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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열 환경재단 대표 집행유예... 대부분 혐의 벗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우진) 1심 선공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씨가 장학사업을 위해 기업으로부터 받은 2억6000여만 원을 다른 목적으로 유용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환경운동단체의 주먹구구식 회계처리 관행이 부른 결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최 대표는 재판 이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나를 파렴치범으로 만든 부분은 모두 무죄를 받았다"며 "크게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던 환경재단의 전세금 문제만 유죄를 받았는데 이도 항소를 통해 무죄임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 최열 환경재단 대표 집행유예... 대부분 혐의 벗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우진) 1심 선공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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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28일 최열 환경재단 대표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이 제기한 환경센터 리모델링을 위한 기업 기부금 전용, 부동산개발업체 대표로부터 청탁과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는 모두 무죄를 받았습니다. 다만 기업으로부터 받은 장학기금을 사무실 임대 보증금 등 다른 용도로 전용한 사실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다투는 과정에서 환경운동연합이 회계를 정리한 컴퓨터 파일이 주요 증거로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 글은 최열 대표 사건에서 컴퓨터 증거 분석과 관련해 변호인측의 자문에 응한 제 개인 경험에 바탕한 칼럼입니다. 이 사건은 하드디스크 파일들이 주요 증거로 대두되면서 법정에서 IT관련 용어가 난무하는 특이한 재판으로 변해갔습니다. 엔지니어 입장에서 저의 관심사는 재판의 정치적인 성격이나 검사의 표적 수사 문제보다는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들의 당위성에 집중됐습니다.

아시다시피 테크노크라트들은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에 사회의 의사 결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자들을 말합니다. 최열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도 이들의 기술적 판단이 무척 중요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법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들이 마땅히 그렇게 해야만 한 당위성은 무엇이었는지 간단히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일 것입니다.

교수님께서 숙제를 냈습니다. 1부터 10까지의 숫자를 무작위로 출력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프로그램을 돌려 100개의 수를 프린트해 제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난수 생성 함수를 쓰면 몇 줄 되지 않지만 귀찮습니다. 그냥 워드파일 열어서 숫자 100개를 마음대로 타이핑해서 제출하면 어떨까요? 그런데 교수님은 이렇게 대충한 것인지 프로그래밍까지 열심히 한 것인지 귀신 같이 구별해 낸다고 합니다. 어떤 방법일까요? 그 방법을 안다면 일상생활에서도 무척 유용할 것입니다. 법정에서도 그렇습니다. 특히 최열 사건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장학기금 횡령에 인허가 뇌물수수? 그것도 최열이?

최열 전 환경재단 대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역임)는 오랜 현장 경험을 통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과 적극적인 협조를 해왔습니다. 청계천 복구 사업에도 참여했고 대기업의 사외 이사도 맡았으며 2006년엔 서울시장의 인수위원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온 나라의 강을 뒤집어 엎으려는 토건족들이 그에게 협조를 요청해 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릅니다. 최열 대표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마치 시나리오처럼 일이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혐의 사실이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졌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수사 시작과 동시에 출국 금지 조치부터 취해졌습니다. 환경 재단에 대한 압수 수색이 이루어졌고 횡령한 돈을 자녀 유학비에 썼다는 음해가 등장하면서 언론들은 그를 파렴치범으로 몰아갔습니다.

이윽고 검찰은 그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 당합니다. 그러자 80명에 이르는 참고인을 소환조사하고 공소시효가 끝난 과거 자료와 모든 은행 거래 기록까지 샅샅이 뒤진 끝에 알선 수재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합니다. 이마저 기각 당함으로써 검찰은 체면을 구겼지만 그 후 2년 이상 법정에서 벌어진 모욕적인 공방은 최열 대표의 손발을 묶었습니다.

최열 대표에 대한 혐의 사실은 간단히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최열은 환경운동연합의 자금 2억 4000여만 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고 환경재단 장학기금 2억 6000여만 원을 임대보증금 등으로 횡령했으며 금곡산업단지 인허가를 청탁해 달라는 명목으로 1억 3000만 원을 받았다.

