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헤븐>

<로맨틱헤븐> ⓒ 황홍선


<로맨틱헤븐>은 4장으로 구성돼있습니다. 일단 주요 등장인물인 세 사람, 김지원, 김수로, 김동욱의 이야기가 각 장마다 있고요, 마지막 이들의 이야기가 모두 만나는 4장 '로맨틱 헤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엄마 - 엄마와 같은 골수를 가지고 있는 살인범을 쫓는 딸(김지원), 2장- 아내, 아내를 잃은 남편(김수로), 3장 소녀 - 할아버지의 첫 사랑을 찾아주는 손자(김동욱)의 이야기

<황해>랑 비슷하죠? 하지만 <황해>처럼 아예 대놓고 장을 나누지는 않으니깐 걱정 마시고.

 <로맨틱헤븐>기자 간담회 자리에 선 배우들. 왼쪽부터 김수로, 김동욱, 김지원, 장진 감독

<로맨틱헤븐>기자 간담회 자리에 선 배우들. 왼쪽부터 김수로, 김동욱, 김지원, 장진 감독 ⓒ 황홍선


이렇게 장을 나누었기에 이야기 구성이 살짝 미스터리 분위기입니다. 예를 들어 '1장 엄마'에서는 딸이 살인범을 쫓는 과정까지 보여주고 '2장 아내'에서는 김수로가 어떤 상황에 직면하는 과정에서 멈춥니다. 그렇게 감질 맛나게 각 장을 끝낸 뒤 '4장 로맨틱 헤븐'에서 못 다한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래서 어떤 반전 같은 게 있지 않을까 기대도 했지만, 아쉽게도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한대로, 예고편에서 보여준 거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마지막은 감동의 절정을 위해  어느 정도 신파도 있고요(가끔은 무리수도 있고).

하지만 그 신파가 아주 울음을 짜내는 것은 아닙니다. <로맨틱헤븐>은 '죽음'을 소재로 한 영화 치고 담담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극단적인 이별인데, 이토록 침착하다니, 소주보다는 커피 한 잔으로 슬픔을 참아보려는 느낌?

극중 하느님으로 나오는 이순재 선생님의 인생 끝판까지 가 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뒤 살짝 장진 식 개그로 양념 쳐 훈훈한 메시지로 마무리 합니다. 비슷하게 죽음과 삶을 다루었던 <헬로우 고스트>만큼 감정의 쓰나미가 몰아치는 반전 포인트는 없지만 특유의 담담함 으로 왜 '로맨틱 헤븐'인지 이야기를 꺼냅니다.

장진 감독은 제작보고회 때 <로맨틱 헤븐>을 "영화로 만든 내 유언장"이라고 했습니다. 죽음을 소재로 했지만 처절하지 않고, 죽음이 또 끝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남은 자들에게는 이별의 고통이 견디기 힘들겠지만 죽음 또한 다른 세계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면, 제목처럼 이런 게 천국이라면, 감히 이야기하지만 생의 이별 또한 로맨틱해질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삶과 죽음이라는 극단적 이별 앞에 눈물보다는 다른 세계에서 살아갈 서로의 행복을 바라는 미소 같다고나 할까요.

남은 자들은 남은 세상에서, 떠난 자들은 떠난 세상에서 인연의 추억을 가지고 산다면 제목 그대로, '로맨틱 헤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영화는 말합니다. 솔직하게 싱겁게 봤지만(?) 마지막은 좀 짠하더라고요.

아마 역대 장진 감독 영화 중 가장 잔잔할 겁니다. 물론 장진 식 개그를 기다린 분들에게는 밍밍할 것이고, 어떤 큰 감동을 바란 사람들에게는 그에 못 미칠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고나오면 아,이래서 <로맨틱 헤븐>이었구나 싶을겁니다.

영화를 보고나오면 아,이래서 <로맨틱 헤븐>이었구나 싶을겁니다. ⓒ 시네마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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