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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영화라면 화장실유머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음은 당연해요. 대신 이런 전제조건이 붙으려면 정말 관객들이 그 화장실유머를 보면서 박장대소해야 하죠. 만약 큰 웃음이 아니라 짜증이나 화를 부추긴다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특히 성적인 코드가 가미된 화장실유머라 하면 더 하겠죠. <사랑이 무서워>는 세련된 한국 코미디영화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 과거 2000년대 초반 한국코미디영화를 생각나게 해요. 초반부 웃음, 후반부 무리한 감동 코드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죠.

상열(임창정)은 정말 찌질 남이에요. 그 나이 먹고도 연애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죠. 여기에다 직업은 홈쇼핑 시식 모델이에요. 무엇하나 특별하게 내세울 것이 없는 인물이죠. 문젠 이런 상열이 모델 소연(김규리)을 좋아하면서 시작되죠. 당연히 소연의 눈에 상열은 전혀  들어오지 않아요. 그에게 작은 관심조차도 없단 것이죠. 소연에겐 잘나가는 애인 박PD(김태훈)가 있어요. 하지만 두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죠. 바로 소연이 박PD의 아기를 가지면서 부터에요.

박PD는 소연에게 유산을 요구하지만 그녀는 들어주지 않죠.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고 말아요. 하지만 박PD와 헤어지고나자 소연은 걱정이 생기기 시작해요. 아빠 없는 아이로 아기를 키울 수 없단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럴 때 상열이 그녀와 하루 밤을 같이 했다고 착각하는 사건이 발생해요. 소연은 상열에게 아이를 가졌다고 이야기를 하죠. 짝사랑 해오던 완벽녀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고 하자 상열은 꿈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죠.

<사랑이 무서워>는 과거 2000년대 초중반에 선보인 임창정 코미디영화에서 크게 벗어나 지 않고 있어요. 바로 <색즉시공>, <위대한 유산>, <낭만자객>, <파송송 계란탁> 같은 작품들이에요.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을 보고 만족하지 못했다면 <사랑이 무서워> 역시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작품이에요. 어떤 방향으로도 이 작품은 과거 그의 코미디영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스토리 개연성 없고 웃음은 2000년대 중반까지 통한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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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서워>는 아무리 좋게 평가를 내려도 두 배우의 개인기에 기댄 코미디영화에요. 오히려 이 작품에선 익숙한 임창정식 코미디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김규리의 코미디가 더 색다르게 느껴질 정도죠. 이전 찌질 남의 극치를 보여준 임창정 코미디는 이제 사실 식상하고 재미없어진 것이 사실이에요. 너무 비슷한 이미지를 2011년 다시 반복한다는 것은 그에게도 큰 이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화를 선택한 것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죠. 물론 그의 애드리브나 개인기는 이 영화에서도 살아 있어요. 단지 식상하다는 것뿐이죠.

여기에다 더 큰 문제는 스토리가 아무리 화장실유머를 기반에 둔 코미디영화라고 해도 기본적인 골격을 갖추고 있어야하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소연과 상열이 황당한 사건으로 엮이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 코미디영화 특유의 과장됨으로 채워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도, 이후 상열이 보여주는 행동이나 일들은 도저히 쉽게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죠. 여기에 자신의 아이를 미혼모 자식으로 만들 수 없단 고귀한(?) 사명감 때문에 스토커 같았던 상열과 함께하는 소연도 쉽게 이해할 순 없는 캐릭터죠.

모든 것이 제대로 된 것이 없다보니 정말 <사랑이 무서워>는 두 사람의 개인기에 기댄 화장실유머와 애드리브, 슬랩스틱코미디에 기대고 만 작품이 되었어요. 영화에서 보여준 이런 전략적인 선택들이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 작품이 걸어갈 길은 단 하나뿐이죠. 코미디영화로서 실격인 동시에 과거 코미디 유물을 2011년에 또 다시 꺼낸 전략적 선택 역시 실패한 영화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게 되는 것이죠. 결국 작은 웃음조차 남지 않는 이상한 코미디영화가 되고 마는 것이에요.

상당히 안타까워요. 요즘 수준 높은 휴먼코미디도 많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유통기한이 다 지난 2000년대 초반의 코미디 스타일이 다시 상업영화로 나왔단 점에서 그래요. 하필 그런 영화의 주연을 맡은 인물이 <스카우트>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임창정이란 사실이 더 안타까워요. 충분히 다른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그가 선택한 작품들을 떠올려보면 임창정이란 배우의 이미지가 한 곳에서만 소비되는 것 같아 더 안타까워요.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1년 3월10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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