 환경운동연합 보조금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24일 검찰의 '표적수사'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 동석해 자신의 심경을 밝힌 뒤 눈물을 닦고 있다.
 2008년 9월 24일 검찰의 표적수사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눈물을 닦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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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열 대표는 환경운동연합(환경련)을 이끌어가면서 필요할 때마다 사재를 털어서 운영을 해왔습니다. 사실 그는 자신이 얼마를 내놓았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검찰의 추궁에 기억나는 최소금액을 진술했다가 나중에 회계 자료를 확인한 후에 더 많은 돈을 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진술을 번복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이후 발견된 회계 자료를 보면 그가 환경연합에 빌려준 돈이 기록되어 있기는 했지만 오랜 시기에 걸쳐 여러 번에 나누어 기록되어 있었을 뿐 이들을 따로 분류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총 금액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검찰 덕택에 최열 대표는 자신이 환경연합에 지원한 금액과 돌려 받아야 할 돈의 액수가 얼마인지 알게 됐습니다.

장학기금 횡령 부분은 최열 대표가 자신의 개인 돈을 모아 장학금을 조성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그의 개인 돈을 공금 취급함으로써 억지로 횡령으로 몰아 간 것입니다. 최열 대표는 이 돈을 지금까지 따로 보관하고 있으며 적절한 시기에 장학기금으로 기부할 것임을 천명해 왔습니다.

인허가 문제 청탁 대가라고 몰아가고 있는 대여금도 주택 구입 과정에서 모자라는 돈을 빌린 것이었습니다. 그 돈은 정확히 주택 구입에 쓰였고 나중에 갚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횡령과 알선 수재란 혐의 사실이 의도적으로 흘러 나왔습니다. 이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계속해서 언론에 노출된 탓에 최열 대표와 환경연합에 대한 사회적인 이미지가 실추됐습니다. 또한 환경연합의 책임을 맡고 있던 활동가들이 도의적인 책임을 느껴 대거 사퇴함으로써 한동안 환경운동이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리하여 권력자들이 가장 원했던 것, 즉 강을 시멘트로 도배하는 사업에 지장을 줄 커다란 방해세력을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혐의는 2년 이상 계속된 공판 과정에서 모두 반박됐습니다. 압수수색에서 제외됐던 창고에서 2000년 이전 회계 자료가 발견됐습니다. 2007년경 환경련의 하드디스크가 고장나는 바람에 2000년에서 2003년까지의 전산회계자료가 사라진 줄 알고 있었으나 당시 회계를 담당했던 직원이 백업CD와 전산 자료를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 후 환경연합 산하단체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 결과, 그 당시의 자료와 연관되는 회계자료를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이들 모두가 서로 완벽하게 일치했습니다. 그 자료들은 최열 대표가 환경연합의 자금을 사사로이 사용한 사실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 환경연합과 거래하던 업체들도 회계자료에 나타난 자금 지급 부분에 대해서 확인해 주었기 때문에 검찰의 횡령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변호인측은 아예 백업CD와 회계 자료가 담겨 있는 하드디스크를 재판정에 제출함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확실한 물증으로 뒷받침하려고 했습니다. 이제 재판은 최열 대표측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회계자료 조작"... 디지털수사팀 보고서 '충격'

진보적인 사람들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주장이 대립되고 있을 때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최열과 변호인측은 검찰청 산하의 디지털수사팀이 하드디스크를 조사하더라도 당연히 자신들의 결백을 밝혀 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이들의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증거 서류들이 하드디스크의 파일과 동일한 것인지 여부와 수정 여부에 대해서 대검찰청 디지털수사담당관실에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측은 재판부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백업CD를 디지털수사팀에 보냈습니다. 변호인측이 이 과정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을 때 검찰측은 언제 어떤 경로로 디지털수사팀과 직접적인 접촉을 했는지 밝히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디지털수사팀이 제출한 하드디스크와 CD 감정 결과 보고서는 검찰측에 유리한 내용이었습니다.

디지털수사팀은 어려운 전문 용어와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무기로 하드디스크에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찾아 냈습니다. 오피스 파일 메타 데이터 상의 파일 수정 날짜가 파일을 만든 날짜 이전인 파일들도 있었고 문제가 되는 회계 파일을 복사한 후 삭제한 기록도 나타났습니다.

이런 결과 보고서 때문에 회계자료 파일이 조작되었다는 검찰측의 주장이 신빙성을 얻게 됐습니다. 사실 변호인측은 모르고 있었지만 컴퓨터 파일은 마음대로 조작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애초에 법정에서 하드디스크의 증거 능력 자체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검찰측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테니 어떤 경우에도 불리할 게 없었고 제출한 하드디스크에서 조금이라도 문제될 만한 부분을 찾을 수만 있으면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꽃놀이패'를 쥐고 있었던 것입니다.

