한국전 참전 기념탑 비문
 한국전 참전 기념탑 비문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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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한국 전쟁에 참전하여 5만4246명이 죽었고, 10만3284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하더군요. 안타까운 희생인 것은 분명합니다만, '생명부지의 나라 일면식도 없는 그들의 자유(?)를 지켜주기 위한' 죽음이었다고는 주장에는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미국의 한국전 참전은 동아시아 대외 전략으로 부터 비롯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것었습니다. 불과 몇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에 파병을 결정할 때, '국익'을 내세웠던 것과 마찬가지였겠지요.

아무튼 미국이 한국인들의 자유를 지켜주기 위하여 참전하였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만, '자유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는 말은 전쟁을 기념하는 장소 대신 민주주의를 기념하는 장소에 더 잘 어울리는 문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링컨 기념관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인권과 자유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링컨, #링컨기념관, #워싱턴, #전쟁,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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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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