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필름 스틸컷

▲ 이상우필름 스틸컷 ⓒ 이상우필름


이상우 감독의 <엄마는 창녀다>가 3월 개봉예정이다. 처음 너무 파격적인 영화제목에 먼저 눈길이 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 주의깊게 봤던 것은 바로 김기덕 감독 밑에서 스태프와 연출부로 함께 했던 감독의 경험이다.

그는 <숨>과 <시간>이란 작품을 통해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참여했다. 최근 들어서 김기덕 감독 밑에서 영화를 같이 했던 신인 감독들이 약진하고 있다. <영화는 영화다>와 <의형제>의 장훈 감독,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 감독, <개 같은 인생>의 노홍진 감독, <아름답다>의 전재홍 감독, <피터팬의 공식>과 <폭풍전야>의 조창호 감독 등이 이미 충무로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이상우 감독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그는 <엄마는 창녀다>란 작품을 통해 2010년 여러 영화제에 초대 받았다. 하지만 개봉까지 조금 더 인내가 필요했다. 영화 제목만큼 내용 역시 파격적이기 때문이었다.

상우(이상우)는 에이즈 환자다. 현재로서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상태나 다름없다. 그가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자신의 엄마를 '전국에서 최고로 싼' 창녀로 홍보하는 것.

예순의 나이에 창녀 일을 해야만 하는 엄마. 그런 엄마가 아니면 생활을 할 수 없는 밑바닥 인생 상우. 이렇게 두 사람의 인생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 것은 상우의 아버지가 남긴 파편의 흔적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상우의 아버지는 젊은 여자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가정 역시 평탄하지 않다. 상우가 이전에 받았던 상처를 새로운 가족 역시 받고 있는 것.

<엄마는 창녀다>는 제목만큼이나 충격적인 내용의 영화임을 줄거리만 읽어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이상우 감독의 영화는 어떤 면에서 초기 김기덕 감독 영화와 많이 닮았다. 반사회적이면서 여성에게 기생하여 살아가는 남자란 구도가 그렇다. 과연 이상우 감독이 어떤 의도로 이렇게 파격적인 영화를 연출하게 되었는지 지난 5일 서면 인터뷰를 했다.

"아들들은 엄마의 피를 죽을 때까지 빨아먹고 기생한다"

엄마는 창녀다 스틸컷

▲ 엄마는 창녀다 스틸컷 ⓒ 이상우필름


- 영화 제목도 파격적이지만 영화 내용도 파격적입니다. 어떤 의도에서 영화를 기획하고 연출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전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엄마를 둔 아들들은 다 포주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의 피를 죽을 때까지 빨아먹으며 기생하는 포주인 셈이죠. 일찍 자립해서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아들들도 많지만, 대부분 아들들은 늦은 나이까지 엄마에게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평생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아들과 엄마의 관계, 그리고 가족들 간의 관계를 통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를 아들이 엄마 손을 잡고 극장에 들어와 같이 보기엔 참으로 껄끄럽기도 하겠지만, 포주와 창녀란 극단적인 관계에서 오는 설정을 배제한다면 그렇게 불편한 가족 영화가 아니란 생각이 들기도 해서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 상우란 인물의 경우 자신은 포주가 되고 엄마는 창녀가 되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우의 심리묘사가 상당히 중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감독님이 상우란 인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신경 쓴 대목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 이름처럼 주인공 이름을 상우로 짓고, 제가 직접 연기했습니다. 상우의 심리 묘사를 위해 그냥 영화 속 주인공이 저라는 생각으로 연기했습니다. 이런 파격적인 설정에 지나치게 인위적인 심리묘사나 행동이 오히려 관객들에게 부담스러울 거란 생각에 최대한 엄마와 아들 사이의 자연스러움을 강조했습니다."

-위와 이어지는 질문입니다. 중요 인물인 상우를 직접 연기하셨는데요. 감독이 주요 배역을 맡아서 연기까지 함께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연기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그냥 엄마와 편하게 얘기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연기와 연출을 병행하는 것이 좀 힘들었습니다. 엄마와 아들의 대사는 정해진 대본 없이 가슴에 담아둔 얘기를 엄마에게 말하듯 풀어내면서 했습니다. 영화를 찍으면서 엄마에게 그동안 너무 불효자로 살아온 내 인생을 반성하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제목으로 관객들 현혹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엄마는 창녀다 스틸컷

▲ 엄마는 창녀다 스틸컷 ⓒ 이상우필름


- 영화 완성도와 상관없이 제목과 줄거리 때문에 큰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일부에서 너무 자극적이란 비판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목 선정에서 많은 고심을 했는데 그냥 영화처럼 돌려 말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가고 싶어서 밀어붙인 제목입니다. 처음에는 '진짜 엄마가 창녀야?'란 호기심으로 보기 시작한 관객 중에 상영 중 나가거나 불편하다며 감독인 저에게 욕을 한 적은 없습니다.