변호인측은 하드디스크 자료에 대한 조작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디지털수사팀의 감정 결과 보고서를 받고나서야 당황해 여기저기에 의견을 구하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변호인측이 만난 사람들은 결과 보고서를 이해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박을 하는 것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습니다.

진보단체 사람들 중에서 컴퓨터 지식이 있는 사람들도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 보기는커녕 검찰측의 사주를 받은 디지털수사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보고서가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며 디지털수사팀을 성토하기만 할 뿐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반박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이 사건의 실무를 맡은 변호사들이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컴퓨터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제가 관계자를 통해 변호사를 만난 시점이 이 때였습니다(2009년 9월경).

변호사의 첫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파일 생성 시간이 뭔가요?"

저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컴퓨터 파일과 관련한 시간 정보에 대한 설명부터 했습니다.

"파일 생성 시간이란 파일을 만든 날짜를 말합니다."
"파일 수정 시간이 파일 생성 시간보다 빠를 수 있나요?"
"복사를 하면 파일 생성 시간이 복사 날짜로 바뀌기 때문에 그럴 수 있습니다. 아니면 컴퓨터 시간이 잘못되는 바람에 수정할 때 시간 정보가 과거 시간으로 세팅되어 있었다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의 이야기는 오피스 파일 내부 메타 데이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메타 데이터가 뭔가요?"
"엑셀 프로그램이 내부적으로 기록해 놓는 시간 정보입니다. 이 시간 정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저는 이런 정보에 대해 설명을 계속했습니다. 컴퓨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변호사도 거의 외계어 수준인 IT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긴 시간을 고생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변호사가 듣고 싶어한 이야기는 디지털수사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반박 근거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디지털수사팀의 감정 결과 보고서가 검찰측에 편향되긴 했지만 원칙적으로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제 입장은 디지털수사팀과 같습니다. 컴퓨터 파일의 모든 정보는 쉽게 고칠 수 있기 때문에 회계 자료를 조작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컴퓨터 파일을 내세우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제가 이들의 수사 기법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파일을 조작할 수 있다는 보고서의 결론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컴퓨터의 모든 데이터는 조작 가능하다

하드디스크에 있는 파일의 내용을 고치거나 만든 날짜를 원하는 대로 바꾸는 것은 손쉬운일입니다. 재판의 쟁점은 '회계 파일은 일정 시기 이전 데이터이며 그 시점 이후에 손 댄 적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피고가 자기에게 유리하게 데이터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손을 댔을 것이고 그랬다면 파일 저장 시간이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에 파일 수정 날짜 등을 확인해 보면 고쳤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검찰은 파일들의 저장 날짜 불일치를 집요하게 거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 파일의 모든 정보는 마음대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주장들은 무의미합니다.

파일속성 파일을 하나 만들면 운영체계는 3가지의 날짜 정보를 생성합니다.
▲ 파일속성 파일을 하나 만들면 운영체계는 3가지의 날짜 정보를 생성합니다.
ⓒ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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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포렌식 프로그램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가지는 프로그램으로 조사하면 오피스 프로그램이 내부적으로 저장하는 또 다른 날짜를 찾을 수 있습니다.
▲ 컴퓨터 포렌식 프로그램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가지는 프로그램으로 조사하면 오피스 프로그램이 내부적으로 저장하는 또 다른 날짜를 찾을 수 있습니다.
ⓒ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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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복잡한 자료를 이해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법정에서 증거로 제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해 보이지만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 모든 정보는 다 고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 알지 못해 오히려 더 신비해 보이는 디지털 미신이 횡횡하지만 누구도 꼼짝 할 수 없게 만드는, 결코 고칠 수 없는 전자지문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보 변경 이런 정보들을 손쉽게 고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날짜 정보를 원하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 정보 변경 이런 정보들을 손쉽게 고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날짜 정보를 원하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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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증거 자료 2010년에 만든 파일의 날짜를 1999년으로 모두 바꾸었습니다. 공인 받은 증거 채취 프로그램으로도 이렇게 바꾼 날짜의 변조 여부를 알 방법은 없습니다.
▲ 바뀐 증거 자료 2010년에 만든 파일의 날짜를 1999년으로 모두 바꾸었습니다. 공인 받은 증거 채취 프로그램으로도 이렇게 바꾼 날짜의 변조 여부를 알 방법은 없습니다.
ⓒ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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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가능성 보이는 것만으로도... 피고 무력화에 성공한 검찰

환경연합 측은 검사의 기소에 대항하기 위해 회계자료를 검토했습니다. 혹시라도 원본을 훼손할까봐 원본 회계자료를 복사해서 검토했고 검토를 완료한 후에는 복사본을 지웠습니다. 이것은 회계 문서를 검토해야 한다면 누구나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작업과정입니다.

