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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를 답사하다 보면, 가끔은 넋이 나갈 때가 있다. 그것이 국보가 되었든지 보물이 되었든지, 지정이 어떻게 되었던지 그 아름다움에 빠지기 때문이다. 2월 26일 토요일, 오후에 찾아갔던 전남 곡성군에 소재한 태안사. 그곳에서 만난 보물 제273호 적인선사 탑 때문이다. 이 탑은 원래 '태안사 적인선사 조륜청정탑'이란 명칭으로 불리었다.

 

적인선사는 승려 혜철스님을 말한다, 이 탑에는 혜철스님의 사리를 모시고 있다. 태안사는 신라시대 구산선문의 하나로 명성을 떨쳤던 곳이며, 혜철스님이 창건한 절이다. 적인선사 혜철스님은 태안사가 속한 동이산파를 연 스님이다. 이 태안사 가장 높은 단 위에 바로 적인선사 혜철스님의 사리탑이 모셔져 있다. 

 

 

조심스럽게 알현을 하다

 

태안사의 동편에 있는 약사전 쪽으로 가면 위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선방이 있는 앞을 조심스럽게 지나면, 계단 위에 일각문이 보인다. 그 계단 위에 있는 일각문에는 '배알문(拜謁門)'이란 현판이 걸려있다. 배알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손을 모은다. 아마도 이 사리탑이 특별하기 때문에, 이렇게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두 손을 모아 잠시 배례를 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보물 제273호 태안사 적인선사 조륜청정탑'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한 단의 장대석으로 넓게 쌓은 지대석에는 우주와 탱주가 조성이 되어있다. 일반적인 탑의 지대석과는 그 규모부터가 다르다. 그 중앙에 자리를 하고 있는 적인선사 탑.

탑의 전체적인 모습은 모두 8각원당형으로 이루어진, 통일신라시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3단의 기단 위에 탑신과 마리장식을 올리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저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많은 탑들을 보아왔지만 참으로 잘 보존이 되어있다. 한국전쟁 당시 태안사의 거의가 소실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 적인선사 탑은 난리를 피해간 듯하다.

 

 

화려함을 숨기고 있는 아름다움

 

태안사 적인선사 탑은 화려하지는 않은 듯하다. 맨 상륜부에는 머리장식으로 솟은 연꽃모양인 앙화를 올리고, 그 밑에는 사발을 엎어놓은 듯한 복발이 있다. 바퀴모양을 상징하는 보륜이 있으며, 끝으로 연꽃봉우리 모양의 장식인 보주를 조각하였다. 상륜부는 훼손이 없이 잘 보존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많은 문화재들이 상륜부가 훼손이 된데 비해, 태안사 적인선사 탑의 상륜부는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탑 옆에 서있는 비문을 보면 적인선사는 신라 원성왕 1년인 785년에 태어나, 경문왕 1년인 861년에 입적을 하였다. 아마 이 탑은 적인선사가 돌아가신 861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이 탑이 만들어진지가 벌써 1150년이나 지났다. 같이 동행을 한 아우 녀석이 그 이야기를 듣더니 "정말요? 난 한 10년이나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렇게 석질이 몇 년 안 된 것처럼 깨끗해요?"라면서 감탄을 한다.

 

 

뛰어난 조각술에 탄성을 그칠 수가 없다

 

상륜부 밑에 지붕돌은 넓은 편이다. 밑면에는 서까래를 표현하고, 윗면에는 기왓골과 막새기와까지 표현하였다. 덮개석인 지붕돌은 목조건축의 지붕양식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추녀의 곡선은 완만하며, 각 귀퉁이는 급하게 치켜 올려진 상태이다. 기왓골 하나하나와 마지막에 막새기와까지 표현을 한 것을 보면, 그저 놀랍기만 하다.  

 

탑 몸돌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낮은 몸돌에서 뿜어 나오는 온화한 기품은 숨길 수가 없다.  몸돌에는 앞, 뒷면에 문짝모양을 새기고, 그 옆으로는 불법을 수호한다는 사천왕상을 조각하였다. 이 몸돌에 세긴 조각은 전체적인 탑의 조각에 비해 엷은 편이다. 아마도 몸돌 안에 보관한 스님의 사리를 넘어서지 않겠다는 마음은 아니었을까?

 

 

탑은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혀있다, 그렇게 화려해보이지는 않지만, 여유로움이 있다. 숨겨진 아름다움을 간직한 탑이다. 통일신라 후기에 들면서 석조물들이 갖고 있던 아름다움을 잃어간다. 하지만 이 적인선사의 탑은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신라시대 전성기의 탑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하겠다.

 

튀어나올 듯한 사자상

 

몸돌을 받치고 있는 기단은 삼단으로 구성을 하였다. 윗받침돌의 옆면에는 솟은 연꽃을 조각하였다. 연꽃은 줄기까지 표현을 하는 세세함을 보이고 있다. 가운데 받침돌은 높이가 낮다. 각 면마다 길게 안상을 조각하였다. 그리고 아래받침돌은 위가 좁고 아래가 넓은 사다리꼴로 조형을 하였다, 이 아래받침돌에는 각 면마다 사자상을 조각하였다.

 

 

제각각의 다른 형태로 조각이 된 사자상은 금방이라도 갈기를 날리며 튀어나올 듯한 자세다. 딴 조각에 비해 튀어나게 양각을 한 사자상이 있어, 탑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생동감이 있다. 곡성 태안사에서 만난 적인선사 탑. 그 탑을 돌면서 마음속으로 간구를 한다. 그저 다닐 수 있는 기운이 남아있는 날을 늘려달라고. 이 많은 문화재를 다 보지 못하고 떠난다는 것이 억울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태그:#적인선사, #사리탑, #곡성, #보물, #태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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