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남 산청군 단성면 운리 단속사지에는 동서로 두 기의 석탑이 마주하고 서 있다. 이 탑은 단속사 옛터의 금당터 앞에 세운 탑이라고 하며, 2단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양식의 탑이다. 동탑과 서탑은 그 형태 등이 모두 흡사하게 조성되었으며, 신라 후기의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속사는 신라시대의 유명한 화가인 솔거가 그린 유마상이 있었다고 전하는 곳이다. 현재는 보물 제72호인 단속사지 동탑과, 보물 제73호인 단속사지 서탑 외에 단속사지 당간지주가 남아 있다. 3월 12일 찾아간 단속사지. 마을 안에 서 있는 이 두 기의 탑만으로도 당시 단속사의 모습을 그려보기가 어렵지 않다.

 

 

조형미가 뛰어난 단속사지 석탑

 

단속사지에 남아 있는 두 기의 석탑은 그 조형방법이나 크기 등이 흡사하다. 금당터 앞에 있었다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같은 시기에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 탑들은 상하의 비례가 알맞아 안정적이다. 기단의 아래층은 'ㄴ'자형의 돌을 이용해 바닥돌과 일석으로 조형했다는 점도 이 탑의 특징이다.

 

그 위로 기단을 한 층 더 올린 후 몸돌과 덮개석인 지붕돌을 교대로 올리는 방법을 택했다. 동서탑 모두 머리장식인 상륜부가 일부 남아 있다. 기단에는 각 면의 모서리에 기둥 모양의 조각인 우주와 탱주를 새겼다. 아랫단은 가운데에 탱주를 2개씩을 두고 위에 단은 1개씩 두었는데, 이런 형태는 신라 중기 이후의 석탑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단속사지 3층 석탑의 탑신 위에 얹은 지붕돌은, 처마를 직선으로 처리하였다. 지붕돌의 받침은 5단으로 구성하였으며, 밋밋한 경사가 흐르는 윗면은 네 귀퉁이에서 하늘을 향해 살짝 들어올렸다. 들어올려진 지붕돌의 끝에는 구멍이 보이고 있어 이곳에 풍경 등을 달았음을 알 수 있다.

 

단속사지 동서탑은 지붕돌을 경쾌하게 처리한 점이나 탑의 윗부분으로 갈수록 크기가 알맞게 줄어드는 수법에서, 통일신라 석탑의 전형을 계승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상·하의 비례가 알맞고, 위로 오를수록 탑신의 크기가 알맞은 크기로 구성되어 있어 그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옛 영화를 그려내다

 

마주하고 있는 두 기의 석탑. 그 조형미가 아름다워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동탑보다 기단부 등의 훼손이 심한 서탑은 탑 안에 봉안된 사리함을 도난당하는 등 많은 수난을 겪었다. 1967년 해체보수 시에 서탑의 1층 몸돌의 윗부분에서 부처님의 사리를 넣는 둥근 사리공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상하의 비례가 알맞고 석재의 구성도 규율성이 있어 보이는 단속사지 석탑. 주변에 남아 있는 당간지주와 함께 옛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동서탑을 몇 번이고 왕래를 하면서 감탄을 그치지 못한 것은, 이렇게 비례가 알맞은 탑을 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솔거가 그렸다고 전하는 유마상이 어떤 모습이었을지를 생각하며, 단속사지를 쉽게 떠나지 못한다. 무엇인가 잊고 길을 나서는 것만 같은 기분이기에. 바람이 분다. 아마 이런 바람에 저 지붕돌 사방에 달렸던 풍경들이 한꺼번에 울렸다면, 그 소리만으로도 아름다운 음악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그 아름다운 소리도 함께 바람 속으로 사라졌는지.


태그:#단속사지, #산청군, #동서탑, #보물, #신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