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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개봉했던 영화중에 가장 과소평가 받았단 이야기를 듣고 있는 <마녀의 관>이 시네마테크부산에서 지난 3일 무료 상영된 후 박진성 감독과의 GV(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 작품은 상당히 독특하게 진행되는 영화다. 총 세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서 각 챕터마다 '마녀'란 주제를 놓고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첫 번째 챕터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녀의 이야기, 두 번째 챕터는 수도사들이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된 마녀의 이야기, 세 번째 챕터는 시각장애인이 마녀에게 빠져서 음악이 들어있는 인형극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보여준 세 가지 에피소드는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지만 같은 배우들이 다른 인물 역할을 맡아 출연하면서 동일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특히 주제가 마녀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각 챕터들이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인 동시에 동질한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 이렇게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 <마녀의 관>은 작년 전국 2개관에서 개봉하여 5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만약 시네마테크부산에서 무료상영이란 기회가 없었다면 대부분의 부산관객들은 영화를 볼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특히 <마녀의 관>을 연출한 박진성 감독은 <기담> 시나리오 작가로도 유명하다. 또한 <마녀의 관>은 3D로 찍은 작품이다. 서울디지털영화제에서 3D로 상영 한 적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번 부산 상영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지금부터 지난 2일 강소원 평론가의 사회로 시작된 관객과의 GV를 풀어보겠다.

-[관객질문]영화를 보면 어떤 장면은 롱테이크로 가고 또 다른 장면들은 짧게 가는 경우가 반복되었습니다. 일부러 의도적으로 이렇게 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최대한 솔직하게 말씀드리기로 했는데요. 사실대로 이야기 드리면 제가 의도하거나 그런 것은 전혀 없습니다. 더 솔직히 이야기 드리면 소스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길게 가야 될 경우도 있고요. 원하는 장면에서 제대로 찍힌 것들이 많으면 짧게 짧게 그렇게 갔습니다. 무슨 심오한 뜻이 있어서 그런 방식으로 만든 것은 아닙니다. 영화 촬영을 하면서 장시간 찍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낮이지만 발전기 차(조명을 위해)가 돌아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상황에 맞추어서 찍다보니까 어떤 장면은 롱테이크로 가고 어떤 장면은 짧게 가고 그랬습니다."

"호러영화 좋아하고, 처음부터 옴니버스 작정하고 시나리오 쓰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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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질문]<기담>과 <마녀의 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챕터도 나뉘어져 있고 조금은 슬프고 무섭고 그랬습니다. 이런 것들을 어디서 영감을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은 여러 다양한 장르들이 있는데요. 그런데 영화로 만들어야겠다 혹은 시나리오를 쓰야겠다 생각을 하면 이런 장르들이 쓰여 지는 것 같아요. 저는 호러영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개봉한 영화들은 거의 다 봐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일종의 버릇 같단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옴니버스 같은 경우에는 상업영화로 만들 때는 싫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시나리오 작성하다보면 자꾸 옴니버스 형태로 가게 됩니다. <기담>도 그랬고 <마녀의 관>도 그런데요. 처음 의도적으로 옴니버스 형태로 쓴 것은 아닙니다."

-[관객질문]<기담>은 시나리오만 작성했고 <마녀의 관>은 시나리오와 감독까지 하셨습니다. 감독까지 했을 때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특정 대학이 계속 영화에서 나오던데 이유가 무엇입니까?
"첫 번째 질문에 이야기를 드리면 시나리오만 쓸 때보다 속상한 일은 연출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종이 위에는 제가 상상하던 것을 마음대로 썼는데 실제 연출을 해보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이번 연출을 통해서 깨달은 것 같아요. 그게 속상하긴 한데요. 대신 전 이거 할 때 정말 좋았어요. 영화 찍는 걸 처음 해봤으니까요. 김기덕 감독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왜 사람들이 영화를 연출 안하는지 모르겠다. 전 그 말이 이해가 갑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꼭 하실 수 있는 분들은 도전을 해보시라고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기분 나쁜 샐러리맨 이야기가 영화에 계속 나오는데요. 그건 실제 제가 본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 사람들이 특정대학 출신은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제가 그 대학을 나왔다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관객질문]시나리오를 잘 쓰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전 시나리오를 쓸 때 무엇을 담아야겠단 생각을 해도 잘 써지지 않습니다. 시나리오를 잘 쓰는 방법은 있지도 않고 있다고 해도 제 입으로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어릴 때 읽었던 동화나 글 중에 무서운 것이 있었지만 나이가 들고 나서 보면 하나도 무섭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왜 그럴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시간이 흐르면 어떤 것이든 여러 가지 생각이 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해석까지 하기란 상당히 힘듭니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관객들이 기쁘게 봐주시면 자신도 기쁜 것입니다. 억지로 어떤 느낌을 가져라 만든 감독이 이야기 하는 것은 무리란 생각을 합니다."

