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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현재 쓰는 신호등의 이미지가 남성으로 보여 양성 평등에 맞지 않으니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있는 모습으로 바꿔보자고 경찰청에 제안했다.
▲ 서울시가 제안한 신호등 개선안 서울시는 현재 쓰는 신호등의 이미지가 남성으로 보여 양성 평등에 맞지 않으니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있는 모습으로 바꿔보자고 경찰청에 제안했다.
ⓒ SBS 뉴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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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성평등일까? 아, 헷갈린다. 신호등도 그렇고, 비상탈출구도 그렇고, 성 중립적인 모양이라고는 하지만 '남성'의 모습임은 틀림없다.

이게 무슨 남녀평등과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여러 이미지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학습되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늘 남자로 대표되는 이미지를 보면서, 그게 정상이고 표준이고 일상이라는 무의식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호등을 성 중립적인 어떤 것으로 바꾸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긴 머리의 치마 입은 이미지가 여성인가?
이게 오히려 여성에 대한 고정 이미지를 고착시키는 게 아닐까?
근데 왜 남자가 앞에 있는 거야? 초등학교에서도 이거 없앤 지가 언젠데?
또 신호등에 담겨야 할 가치가 성평등 뿐일까?
오히려 노인과 아이들 같은 교통 약자들이 이미지의 주인공이 되면 안 되는 걸까?
꼭 사람 이미지여야 할까?
초록불은 걷고, 빨간불은 멈추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니까, 이미지는 어떤 것이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미국에서는 신호등이 워크/ 돈 워크(Walk / Don't Walk)으로 되어 있는 곳이 있다. 어느 곳은 유명한 만화 캐릭터가 이미지로 되어 있다고도 한다. 굳이 바꾸려면, 지자체마다 특성을 살려 남자로도, 여자로도, 노인으로도, 아이로도, 만화 주인공이나 꽃, 나무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이렇게 정리해 보니 남녀가 함께 있는 신호등 이미지는 '오버'다. 게다가 여성 친화도시다 뭐다 해서, 이런 식으로 보여주는 행정만 하는 것도 문제다. 하이힐 안 끼는 보도를 만든다, 핑크 주차장을 만든다 등등 여성들에게 실질적으로는 별로 도움 안 되는 보여주기식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예산은 또 얼마나 많이 드는가? 서울시에서 신호등을 이렇게 교체하는 데만 42억 원이 든다고 한다. 올해 서울시의 여성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겉모습만 뻔지르르하게 바꿔서 여성들의 삶이 엄청 좋아진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전시행정의 결정판이다.

서울시가 남녀평등에 앞장서겠다는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일을 하려면 제대로 하고, 시민 혈세를 쓰려면 여성들이 진짜 필요한 곳에 제대로 써야 한다.

신호등이 바뀌어도, 정작 여성들은 여전히 밤길이 무섭고, 고용 불안에 떨고 있고, 저출산이라고 애 낳으랄 땐 언제고 임신하니 해고하는 현실에 살고 있다.

남녀평등 신호등,
난 반대일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www.women21.or.kr(여성연합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신호등, #여성연합, #성평등, #성차별, #예산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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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창립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고 여성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연대를 이뤄나가는 전국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여성단체들의 연합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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