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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타벅스 매장 앞(자료사진)
 한 스타벅스 매장 앞(자료사진)
ⓒ 박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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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아웃' 커피점의 대명사인 스타벅스 매장에서 1회용 종이컵이 사라진다? 1회용 컵은 커피를 매장 밖으로 가져가는 고객을 위해 도입됐지만 매장 안에서조차 머그컵 대신 1회용 컵을 사용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았다. 유명 커피점 로고가 박힌 1회용 컵은 '다방 커피잔'과 구별되는 색다른 멋처럼 여겨진 것도 사실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18일 환경부, 자원순환사회연대와 '일회용 컵 없는 매장 만들기' 협약을 맺고 지난 25일부터 서울 29곳을 비롯한 전국 50개 시범 매장 내에서는 모든 음료를 머그컵이나 다회용 유리컵에 제공하고 있다.

이전까진 '테이크아웃' 고객이 아니라도 일회용 컵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선 매장 이용 고객들에겐 '별도 요청'이 없는 한 머그컵에 담아준다. 스타벅스는 '일회용 컵 없는 매장' 제도를 올해까지 전국 330개 전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적어도 스타벅스 매장 안에서는 일회용 컵이 사실상 발 붙이기 어렵게 된 것이다.

과연 스타벅스 매장에선 일회용 컵이 사라졌을까? 시범 사업이 시작된 지난 25일 서울 신촌 일대 스타벅스 매장을 직접 찾았다.

'1회용 컵 없는 매장' 시범 사업 첫날, 머그컵이 대세

매장 카운터에 비치된 '일회용 컵 없는 매장'캠페인 공지
 매장 카운터에 비치된 '일회용 컵 없는 매장'캠페인 공지
ⓒ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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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 시범업소 가운데 하나인 스타벅스 신촌 명물거리점. 마침 한 여성 고객이 카운터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있었다.

"손님, 오늘부터 일회용 컵 안 쓰기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어 매장 안에서는 머그컵을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개인 컵과 텀블러를 가져오시면 300원 할인이 가능합니다."
"그럼 종이컵은 안 되나요?"

"안에서는 머그컵으로 드시다가 밖으로 테이크아웃 하실 때는 종이컵으로 바꿔드리고 있어요."
"예, 그럼 머그컵으로 주세요."

커피를 주문한 여성은 잠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주문했다. 캠페인에 대한 설명은 명확했다. 테이크아웃이 아닌 경우엔 예전처럼 일회용 컵에 마실지, 머그컵에 마실지 묻지 않고 바로 머그잔을 권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모든 고객이 이 여성 고객처럼 호락호락할까? 혹시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은 없는지 매장 관계자에게 물었다.

"생각보다 고객 분들의 참여가 괜찮은 편이에요. 그래도 굳이 종이컵을 요청하는 분들에게는 나가실 때 종이컵에 담아드리겠다고 응대하고요. 그래도 고객님들은 대부분 머그를 쓰세요. 특별히 불편을 호소하는 손님은 아직까지 없어요." 

일회용컵 사용자, 시범 매장 5% 일반 매장 30%

직장인 퇴근 시간이 임박한 오후 6시쯤 4층짜리 매장엔 80여 명의 고객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이 가운데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고객은 단 4명에 불과했다. 95%가 넘는 고객들이 머그컵이나 다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그렇다면 시범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일반 매장 상황은 어떨까? 같은 날 낮 12시쯤 방문한 스타벅스 신촌 2호점에는 테이블에 앉아있는 고객 10명 중 3명이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협약 시행 하루 전인 24일 방문한 안국역점과 망원점 역시 1/3 정도가 매장 안에서 일회용 컵을 이용하고 있었다. 안국역점은 오후 2시 반부터 한 시간 동안 테이크아웃을 제외한 전체 주문량 42명 가운데 28명이 머그잔을, 14명이 일회용 컵을 선택했다. 망원점 역시 같은 시각 25명 가운데 머그컵이 16명, 일회용 컵이 9명이었다.