하지만 이 검토 자체가 구린 구석을 감추는 행위로 비쳐질까봐 검찰의 기소 이후에 "회계 문서를 읽어 본 적도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강력한 공격 무기를 가지게 됐습니다. 파일 복구 프로그램을 돌려서 최근에 복사한 후 지워진 회계 파일이 있음을 보이는 것만으로 상대편을 거짓 증언자로 몰 수 있으니까요.

이런 것이 아니라도 하드디스크를 쓰다 보면 한 파일을 여기저기 중복 저장할 경우도 있고 시스템 날짜가 잘못돼 날짜 정보가 이상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모두를 따로 모아서 불일치함을 보이면 판사로 하여금 뭔가 심각한 조작이 있었던 것처럼 판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디지털 감정 결과 보고서는 이런 사소한 불일치를 과장해서 적고 있었습니다.

사소한 불일치가 하나도 없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위에서 제시했듯이 날짜 정보 등을 고칠 수 있음을 보이기만 하면 모든 증거를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작 가능성을 증명한 후에는 아무리 완전무결한 증거를 들고 결백을 주장하더라도 훼손되지 않았음을 확신 시킬 수 없게 됩니다. 결국 검찰은 피고측의 주장을 근거 없이 믿어달라고 외치는 공허한 주장에 불과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조작 가능성과 조작 증거... 재판의 핵심 논점

 환경운동연합 중앙 사무처 활동가 35명이 6일 오전 전원 사직을 결정하고, 거듭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8년 11월 6일 환경운동연합 중앙 사무처 활동가 35명이 전원 사직을 결정하고, 거듭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오마이뉴스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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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터 10까지의 수를 무작위로 생성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수는 그야말로 무작위입니다. 바구니에 숫자가 쓰인 공을 뽑는 것과 같습니다. 직전에 뽑은 공을 다시 넣고 잘 흔든 후 다음 공을 선택합니다. 그러므로 앞에 나온 수가 다음 수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무작위로 숫자를 적으면 다릅니다. 본능적으로 앞의 수와 다른 수를 쓰려고 하게 됩니다. 따라서 사람이 쓴 무작위 수는 1, 1, 1, 1, 1처럼 같은 숫자가 연속되거나 1, 2, 3, 4, 5처럼 점점 커지거나 9, 8, 7, 6, 5처럼 점점 작아지는 숫자 조합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반면에 기계는 1, 1, 1, 1, 1처럼 연속적인 숫자 조합도 자주 만들어냅니다. 그러므로 완벽하게 무작위로 나열된 숫자 조합이라면 학생이 수작업으로 숙제를 했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러워 부자연스러운 것, 그것이 인공과 자연의 차이입니다.

증거 자료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나 완벽하게 모든 데이터와 기록 정보가 일치하는 것이 오히려 의심스러운 일입니다. 평범하게 관리된 하드디스크의 정보들은 이렇게 오류 없이 유지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일상적인 작업으로 인해 데이터 불일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디지털수사팀이 해야 할 일은 어떻게 보더라도 조작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결정적인 오류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죄를 묻기 위해서는 범인으로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아니라 범인이 아니면 절대 만들 수 없는 증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드디스크에는 많은 파일들이 존재하고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지우고 쓰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수많은 비교 데이터가 존재합니다. 조작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의심스러운 정보들에 대해서도 자연스러운 설명이 가능합니다. 분석 보고서에서 디지털수사팀이 오류로 내세운 것들은 정상적인 사용 과정에 일어날 수 있는 것들로, 모두 설명이 가능했습니다.

