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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청에 있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될 예정이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동상을 제작한 조각가가 친일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란 점이 <아산톱뉴스>와 <아산지역언론인연대>(아지연)의 공동 취재결과 추가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동상을 존치시키기보다는 하루 빨리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아울러 국회가 보다 철저한 고증을 거치지 않고 서둘러 이관하려 했던 이유가 이 때문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1973년에 제작된 이순신 장군 동상의 조각가는 개성 출신으로 홍익대와 이화여대에서 교수를 역임한 김경승(1915∼1992)씨다. 그의 과거 친일 행적은 너무나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이날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1934년 5년제 관립 미술학교인 도쿄미술학교 조각과 소조부에 입학했고, 1942년 6월 3일자 <매일신보>에 "…더 중대한 문제는 재래 구라파의 작품의 영향과 감상의 각도를 버리고 '일본인의 의기와 신념'을 표현하는 데 새 생명을 개척하는 대동아전쟁 하에 조각계의 새 길을 개척하는 것일 것입니다. 나는 이같이 중대한 사명을 위해 미력이나마 다하여 보겠습니다"라고 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인 '여명'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는 "새벽부터 광산에서 일하고 있는 광부의 모습은 당시 전쟁용 물자 생산에 매진하던 일본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으며, 그 무렵 일본의 전시회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그는 1941년 국민총력조선연맹 산하 친일미술인 단체인 조선미술가협회의 평의원과 조각분과 역원을 맡기도 했고, 이 같은 친일 행적이 문제 돼 해방 이후 미술가들이 만든 조선미술건설본부에 참여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그의 이름은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됐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 이순신 장군 동상의 양식을 떠나 친일 행적이 뚜렷한 작가의 작품이 국회에 버젓이 전시돼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고 개탄했다.

 

이는 결국 왜구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친일 행적이 명확한 작가의 손에 의해 제작 돼, 무려 20년 이상 국회를 지키게 했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운 진실이 아닐 수 없다.

 

충청권 국회의원들은 물론, 아산시민들이 더 이상 이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선 안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경승은 누구?

경기도 개성의 지주 집안에서 출생한 친일 화가. 서양화가 김인승이 친형이다.

 

김인승과 김경승 형제는 어릴 때부터 미술에 재능을 보였다. 먼저 유학한 형을 따라 김경승도 1934년 도쿄 미술학교에 유학했다. 유화과에 다니는 김인승과는 달리 조각과에 입학하였는데, 이 학교의 조각과 학생으로는 최초의 조선인이었다.

 

1937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였고 1943년에는 추천 작가가 되었다. 추천 작가로서 출품한 작품까지 선전에 총 다섯 점의 인물 조각 작품을 출품하였는데 마지막 작품인 <제4반>(1944)이 애국반원인 조선 여성을 묘사하는 등 작품 전부가 일제의 구미에 맞는 시국성을 띠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관변 조직으로 결성된 친일 미술인 단체 조선미술가협회에서 조각부 평의원을 맡기도 했다.

 

이 같은 행적으로 인해 광복 후에는 비슷한 경우로 친일 혐의가 뚜렷하던 김은호 등과 더불어 조선미술건설본부 결성 때 제외되었다. 그의 형 김인승도 같은 이유로 조선미술건설본부에서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1950년대부터 이순신, 안중근, 더글러스 맥아더 등과 현직 대통령인 이승만의 동상을 제작하면서 동상 제작 전문가로서 활동을 재개했다.

 

5·16 군사정변 이후로는 좀 더 정부와 유착한 행보를 보였다. 수유리의 사월학생혁명기념탑을 건설하여 3·1문화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동상을 제작했다.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을 복원하는 일을 맡기도 했다.

 

이화여자대학교와 홍익대학교 교수로,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대한민국 조각계와 미술계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다. 제5공화국 때는 평화통일정책자문위원을 지냈으며, 은관 문화훈장(1982)을 수상했다.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가 정리한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명단 중 미술 분야에 선정되었다.

 

<대표작품은>

 

 '바른역사알리기운동본부'가 밝힌 김경승의 대표적인 작품을 나열해 보면 맥아더 동상을 비롯해 서울 남산공원에 김유신 장군상, 안중근 의사상, 김구 선생상 등이 있다. 그리고 도산공원에 안창호 선생상, 덕수궁에 세종대왕상, 전북 정읍에 전봉준 장군 동상과 부조물이 있으며, 이순신 장군 동상의 경우는 3개나 제작했는데 각각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산 용두산 공원, 통영 남망상 공원 등에 있는 것이다.

 

김경승은 시민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한 위인 동상은 물론 자신과 같은 친일인사들의 동상도 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은 고려대 김성수 동상과 이화여대 김활란 동상, 인천 송도중학교의 윤치호 동상이 그것이다. 또한 수유리 4.19국립묘지 수호자상, 4월 학생혁명 기념탑, 육군3사관학교 내 통일상(대구) 등도 그의 대표작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아산지역언론인연대가 공동 기획·취재했으며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국회, #이순신 동상, #김경승, #친일파, #아산지역언론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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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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