단순 비교이긴 하지만 캠페인 전후 매장 내 일회용 컵 비중이 30%대에서 5%대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머그컵 사용 취지는 좋지만 위생 문제 걸려"

스타벅스에서 제공하는 머그컵.
 스타벅스에서 제공하는 머그컵.
ⓒ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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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호의적이었다. 다만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는 머그컵인 만큼 위생이 신경 쓰인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고, 매장 안에서 마시다 밖으로 가져나갈 때 종이컵에 다시 옮겨 담는 게 귀찮다는 반응도 있었다. 

신촌 한 매장에서 만난 김희진(24)씨는 "일회용 컵을 사용 안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컵에 먼지 같은 게 들어간다거나 하는 위생 문제가 좀 걱정된다"고 말했다. 

임아무개(31)씨 역시 "남들이 돌아가며 썼던 컵이라 위생상 꺼림칙해서 항상 일회용 컵을 사용했다"면서 "그래도 취지 자체는 좋아 딱히 불편하다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같은 소비자들 우려에 대해 박한조 스타벅스 홍보사회공헌팀 팀장은 "머그는 매장 내 세척기를 통해 살균 세척이 완벽하게 되고 있다"면서 "머그 전용 선반 및 머그 워머 등의 보관을 통해 더욱 철저한 위생 안전 기준에 맞춰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종이컵, 장바구니, 응원용품까지... 환경보호-절약 '일석이조'

이렇듯 위생 문제만 잘 지켜진다면 1회용 종이컵 퇴출은 단순히 환경 보호 차원에 끝나지 않는다. 환경부는 이번 협약으로 스타벅스 전 매장에서 매년 4100만 개씩 소비되는 일회용 컵 가운데 1600만 개를 줄여 연간 24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익'이란 얘기다.

이렇듯 최근 지자체와 기업이 자발적으로 협약을 맺어 특정 일회용 품목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환경부는 2010년 3월 배구, 야구, 축구, 농구 등 각 스포츠단체와 그린 스포츠 협약을 맺고 일회용 응원용품 판매, 불필요한 조명 등을 배제하는 자체 규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는 2010년 4월부터 관내 26개 중국음식점과 함께 '나무젓가락 배달 안 하기' 협약을 맺고 가정집에 한해 나무젓가락을 배달하지 않는 시책을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는 자발적으로 일회용품 판매를 자제한 경우다. 이마트는 장바구니 사용을 유도하려고 2009년 3월부터 72개 점포에서 1회용 비닐 봉투 판매를 중단했다. 이후 2010년 10월에는 정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은 나머지 대형마트 4곳도 쇼핑용 비닐 봉투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환경부는 그린 스포츠 협약 체결 후 기존 이산화탄소 배출량 대비 20.6% 절감 효과로 약 122억 원 가량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2010년 10월부터 시행한 대형마트 비닐봉투 판매규제 협약에 따른 비용 절감도 약 75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2008년 3월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폐지된 뒤 스타벅스 매장의 경우 일회용 컵 사용 비율이 매장에 따라 20~50%씩 늘어났다고 한다. 현재 환경부는 테이크아웃 커피점의 경우 매장 면적과 상관 없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되 스스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협약을 체결하는 사업장에 한해 허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임형선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주무관은 "현재 일회용품 사용은 단순 규제만으로도, 단순 협약만으로도 원천 봉쇄할 순 없다"면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점포들의 특성상 규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규제와 협약을 서로 보완적으로 병행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연세대 산학협력단이 환경부에 제출한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1년간 소비하는 일회용품 양은 종이컵 302.5개, 나무젓가락 80쌍, 일회용 그릇 65.8개에 달했다. 같은 해 모두 21만 9332톤, 개수로는 233억 개가 국내에서 생산돼 소비됐다. 

일회용 컵 사용 자제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사무총장은 스타벅스 일회용 컵 안 쓰기 캠페인과 관련해 "다른 기업으로도 이 협약이 확산될 것이라 기대한다"면서 "이마트의 경우처럼 (선두업체인) 스타벅스가 먼저 일회용 컵 안쓰기 운동을 추진하면 국내 다른 기업들이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박종원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스타벅스, #일회용 컵, #재활용, #종이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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