변호인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검찰이 주장하는 대로 하드디스크 파일을 조작하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요?"
"회계 파일을 열어서 필요한 데이터를 고치고 연관되는 회계 파일들을 다 살펴서 숫자를 맞춘 다음 날짜 정보를 자연스럽게 고치면 될겁니다."
"그렇게 하는데 인력이나 시간이 얼마나 들까요?"
"날짜 정보 고치는 데야 얼마 시간이 안 들겠죠. 하지만 회계자료 숫자를 일관되게 맞추는 일은 상당히 힘들 겁니다. 숫자 하나 고쳤다가는 나머지 회계 파일들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거래 업체들의 회계 장부까지 다 맞추어야 하니까요. 그걸 아니까 검찰측에서도 회계 자료들의 내부적인 일관성보다는 날짜 정보 변경 가능성만 물고 늘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정 결과 보고서에도 실제 조작했다는 내용은 없고 가능성만 언급했는데 검찰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우리가 회계 자료를 전부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단 말입니다."

변호사는 디지털수사팀이 검찰 편을 들어 주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일단 하드디스크 파일의 정보는 모두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것을 인정해야 디지털수사팀과 동등한 입장이 될 수 있습니다. 조작 안 했다 믿어 달라 이런 것보다는 조작했다는 증거가 있느냐고 물어야 하지 않습니까?"

변호사는 웃었습니다. 변호인측이 낸 증거이기 때문에 입증책임이 변호인쪽에 있는 것도 문제지만 진보적인 인사들이 법정에서 증거 있느냐는 발언을 하는 것은 죄를 시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절대로 할 수 없는 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변호사가 말했습니다.

"디지털수사팀을 증인으로 세워서 질문하면 하드디스크가 조작되었다고 말할까요?"
"보고서는 그런 뉘앙스가 다분하지만 증언대에서 감히 그렇게는 말하지는 못할 겁니다. 아마 가능성은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고 교묘하게 빠져 나가려고 하겠지요."
"그 정도만 해도 됩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검찰이 감정 결과를 근거로 조작 주장을 할 수 없을 테니까요."

이리하여 변호사는 디지털수사팀을 증언대에 세워서 조작 여부의 근거를 추궁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변호사가 컴퓨터에 대해 오래 공부를 했지만 여전히 컴퓨터 초보 수준임을 감안해 볼 때 거의 만용에 가까운 결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고압적인 검사 "방청 이따위로 할 건가요"

회계자료의 뒷받침으로 인해 최열 대표의 혐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 시작하자 검찰은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검사가 바뀐 후 새로 임명 받은 검사가 공판 날짜를 잘못 알았다며 재판에 참석하지 않거나 검사들이 판사보다 재판정에 늦게 출석하는 등 수시로 재판장의 재판진행권을 무시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 모든 행위는 검찰의 고의적인 재판 지연책으로 보였습니다. 재판정에서 피고 최열을 심문할 때에도 강압적인 태도와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마지막 공판의 한 장면입니다. 피고 최열에게 검사가 묻습니다.

"피고, 환경연합이 경기도에 보낸 이 공문 보신 적 있으세요?"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환경연합 명의의 공문인데 대표께서 모르신다? 대표 맞아요?"
"환경연합은 활동가들이 자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합니다."
"그러니까, 대표지만 난 모르는 일이다? 신경 안 쓴다? 어느 쪽이에요?"
"활동가들이 일일이 결재 받고 그러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에 또. 피고, 피고는 환경운동 한다는 분께서 횡령이나 하시면 되겠어요?"
"저는 여태까지 십원 한 푼 빼돌린 사실이 없습니다. 환경을 염려해서 자가용도 없습니다."
"피고? 자가용 모는지 안 모는지 누가 물어봤어요? 안 물어 봤잖아요? 묻는 말에만 대답하세요? 아시겠어요? 피고는 2003년…… 피고? 지금 어디 보고 계세요? 거기 아무 것도 안 적혀 있어요. 피고, 내 말 듣고 있어요? 내가 말할 때는 나만 똑바로 쳐다보고 대답하세요. 내 질문을 듣고 답변만 하시면 된다니까요?"
"예, 말씀하세요."
"지금 말하고 있잖아요!"

검사가 계속해서 윽박지르자 방청객들이 분노해서 웅성거렸습니다. 검사는 방청객을 노려보면 말했습니다.

"방청 이 따위로 할 건가요?"

그 곳에는 평생을 환경 운동에 몸 담아온 사회 운동가에 대한 존경이나 예우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피의자에 대한 최소한의 인격적인 대우도 없었습니다. 판사가 나서서 답변을 강요하는 행위는 법에 어긋난다는 점을 고지할 때까지 공개된 장소에서 검사의 강압적인 심문만이 계속됐습니다.

