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스틸컷

▲ 파수꾼 스틸컷 ⓒ KAFA Films

<파수꾼>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이 있는 영화다. 이 작품은 한 고등학생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평소 아들에게 무심했던 아버지(조성하)는 아들 기태(이제훈)의 갑작스러운 자살에 죄책감을 느끼고 그 이유를 쫓기 시작한다. 그가 처음으로 발견한 단서는 바로 서랍에 들어 있던 사진 한 장이다. 그 속엔 아들의 친구였던 동윤(서준영)과 희준(박정민)이 있다. 아들이 어떤 이유로 자살을 했는지 알고 싶었던 아버지는 동윤과 희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쉽게 만날 수 없다.

 

두 사람 중 동윤은 학교를 자퇴했으며 희준은 전학을 갔다. 점점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가면서 아들과 두 친구 사이에 이상한 기운을 알아채게 되는 아버지. 과연 세 친구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왜 자퇴를 하고 전학을 간 것일까? 그들의 일과 아들의 자살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런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미스터리가 점점 밝혀져 가면서 아들의 충격적인 죽음에 대한 진실 역시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윤성현 감독은 세 친구의 이야기를 힘있게 풀어냈다. 세 사람 사이에 일어났던 여러 가지 사건과 일들, 그리고 왜 그렇게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관객들이 충분히 납득하고 개연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게 이야기를 구성했다. 이런 이야기의 힘은 관객들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큰 활력소가 된다. 상당히 무거운 이야기임에도, 개인적으로 한 순간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은 것은 바로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이런 장점 때문이었다.

 

특히 남성관객들에게 <파수꾼>은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영화다. 이유는 세 고등학생의 이야기가 너무나 리얼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런 리얼함은 현실적인 이야기로 영화를 받아들이게 만든다. 주인공들인 기태, 동윤, 희준이 보여준 영화 속 이야기들이 우리 시대의 현실을 극단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에다 거친 욕설과 남성적인 대사, 그리고 고등학생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 등을 통해 현실적인 리얼리티를 극대화시킨다.

 

윤성현 감독의 연출력이 영화 전체를 지배

 

파수꾼 스틸컷

▲ 파수꾼 스틸컷 ⓒ KAFA Films

<파수꾼>은 그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인다고 해도 윤성현 감독의 연출력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는 영화다. 그가 얼마나 영화 속 캐릭터를 섬세하게 구축했는지 세 주인공들의 행동과 말투를 조율한 것에서도 나타난다. 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동과 작은 습관 등 리얼리티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물들은 극에서 더 큰 현실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해주고 있다.

 

이렇게 극대화된 캐릭터는 이야기가 파국으로 가면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캐릭터들의 습관과 행동이 결국 이 세 친구가 비극적인 결말로 가는 하나의 축이 되기 때문이다. 정말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균열이 돌이킬 수 없는 하나의 큰 벽이 되어버리는 과정들이 리얼해질 수 있었던 것 역시 윤성현 감독이 세밀하게 연출해낸 캐릭터힘 때문이다.

 

여기에다 또 한 가지 감독의 연출력을 칭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미스터리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왜 기태가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기태의 아버지가 아들의 자살에 대한 진실을 알고자 접근해 가는 과정이 너무나 잘 구축되어 있다. 관객들이 왜 기태가 자살했는지 그 이유를 영화 말미까지 궁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초반 천천히 진행되는 이야기 때문에 연출에 조금이라도 허점이 보인다면 이야기 전체의 밸런스가 무너져서 관객들의 시선이 한 순간에 영화에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성현 감독은 <파수꾼>을 통해서 자신의 재능을 확실히 알려주었다. 한 해 동안 개봉하는 영화들이 많이 있지만 재능 있는 감독을 발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2011년 벌써 <혜화,동>의 민용근 감독과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을 발견했다. 그 어느 해 보다 재능 있는 감독들이 초반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감독으로 성장해갈 것인지 윤성현 감독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국내개봉 2011년 3월 3일.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3.09 10:55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1년 3월 3일.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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