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짹짹짹~짹짹짹"

한숨 자고 일어나 아랫논에 나가보면 그새 자라난 풀들이 논두렁에 지천이다. 풀약(제초제)를 뿌리지 않아 이웃 논들과 달리 풀들이 무성한데, 요즘 아침 저녁으로 틈틈이 낫질을 해주고 있다.

밀집모자를 푹 눌러쓰고 묵묵히 낫질을 하고 있는데, 논둑에 뿌리를 내린 뽕나무가 소란스럽다. 벼도 익지 않았는데 참새들이 웬 난리인가 싶어 바삐 움직이던 낫을 놓고 살짝 엿봤더니, 그새 뽕나무의 검붉은 열매가 탐스럽게 익어 있었다.

이를 따먹으려고 새들이 몰려든 것인데, 참새뿐만 아니라 까치도 오디 맛을 아는지 뽕나무로 날아들었다. 달콤한 오디뿐만 아니라 누에도 잡아 먹을 수 있을테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여하간 야단법석인 참새 핑계로 허리를 한번 펴고, 다시 쪼그려 앉아 논둑 풀베기를 오리걸음으로 이어갔다. 그러자 사람소리에 황급히 달아났던 참새들이 다시 뽕나무로 날아들었다. 저녁해가 슬슬 넘어가는데도 집으로 돌아갈 생각도 않고.

그렇게 얼추 풀베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콩밭 김매기를 끝낸 어머니는 "참새가 다 따먹고 이것 밖에 없네"라며 소쿠리에 참새가 따먹고 남긴 오디를 맛보기 삼아 따냈다.

논두렁 말고도 아랫밭에 심어둔 뽕나무가 있는데, 이미 참새가 많이 따먹었다. 손과 입 주위를 붉게 물들이는 오디의 참맛을 참새들도 잘 아는 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발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참새, #참맛, #오디, #뽕나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