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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빅마마 꽃이 피었습니다>
 책 <빅마마 꽃이 피었습니다>
ⓒ 행복한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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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케이블 텔레비전의 요리 채널을 보다가 재미있는 아줌마 하나를 발견했다. 몸집이 통통하고 귀여운 인상의 아줌마는 깍쟁이 같으면서도 아줌마스러운 말투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속으로 생각했다.

'참 말을 맛깔스럽게 하네. 요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요리하면서 이야기 나누면 즐거울 사람 같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아서인지, 요리하는 수다쟁이 아줌마 '빅마마' 이혜정 씨는 요즘 많은 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요리 프로를 넘어서 오락 프로그램까지 나올 정도니 그녀의 수다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 제법 있나 보다.

<빅마마 꽃이 피었습니다>(이혜정 저, 행복한책장 펴냄)는 빅마마의 수다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평범한 아줌마에서 요리연구가가 되기까지의 과정, 남편 뒷바라지하고 자식 키우며 사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 등 주부라면 공감할 만한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빅마마 이혜정씨의 남편은 산부인과 의사인데 활달하고 통 큰 저자와 달리 꼼꼼하고 검소한 편이라 의견 차이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 모가 났던 부분도 둥글어지는 법. 지금은 서로의 이견을 극복해 나가며 잘 살고 있다.

나이 오십에 남편이 아내에게 쓰는 편지는 어떤 내용일까? 책을 내면서 이혜정씨의 남편이 아내에게 쓴 편지를 엿보다 보니 참 서로 솔직하기도 하구나 싶다.

"남들에게는 이미 다 알려져 있는 일이긴 하지만, 지금껏 우리 서로에게 불만스러운 점이 많아 다투는 일이 적지 않았소. '내 생각은 이런데 왜 당신은 그렇게 못 하나?' 하는 것이 내 불만이었다면, 당신은 내가 좀 더 다정다감하고 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었잖소."

지금 오십대를 맞이한 부부라면 대부분 무뚝뚝한 남편과 수다스러운 아내의 조합이 아닐까? 이들의 이야기가 마치 내 부모님의 이야기 같고 주변 어른들의 이야기 같아서 괜히 웃음도 나오고 공감이 되었다.

저자는 책에서 무뚝뚝하고 원리원칙에 충실한 남편의 모습, 자신과의 갈등, 잠깐 스치듯 있었던 외도 등으로 굉장히 힘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힘든 일들이 있었지만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이혜정씨 특유의 긍정적 사고 덕분이 아닐까 싶다.

통통한 몸매 때문에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냥 '이제부터 저녁 조금 덜 먹어야지', '배가 좀 나오면 어때? 그 대신 배에 힘주고 바르게 앉으면 어때?' 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었다는 저자. 그 긍정적 모습에 보는 사람들도 마음이 즐겁다.

"예쁘게 메이크업을 하고 나면, 나는 '행복해'하고 생각한다. 거울을 보면서 '어머, 어쩜 이렇게 이쁠까?'하고 즐거워한다. 젊음을 지나온 중년의 나이라도, 그다지 굉장한 미녀가 아닐지라도, 거울 속에는 행복한 색깔과 행복한 모양새의 아이라인으로 단장한 행복한 여자가 활짝 웃고 있다."

10여 년 동안 전업 주부 생활... 아이들 다 키운 뒤 시작한 '요리 공부'

많은 여성들이 주부가 되어 출산을 하고 가사 일을 하다 보면 '나도 이렇게 허무하게 늙는구나'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나도 이십 대에는 젊고 예뻤는데…' 하고 생각하면서 괜히 늙는 것을 슬퍼하면 그 모습이 그대로 얼굴에 나타난다.

나이가 들어도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생활하는 모습이야말로 빅마마 이혜정에게서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아닐까 싶다. 저자도 주부로 10년 넘게 생활하다가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나서 요리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빅마마'라는 별명 또한 이탈리아에서 요리 공부를 할 때 그곳 사람들이 손이 크고 담대하다고 붙여준 별명이란다. 활달하고 씩씩하면서 늘 긍정적으로 밝게 사는 모습이 이탈리아 사람들 눈에도 통 크게 보였나 보다.

그냥 집에서 요리하는 아줌마에서 방송에 나오는 요리 연구가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저자의 적극적인 자세를 나도 배우고 싶다. 저자는 말한다. 세상은 내가 먼저 웃고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어떤 누구도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내가 세상을 향해 발을 디뎌야만 세상도 내가 발을 디딜 수 있는 자리를 요만큼 준다. 내가 어떤 집 대문 앞에서 문패를 읽고 '여기 누가 사네?' 하고 속으로만 생각하면 그 집 사람은 내가 누군지 전혀 모를 것이다. 내가 문을 똑똑 두드리고 '계세요?' 하고 들어가야 비로소 그 사람도 '아, 빅마마구나' 하고 나를 알아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주부들이 나이가 너무 먹어서, 그동안 공부한 게 없어서, 늙고 초라해서 등의 이유로 자신을 그저 '집안일이나 하는 주부'로 생각하며 지낸다. 세상에 자신을 당당하게 내세우는 빅마마의 모습은 이런 주부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지금도 이렇게 자신을 과소평가한 채 집에 머무르며 우울해 하는 주부가 있다면 빅마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녀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 적극적으로 세상에 도전하면 좋을 것이다.

아줌마라는 이유만으로 세상에서 괜히 주눅 들 때가 많은 주부들. 빅마마처럼 뚱뚱해도 자신을 사랑하며 당당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미래를 꿈꾸어 본다면 더 이상 구석으로 초라하게 자신을 내몰지는 않을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지금 현재 집안일에 처박혀 있는 한 주부가 놀라울 만큼 멋진 모습으로 변신할지를…


빅마마 꽃이 피었습니다 - 결혼한 여자는 언제 가장 행복하지?

이혜정 지음, 행복한책장(2010)


태그:#빅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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