검찰은 첫번째 감정 결과 보고서가 하드디스크의 증거 능력을 없애기에는 미흡하다고 보고 디지털수사팀에 재분석을 의뢰했습니다. 검찰의 산하 기관인 디지털수사팀은 재분석 의뢰에 상당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디지털수사팀의 평소 업무는 범죄인들이 감추고자 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숨겨 놓은 파일을 찾아내고, 범죄자들이 불리한 내용이라 지워 버린 파일을 되살리고, 암호를 풀어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거지요. '죄인'들을 다룬다는 면에서 어쩌면 검찰의 강압적인 태도는 훌륭한 임무 수행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피해자라면 최열 대표를 심문하는 검찰들을 보고 좀 더 심하게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검찰은 누가 보더라도 표적 수사임을 알 수 있는 수사를 계속했고 무언의 압력을 받은 디지털수사팀은 납득하기 어려운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두번째 분석보고서 결론은... 최열 대표측에 절대 '불리'

2010년 초에 나온 두 번째 분석 보고서는 최열 대표 측에 결정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담고 있었습니다. 바로가기 파일을 분석한 결과 검찰 수사가 개시된 후에 파일을 열어 고친 흔적이 발견된 것입니다. 또한 놀랍게도 같은 파일임에도 내부 데이터가 다른 회계 자료가 발견됐습니다. 업무차 제주도에 가 있던 저는 급하게 호출을 받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 했습니다.

역시 진보단체 사람들은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고만 말하고 있었을 뿐 마땅한 대응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원자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으나 황당하게도 변호인측은 원본 하드디스크를 법원에 제출했을 뿐 하드디스크를 백업해 놓지도 않고 있었습니다. 디지털수사팀을 심문하기 전날이 돼서야 법원에 요청해 원본 하드디스크를 복사해 옴으로써 최초로 제대로 하드디스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드디스크를 분석한 결과, 바로가기 파일에 대한 것은 최열과 관계자들이 방어 차원에서 원본을 복사해서 살펴보고 지운 것을 과장되게 표현한 것일 뿐이었습니다(범죄자의 하드디스크라면 이 부분에 대한 확인만으로도 상당한 혐의 사실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증거 인멸에 악용될 위험이 있어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내용이 고쳐진 회계 자료 그러나 회계 자료의 내부가 서로 다른 것은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무죄를 다투고 있는 최열대표측에서보면 이 한 개의 파일이 하드디스크 조작의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내용이 고쳐진 회계 자료 그러나 회계 자료의 내부가 서로 다른 것은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무죄를 다투고 있는 최열대표측에서보면 이 한 개의 파일이 하드디스크 조작의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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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를 보고 나자 저도 최열 대표와 환경연합에 대한 의심이 들었습니다. 환경연합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조작한 후 변호인에게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도 최열 대표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최열 대표측에서 조작은 없었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컴퓨터 내부자료를 통해 그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아무도 믿지 못할 상황에서 검찰과 변호인 중 어느 쪽이 옳은 것인지 밝히기 위해, 2010년 10월경 있었던 디지털 수사팀 증인심문 전날 증인심문을 준비하는 변호사와 함께 밤을 세워 하드디스크 파일들을 조사했습니다.

증언대에 선 디지털수사관, 왜 답변을 회피했나

분석을 담당한 디지털수사관은 증언대에 서서 변호사와 오랜 공방을 벌였습니다. 그 마지막 부분은 바로 내용이 서로 다른 회계 파일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변호사가 물었습니다.

문: CD에 하드디스크와 같은 내용의 파일이 있지 않던가요?(질문1)
답: 제가 파일명을 모아놓고 하드디스크와 CD에 있는 파일을 각각 비교했을 때 서로 다른 점이 발견된 파일을 표시한 것입니다.
문: 해당되는 파일이 하드에는 없었다는 것인가요? (같은 질문1 반복)
답: 이름이 같은데 내용상으로 조금 다르게 되어 있는 파일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문: CD에는 하드와 동일한 파일이 없었다는 것인가요?(질문1 재반복)
답: 그 파일이 CD에 없었다면 제가 앞 부분에 표시를 했을 것입니다.
문: 하드디스크와 완전히 동일한 파일이 CD에 있지 않았나요?(다시 질문1 반복)
답: CD에 동일 파일이 있기 때문에 하드에 있는 파일 중에서 CD와 다른 것으로 표시를 안한 것입니다. 하드에도 파일들이 있고, CD에도 파일들이 쭉 있습니다. 그런데 하드에만 나타나는 파일들이 있고, CD에만 나타나는 파일들이 있는데, 하드에만 나타나는 파일들은 제가 보고서 앞 부분에 정리를 했습니다. 앞부분에 차이나는 파일로 표시하지 않았으므로 아마 CD에 동일 파일이 있었을 것입니다.

