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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11 테러의 주동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하고 있다.
 5월 1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11 테러의 주동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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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특수작전팀에 의해 파키스탄에서 사살된 지 일주일 후인 지난 주말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남부 도시 칸다하르에서 대대적인 연쇄 테러를 자행했다. 탈레반은 자살 폭탄 테러와 폭발물로 정부 관련 시설 6곳을 공격했고, 이로 8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부상당했다.

탈레반은 가장 경비가 삼엄한 정부 건물을 공격해 자신들의 존재와 전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앞서 탈레반이 빈 라덴 사살에 대한 복수를 예고했었기에 자연히 이 연쇄 테러에 세계의 이목이 모였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번 공격은 빈 라덴 사살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탈레반이 선포한 "봄 항전"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4월 30일 탈레반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통해 5월 1일 "봄 항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날이 교묘하게도 빈 라덴의 사망일과 겹쳤다. 이번 연쇄 테러는 또한 지난 4월 24일 일어났던 칸다하르 탈옥 사건과도 관련 있다. 이날 500명 정도의 죄수가 스스로 만든 지하 땅굴을 통해 탈옥했는데 그중에는 탈레반 지휘관 106명이 포함돼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정보국과 다른 정보를 인용해 외신들은 일제히 이들이 지난 일요일의 연쇄 테러에 직접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의 봄 항전... "새들도 피난 갔다"

탈레반의 "봄 항전" 발표 이전부터 이미 칸다하르에서는 탈레반의 공격이 잦아지고 있었다. 탈레반은 여러 가지 면에서 최고 상황을 맞고 있는 듯하다. 날씨가 풀리면서 '전투의 계절'이 다가왔고, 그에 맞춰 106명의 지휘관이 탈옥해 탈레반은 교전을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미국의 빈 라덴 사살로 순교자를 위한 '보복 성전'이라는 싸움의 명분까지 얻었다.

탈레반의 공격이 잦아지면서 칸다하르 시내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아 텅 비었고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포목점을 운영하는 압둘 카두스는 뉴욕타임스(NewYork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생계를 걱정했다.

"정말 문제다. 벌써 이틀째 시장이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일해야 하고, 물건도 사야 하고, 생계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밖으로 나올 수가 없다."
 
영국 BBC는 한 경찰관 말을 인용해 원래 교전이 잦은 칸다하르긴 하지만 지난 몇 주의 상황은 30여 년 만에 최악이라고 보도했다. 초케 마다드라는 상인은 칸다하르의 상황을 짧게 요약했다.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칸다하르의 새들도 피난을 떠나 버렸다." 

지난 7월 25일 아프가니스탄 경찰 차량이 가즈니주의 탈레반에게 살해된 한국인 인질이 발견된 장소에 도착하여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지난 7월 25일 아프가니스탄 경찰 차량이 가즈니주의 탈레반에게 살해된 한국인 인질이 발견된 장소에 도착하여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지난 2007년 7월 25일 아프가니스탄 경찰 차량이 가즈니주의 탈레반에게 살해된 한국인 인질이 발견된 장소에 도착하여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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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아 본격적인 공격을 재개한 탈레반에게 빈 라덴 사망은 한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토군과 미군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는 고무적인(?) 소식이기도 하다. 이런 연유로 빈 라덴의 사망과 탈레반의 복수 천명이 아프간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아프간 탈레반은 알 카에다와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탈레반이 알 카에다의 수장 빈 라덴의 사살에 대한 복수를 천명한 것일까.

2009년 11월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는 미군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아프가니스탄에 100명 미만의 알 카에다 대원만이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전쟁이 알 카에다 소탕을 목적으로 시작됐고 그 전쟁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비춰본다면 아주 적은 수다.

이 때문에 알 카에다는 공격과 자기 부대 보호를 위해 대부분 탈레반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에는 좀 더 많은 300명 정도의 알 카에다 대원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탈레반과 함께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 나토군을 공격한다. 이에 반해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양국 국경지역에만 각각 수천 명의 대원이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수적으로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양국에서 알 카에다를 훨씬 능가하고 세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알 카에다와 탈레반은 밀접한 파트너

탈레반 파벌들과 알 카에다는 이슬람 교리와 관련해 조금 거리를 두는 일이 있긴 하지만 전투에서는 나토군 및 미군, 그리고 이들에 협력하는 아프간 정부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밀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알 카에다에 가입하기 위해 파키스탄 국경 지대를 찾은 외국 대원도 결국 탈레반과 활동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탈레반과 알 카에다는 폭발물과 자살 폭탄 테러 네트워크도 공유한다. 아프가니스탄 내무부 대테러국의 압둘 마난 파라히 장군도 이를 언급했다.

"알 카에다는 탈레반의 스승이고 아주 밀접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사상적인 유대를 가지고 있다."

뉴욕대학 국제협력센터가 올해 2월 발표한 연구보고서는 최근 몇 년간 탈레반 내에서 알 카에다와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드러났으며 알 카에다와 같은 외국 무장대원들의 존재에 대한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거리 두기와 불만은 탈레반과 알 카에다가 공동의 적을 상대해야만 하는 상황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 9월 23일 아프가니스탄 남부 칼라이 나우 지역에서 탈레반의 로켓포 공격이 있은 후 미 해병대가 수색작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월 23일 아프가니스탄 남부 칼라이 나우 지역에서 탈레반의 로켓포 공격이 있은 후 미 해병대가 수색작전을 펼치고 있다.
ⓒ ATLAS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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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도된 한 탈레반 지도자와의 인터뷰도 탈레반과 알 카에다의 밀접한 협력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 타임스(Asia Times)는 빈 라덴 사망 후인 지난 5일 파키스탄 국경지역의 와지르 부족 지도자이자 탈레반인 나지르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물라 나지르라고도 불리는 그는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 지역에서 나토군 공격은 물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을 위한 대원 모집에도 능한 사람이다. 그가 관리하는 탈레반 네트워크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 지역 전체를 포함한다.

빈 라덴 죽음, 아프간 전쟁 더 복잡해질 듯

인터뷰에서 나지르는 알 카에다에게 현대 게릴라 전투 기술과 전투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명성을 얻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알 카에다와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레반 내부하고만 관계하면 대원과 자금을 확보하는데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알 카에다와 연합하면 최고의 아랍 사령관들과 협력해 전투할 수 있고, 이들 아랍 사령관들이 자금도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나지르는 탈레반과 알 카에다와의 긴밀한 관계를 짧게 요약했다.

"알 카에다와 탈레반은 하나다. 전투와 관련해서는 다른 전략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정책과 관련해서 우린 하나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다양한 보도와 분석을 종합하면 탈레반과 알 카에다의 관계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둔 협력 관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탈레반이 성장하는데 알 카에다가 실질적인 도움을 줬고 지금도 탈레반은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자금을 운용하는 알 카에다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덧붙여 이슬람 국가를 침략한 외국 군대와 그들에 협력하는 아프간 정부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급진적인 이슬람 사상도 공유하고 있다. 알 카에다와의 이런 협력관계와 근본적인 사상적 유대를 고려한다면 빈 라덴 사망에 대한 탈레반의 복수 천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봄 항전"이 시작된 시점에서 "성전"을 위한 좋은 명분까지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활용할 가치도 있다. 최근 수년 동안 탈레반이 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일어난 빈 라덴의 죽음은 결국 아프간 전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새로운 도화선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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