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얼마 전 있었던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 대통령이 김윤옥 여사와 함께 무릎 꿇고 기도를 했다고 해서 말들이 많은 것 같다. 사진과 함께 한 나라의 대통령이 목사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해서 좋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얼핏 생각할 때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로서 함부로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 앞에 무릎을 꿇을 때는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 때 차리는 자세로 이해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인이 무릎을 꿇는 것은 세상의 시각과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람 앞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기 때문이다. 좀 이해하기가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우리 인간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하나님 앞에 죄인이라는 사실에서부터 하나님과의 관계가 설정된다. 하나님 앞에서는 대통령도 일반 국민도 모두 동일한 위치에 있다. 대통령이어서 기도회에서 높은 단상에 고고하게 앉아 있어서는 안 되며 선남선녀의 일반 백성이라고 해서 무릎을 꿇어도 괜찮은 것이 아니다.

 

다종교 국가에서 대통령의 처신이 자기 종교 중심적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나도 생각한다. 하지만 자기 종교 행사에 참석해서 그 행사에 엇박자를 놓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더 볼썽사납다. 대통령이 기도회에 참석해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을 나는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대통령의 불도저식 태도가 꺾이는 현장을 발견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은 어쨌든 일단의 겸손함이 드러나는 행동이다. 나는 이런 대통령의 행동이 국민 모두를 섬길 때도 일상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신문은 사설을 통해서 대통령이 무릎 꿇을 대상은 하나님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했다. 맞는 말처럼 들린다. 그 신문 사설을 쓴 사람이 기독교를 조금만 이해하는 사람이었더라도 이런 표현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님 앞에 무릎 꿇는 저 모습으로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으면 기독교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염두에 둔 사설이 되었을 것이다. 신앙을 보는 눈은 각자 다를 수 있다. 그 눈이 진보와 보수로 나뉠 수도 있고, 사회 구원과 개인 구원으로 변별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눈이든 기독교인이 하나님을 절대자로 보는 데 이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이명박 대통령이 사찰을 방문해서 합장하는 것을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는다. 기독교인이라도 상황에 따라 인사하는 법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두고 예수님도 마태복은 22장 21절에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고 말씀하셨다. 상황에 따라 그곳 사정에 맞게 처신하라는 뜻이다.

 

대통령의 통치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가 믿는 기독교까지 비난하는 것은 속 좁은 짓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대통령은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이다. 그가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통치 행위에 그리고 정책 입안에 기독교 일색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종교도 고려하며 객관적인 시각으로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한다. 이런 균형이 깨질 때 그를 준열히 비판하며 시정을 촉구하는 것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 자기 신앙을 앞세워 국민에 반하는 정치를 할 때, 적극적 반대 표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4대강 사업 강행이 국민의 바람에도 또 하나님의 뜻에도 어긋난다는 비판 등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다종교 국가에서의 신앙생활은 단일 종교 국가보다 어렵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라는 것은 자기 신앙을 포기하고 그들과 함께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이 믿는 절대자가 소중하듯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바라보라는 것이다.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대통령을 보고 나는 앞만 보고 저돌적으로 전진하는 대통령이 하나님 앞에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신선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어 대통령이 자신보다 더 윗분이 계시다는 것을 늘 의식하면서 그 직을 수행하면 좋겠다.

 

다종교 국가의 대통령이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이다. 대통령이 불교 행사장에 가서 기독교식을 고집한다거나 유교 행사장에 가서 그곳 예를 따르지 않았을 때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기독교 행사장에 가서 하나님 앞에 무릎 꿇는 모습을 보고 편향된 시각을 갖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에 가깝다. 다종교 국가에서 기독교인이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필요하듯이 다른 종교가 기독교를 사랑의 눈으로 보는 것 역시 필요하다. 사랑의 눈으로 볼 대상에는 남녀노소와 지위고하를 구분함이 없이 모든 사람이 포함된다. 대통령이라고 그 눈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태그:#이명박 대통령, #국가조찬기도회, #다종교국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