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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단 속담이 있다. 현재 주말드라마로 방송되고 있는 임성한 작가의 <신기생뎐>이 그렇다. 그녀가 극본을 담당했던 작품 중에 <인어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 <보석 비빔밥> 등은 막장드라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보통 사람의 머리로 떠올릴 수 없는 출생의 비밀과 함께 상상을 초월하는 극 진행으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청률은 상당히 높았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전형을 만들어낸 것.

 

워낙 시청률 면에서 스타작가였기 때문에 <신기생뎐>이 SBS를 통해 방영된다고 했을 때 MBC <욕망의 불꽃>과 좋은 경쟁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15회 차가 방영된 <신기생뎐>은 <욕망의 불꽃>의 20%시청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KBS드라마 <근초고왕>의 추격을 걱정해야 될 판국이다. 특히 12일 방영되었던 15회 차의 경우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시청률 조사 집계에 따르면 12.6%를 기록하며 전회보다 1.1% 하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아직 50부작 중 15부임을 감안하면 속단하긴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 드라마란 가치를 생각한다면 현재 15회 분이 방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면에서 정체돼 있다는 것은 사실상 반전이 쉽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욕망의 불꽃>이 종영 된 이후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을 <신기생뎐> 팬으로 끌어들일지 모르지만 이것 역시 현실적으로 쉬워보이지 않는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신기생뎐>이 이현수 작가의 좋은 원작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우선 <신기생뎐>이 15회까지 진행되는 동안 보여준 것은 아무런 의미 없는 내용들이 전부였다. 원작에서 주요 모티브가 된 과거 기생집을 고스란히 담았는데 이런 설정은 거의 의미가 없어보일 정도다. 한국에서 최고의 기생집으로 인정받고 있는 '부용각'을 무대로 하여 등장인물들의 삶과 인생, 그리고 주인공들의 사랑, 여기에다 원작자 이현수씨가 밝혀 듯이 일반 사람들에게 잘못 알려져 있는 기생의 모습을 제대로 드라마로 표현하고자 하는 뜻에서 임성한 작가에게 판권을 넘겼지만, 이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다.

 

현재 50부작 중에 15부가 방영된 <신기생뎐>에서 보여준 것이라곤 예전 임성한 작가가 잘 사용하던 막장 같은 이야기의 나열뿐이다. 기생들의 실상과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전 그녀의 드라마에 자주 나왔던 주인공들이 가진 출생의 비밀과 이리 엮이고 저리 엮이는 캐릭터들의 모습만 존재했을 뿐이다. 도대체 왜 드라마에 부용각이 등장하고 기생이 등장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 것.

 

지금 같은 처지라면 막장으로 이야기가 흐를 수도..

 

아직 주인공인 단사란(임수향)이 부용각이란 기생집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았다. 하지만 50부작 드라바 중 15부작이 흘러갔는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지도 않은 것이다.

 

특히 원작을 읽은 시청자들이라면 TV드라마 <신기생뎐>의 이야기가 더 답답하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책과 드라마가 아무리 다르다고 하지만 결국 전해주고자 하는 본질적인 이야기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충분히 더 세세하게 묘사할 수 있는 부분은 더 깊이 있게 묘사를 하고 드라마와 어울리지 않는 부분은 과감하게 제거하면서 속도를 올려야하는데 전혀 그런 것이 드라마 <신기생뎐>에 존재하지 않고 있다.

 

이 부분도 왜 이런지 이해는 된다. 원작이 7권 분량의 소설이다. 사실 이정도 분량이면 미니시리즈로 만드는 것이 옳았다. 미니시리즈 분량이면 충분한 이야기를 무리하게 거의 대하사극 수준인 50부작 드라마로 만들면서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50부 방영분을 채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드라마 작가의 상상력 외에 없게 된다.

 

물론 임성한 작가가 초반 시청률 부진을 딛고 후반 좋은 시청률을 기록한 사례도 있었다. 이런 밑바탕이 된 것은 시청자들이 욕을 하면서도 보게 만드는 막장 드라마의 길을 택한 경우기 때문. 도저히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캐릭터 설정과 막무가내로 나가는 드라마 스토리가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을 때다. 솔직히 <신기생뎐> 역시 반전을 노리기 위해서는 이제 이런 방법 외에 다른 길이 없단 생각이 든다. 앞으로 두고 봐야 하겠지만 원작이 가지고 있던 탄탄함이 드라마에서 살아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과연 이번에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막장 이야기로 드라마를 끌고 가지 않을지 그 결과를 가늠해보는 것도 <신기생뎐>을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신기생뎐, #임수향, #무비조이, #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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