엄마와 아들 사이에 흐르는 한국적인 정서를 이해하시는 관객들이 매 상영 후 박수를 주셔서 저도 큰 힘을 얻었습니다. 제목으로 관객을 현혹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이 제목이 가장 적당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관객들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상우 엄마와 섹스를 나누는 사람들은 하반신 불구의 장애인, 지체장애인 등 실제 현실에서 섹스를 나누기 쉽지 않은 분들입니다. 이런 설정을 한 이유가 있습니까?
"이 영화 속에서 남자들에게 몸을 파는 여자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20대 젊은 여자가 아닌 60대 여자입니다. 이미 여자로서의 삶이라기보단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나이입니다. 현실에서도 이런 여자는 남자들과 자유롭게 섹스하기가 곤란한 나이이기도 합니다. 사회 저 밑바닥에 있는 남자들과 여자로서 삶을 끝냈다고 생각한 엄마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버려진 사람들의 어두운 단면을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 결국 상우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는 상우의 아버지가 남긴 상처이기도 합니다. 상우 아버지란 인물은 다르게 보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권위적인 단면이란 생각도 듭니다. 감독님은 상우 아버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저의 아버지는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육체 노동일을 하셨는데 70이 넘은 나이에도 일을 하셨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자식들을 위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 생각하신 거 같습니다. 전 그런 아버지와 거의 소통을 하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지금은 연로하신 아버지와 종종 대화를 하긴 하지만 여전히 소통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보통 한국아버지들이 그렇습니다. 권위적이고 독선적이지만 자식들을 위한 희생을 평생 짊어지고 사시는 분들... 전 이 영화에서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긴보단 자신의 욕망을 위해 가족을 버린 아버지 얘기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아버지는 아들에게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미움과 증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모든 아버지들이 자식을 위해 희생하지는 않습니다.

- 너무나 파격적인 내용이라서 개봉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개봉과정의 일화를 이야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개봉 과정의 문제도 문제였지만,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사람들에게 무슨 영화를 찍었는지 제목조차 당당하게 말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냥 보통 핑크맘이라는 애칭으로 사람들에게 영화를 말했는데 제목으로 인해 포르노 영화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습니다.

주위에서 아들이 영화 찍어 해외 영화제도 가고 상도 탔다는데 무슨 영화냐고 자꾸 엄마에게 물어 보십니다. 엄마는 차마 사람들이 오해할까봐 아들이 만든 영화 제목을 말씀하지 못하고 그냥 엄마 이야기라고 말씀하십니다. 엄마가 이 영화 개봉 이후 동네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김기덕 감독님 연출부 출신 맞지만, 아류는 아닙니다"

엄마는 창녀다 스틸컷

▲ 엄마는 창녀다 스틸컷 ⓒ 이상우필름


-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의 모습이 초창기 김기덕 감독 영화에 나오는 인물과 닮았단 생각 역시 듭니다. 일정 부분 김기덕 감독 스타일을 수용한 것이 맞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만약 김기덕 감독 영화에서 나온 캐릭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제가 김기덕 감독님 연출부 출신이란 이유로 작년 부산영화제에서도 김기덕의 아이들이란 야외토크쇼를 했을 만큼 언론에서 부각을 했는데, 전 김기덕 감독님 연출부를 하기 이전에 이미 미국에서 백분짜리 장편영화를 찍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김기덕 감독님 밑에서 연출부 생활을 하면서 저의 영화적 성향이 바뀐 것이 아니라 전 그 이전부터 소위 말하는 센 영화들을 찍었습니다.

김기덕 감독님을 매우 존경하다 못해 사랑하니까 무의식중에 제 영화 속에서 김기덕 감독님 냄새가 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김기덕 감독님 연출부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오히려 더 시나리오를 쓰면서나 연출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김기덕 감독님 영화들과 비슷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김기덕 감독 연출부 출신이라는 말은 자랑스럽고 기분 좋으나 김기덕의 아류작이나 카피작이란 불명예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얘기들 때문인지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씨는 이상우 감독 영화와 김기덕 감독 영화는 전혀 닮은 점이 없다고 말씀을 하기도 하셨습니다."

-최근 김기덕 감독 밑에서 연출을 공부한 신인 감독들의 활약이 대단합니다. 이런 점이 개봉에 있어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전 김기덕의 문제적 우등생이란 홍보 카피를 듣고 무척 걱정이 많았습니다. 관객들이 김기덕 영화란 선입견을 가지게 되거나 김기덕 감독님을 이용해 영화를 팔아먹으려는 속셈이 아닌가 하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장훈 감독이나 장철수 감독처럼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 성공한 감독들은 김기덕 감독님과 다른 색깔의 영화를 선보여 주목을 받은 경우인데, 전 워낙 내용 자체나 제목이 김기덕표 영화와 비슷해 이런 부담감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이자 떨쳐버려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 마지막 질문으로 앞으로 또 선보일 <아버지는 개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엄마는 창녀다>와 <아버지는 개다>가 관련성이 있는지도 이야기 해주십시오.
"<엄마는 창녀>다 이후 아버지와 세 아들에 관한 영화를 찍었는데, 자꾸 제목으로만 사람들을 혹하게 만든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개다>란 제목을 붙였습니다. <엄마는 창녀다>에서 악질 아버지로 나왔던 권범택 배우님이 결국 개가 되는 아버지로 나오셨고,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해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족 이야기이자,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들들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영화 역시 <아버지는 개다>라는 제목을 붙일 수밖에 없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워낙 폭력적이라 부산영화제 상영 당시에도 호불호가 갈린 작품입니다. 일본과 필리핀, 스위스에서 상영이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한국과 달리 불편한 점보다는 한국적 정서 속에 묻어난 아버지와 세 아들 이야기에 열광해 놀랐습니다.

스위스 블랙 무비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는데 수많은 영화제를 참석하면서 영화상영 후 관객들 기립 박수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 아 이런 영화를 사랑해주는 관객들이 세상 어딘가에 있구나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올해 2월 초에 촬영이 끝난 저의 네 번째 장편영화인 <지옥화>는 편집중이고, 가족 시리즈 3부작 완결편인 <나는 쓰레기다>를 조만간 촬영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창녀다 이상우 무비조이 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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