변호인은 왜 하드디스크와 CD에 동일한 파일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이름만 같을 뿐 서로 다른 파일을 비교했는지 물으려고 하는데 디지털 수사관은 끝없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밤새 하드디스크와 백업 CD를 조사해 본 결과, 사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문제의 파일은 모두 4개였습니다. 하드디스크에 1개, 백업 CD에 3개가 있었는데 하드디스크의 파일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파일이 백업 CD에도 들어 있었습니다. 즉 하드디스크를 CD로 백업할 당시에 하드디스크에는 작업 중이던 임시 파일들과 완성본 파일이 여러 디렉토리에 나누어져 있었는데 이 모두가 백업 CD에 다 담겼던 것입니다. 백업을 완료한 후에 필요 없는 하드디스크의 임시 파일은 삭제했지만 백업 CD에는 이 임시 파일이 화석처럼 남겨진 것입니다.

디지털수사팀은 하드디스크와 백업CD의 동일파일을 비교하지 않고 이름만 같다는 이유로 서로 다른 파일을 비교해, 마치 최열 대표측이 회계 자료를 조작한 것처럼 보이도록 보고서를 만든 것입니다.

디지털 수사관이 정확한 대답을 회피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낀 판사가 직접 증인에게 질문을 합니다.

문: 지금 문제되는 파일은 어느 한쪽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답: 예
문: 결국 이름이 같은데 실제 내용은 일부 다른 것이라고 비교를 한 것이 아닌가요?
답: 제 보고서의 취지는, CD에 생계비 2월분으로 해서 2개 이상 파일이 존재하며, 1개는 하드에 있는 것과 똑같고 1개는 다른데, 그 다른 것을 표시해 준 것입니다.
문: 하드디스크에 있는 동일 파일이 CD에도 있었다는 것인가요?
답: 예
문: 그런데 그것은 표시를 안했고, 다른 것만 표시를 하였다는 것인가요? CD에 생계비 2월분이라는 파일이 2개가 있는데 하나는 하드에 있는 파일과 같고, 하나는 다르다는 것인가요?
답: 예
문: 변호인의 질문은 하드디스크에 있는 동일 파일이 CD에도 있었냐는 것인데, 어떤가요?
답: 있었을 것입니다. 서로 다른 파일을 정리한 앞부분 목록에 없는 것으로 보아 동일한 것이 있으니까 다른 것으로 표시를 안 한 것입니다.
문: 내용이 다른 것은 이 파일 하나만 있었나요?
답: 제가 비교할 수 있었던 대상 내에서는 이것 1개라고 보면 됩니다.
문: 그 대상이라는 것이 하드에 존재하는 파일과 CD에 존재하는 파일들이었지요?
답: 예

핵심을 짚은 판사의 질문에 디지털 수사관은 어쩔 수 없이 답변을 합니다. 하지만 수사관은 같은 파일이 하드디스크와 CD 양쪽에 "있었다." 없었다"가 아니라 "있었을 것이다"라고 대답합니다.

이 대답은 디지털 수사관이 스스로를 기계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하드디스크와 CD를 단순 비교해 나가면서 같은 이름의 파일이 있었기 때문에 내용을 비교했고 차이가 나타났기 때문에 적시했을 뿐이란 주장입니다. 자신은 그저 기계였기 때문에 하드디스크의 같은 파일이 CD에도 있었는지 여부는 생각할 능력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이전까지 수많은 조작 가능성에 대해 확신에 찬 태도로 자신의 판단을 주장하던 수사관은 이 대목에 와서 사실은 자기가 아무런 판단을 할 줄 모르는 기계였을 뿐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변호사가 직접적으로 질문합니다.

문: 하드디스크의 파일과 동일한 내용을 가진 CD의 파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고서가 굳이 내용이 다른 CD의 임시 파일을 그림으로까지 비교하면서 보여준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비교를 한 취지는 제가 요청받은 사항 중에서 하드에 있는 파일과 CD에 있는 파일이 동일한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것도 있어서 하드에 유일하게 나타나는 것들과 CD에 유일하게 나타나는 것들을 표시하고자 한 것입니다.