-[강소원 평론가]영화 만들 때 즐겁다고 하셨는데요. 두려움 같은 것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영화 찍을 때 한 달(17일에서 18일 정도). 그 정도는 기쁘고 너무 행복하죠. 나머지 기간은 아휴...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 기간(시나리오 작업 등등)을 얼마나 잘 끌고 갈 수 있는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관객질문]샐러리맨들은 계속 같은 인물들만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정확하게 표현은 안 되었는지 모르지만 전부 같은 날에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강소원 평론가]챕터3에서 아는 동생이 시각장애인 주인공을 따라가면서 몸을 숨기는데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드셨습니까?
"처음이예요 저한테 이런 질문을 하신 분이 말입니다. 그거 유머입니다. 그게 시나리오에 있어요. 시각장애인을 쫓아가면서 몸을 이리저리 숨긴다."

"좋은 시나리오 쓰기 위해서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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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질문]실제 여주인공을 캐스팅할 때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임지영씨는 영화 작업이 처음입니다. 소개를 받았고요. 러시아에서 공부를 하고 왔습니다. 만나서 연기하는 것을 봤는데요. 연기에 미친 것 같지는 않았고요. 그런데 이 친구가 상당히 당돌하고 적극적이었습니다. 저한테 같이 할 건지 안 할 건지 계속 질문하더라고요. 그래서 캐스팅을 해서 하게 되었고요. 막상 연기를 해보니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관객질문]감독님만의 시나리오를 구체화 시키는 노하우가 있습니까?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제작부와 싸우더라도 끝까지 고집을 해야 합니다. 물론 욕은 많이 먹습니다. 언제까지 만들어야하는데 자꾸 미룬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좋은 시나리오가 나옵니다.

그리고 영화 만들 때 자기를 천재라고 생각한다면 나중에 힘듭니다. 또한 친한 친구 불러서 자기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나중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대한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내 영화에 맞는 좋은 스태프를 데리고 오셔야 합니다. 워크샵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고요. 최대한 프로 스태프를 데리고 오셔야만 어떤 장면을 구현할 때 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늘어납니다.

또한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막히게 되면 시간을 두고 나중에 해야 합니다. 물론 촬영장에 가져가서 해야 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원래 시나리오가 안 된 상태에서 촬영을 하면 제대로 나올 수가 없겠죠.

저도 시나리오 쓰고 있는 게 지금 40여분 정도에서 막히고 있어요. 박찬욱 감독님이 이야기를 하셨는데. 한참 잘 쓰질 때 멈추라고 하시더라고요. 한 번 호흡을 멈추고 다음 날 일어나서 시나리오를 작성하라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런데 이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무비조이]연극 <고글 3부작-비이>하고 비교하면 연극보다 지루했단 평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작년 개봉했던 저예산 영화 70여 편이 동원한 관객 수가 80여 만 명이었습니다. 감독님 같이 독특한 감성으로 영화를 만드시는 분들이 계속 같은 작업을 고집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 작업도 지금과 같은 것을 고집하실 것인지 궁금합니다.
"연극 같은 경우 전 보지는 못했습니다. 이 영화의 2막은 영화도 아니고 연극도 아닌 상태입니다. 저한테도 그런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분명 라이브로 찍었으면 관객들에게 연극 같은 느낌을 전해주어야 하는데 실제 영상으로 보고 있으면 크게 그 감정이 전달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게 형식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게 잘 모르겠단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한테도 항상 큰 고민이었습니다.

제 작품도 영진위 1억 원 지원 작품입니다. 서울에서 2개관 개봉을 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을 보였는데요. 관객 수가 500명이었습니다. 문화적으로 생각을 하더라도 비용 면에서 상당히 효율이 떨어져버립니다. 그리고 다음 작품도 계속 이렇게 할지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습니다."

-[무비조이]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칼로 찌를 때 마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었습니다.
"2막의 경우는 원작 소설에서 가져왔지만 원작자가 그런 것을 의도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1막에서 보여주는 것은 아주 격렬한 성행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녀의 관 박진성 감독 무비조이 MOVIEJOY 시네마테크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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