내용은 같은데도 한번 켰다 끈다든지 하면 해쉬값이 바뀌게 되기 때문에 우리가 켜서 보면 내용은 똑같은데 해쉬값이 다르니까 비교가 안 되는 파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파일들은 편의를 위해서 증인이 이런 파일들은 보니까 조금 다르더라, 하드와 CD 파일 중에서 다른 것이 있더라는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고, 좀 더 나아가서 CD로부터 하드로 완전히 복사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든지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시를 한 것입니다. 조작되어 서로 다르다는 취지로 기재한 것은 아닙니다.


그 후 수많은 질문에 디지털 수사관은 아무리 노력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장황한 답변만을 늘어 놓았습니다. 컴퓨터 분야에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재판정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론 엔지니어인 저조차도 증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젊은 디지털 수사관은 이렇게 사실상 컴맹 수준인 중년의 변호사가 하는 질문에 자신의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만드는 답변만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횡령 혐의...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한다


 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김광준 부장검사) 검사와 수사관들이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가운데 경찰들이 건물 입구에 배치되어 있다.
 2008년 9월 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김광준 부장검사) 검사와 수사관들이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가운데 경찰들이 건물 입구에 배치되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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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열 대표에 대한 횡령 혐의는 검찰의 주장에 근거한 정황 증거뿐입니다. 이 모든 것은 변호인측 증거 자료로 반박됐습니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피해 당사자인 환경센터, 환경연합, 환경재단은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돈을 빌려 준 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소장에 기재된 모든 피해자들이 한결같이 피해를 부인하고 있는데 범죄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공소장에는 피고인이 횡령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장학금을 임대료로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식으로 피고인의 의도를 검찰이 창작해 기재해 놓았습니다. 검찰의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이 없었습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 자료들도 피고인의 범죄 사실에 대한 확신을 주기는커녕 피고인이 그랬을지 모른다는 짐작을 뒷받침해 주지도 못했습니다.


80명의 참고인들이 불려가서 조사를 받았지만 공소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진술을 한 사람은 단 1명뿐이었습니다. 이 사람도 법정에서 검찰 조사 당시 14시간에 걸쳐 반복되는 질문을 받는 도중에 경험하지 않은 사실과 기억에 없는 사실에 대해 진술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사건은 고소인이나 고발인 혹은 진정인조차 없으며 또한 범죄 사실을 입증할 증거마저도 없습니다.


만약 최열 대표가 조금이라도 횡령을 했다면 조직 내부에서 먼저 비판을 당했을 것입니다. 진보주의자들은 목적의 정당성뿐만 아니라 과정의 정당성까지 주장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도덕적 기준은 사실 보통 사람들은 지키기 불가능한 것입니다. 남들보다 두드러지는 진보 인사가 있다면 이런 기준은 더욱 더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유토피아를 꿈꾸는 진보주의자들은 현실에서 이를 이루려는 몽상을 하면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에게 먼저 엄격한 자격을 갖추기를 요구합니다. 보수의 얼굴을 엄한 아버지로, 진보를 인자한 어머니로 생각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보면 진보주의자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려는 냉정한 기숙사 사감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람들 중에서 그 누구도 최열 대표의 부정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28일 재판부는 최열 대표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오늘 선고에서 김우진 부장판사는 "조작가능성이 제기된 파일의 최초 작성일과 최근 접근일에 차이가 있다고 조작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최 대표는 "검찰이 나를 파렴치범으로 만든 부분은 모두 무죄를 받았다"라며 "환경재단의 전세금 문제만 유죄를 받았는데 이도 항소를 통해 무죄임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어처구니 없는 재판을 통해 최열 대표의 결백이 대부분 증명됐습니다. 잔인한 검열을 통과한 최열 대표와 환경단체들이 사회에 좀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또 최 대표가 밝힌 것처럼 오늘 1심에서 유죄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기를 바랍니다.



공정성 잃은 디지털수사팀... 테크노크라트의 원죄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공정성이 후퇴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검찰의 전횡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제도적 개선을 통해 공정성이 회복되고 정치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최열 대표와 환경연합의 활동도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기초적인 자료를 다루는 디지털수사팀이 공정성을 잃었다는 것은 끝까지 원죄로 남을 것입니다. 죄가 없는 피고인이 마치 죄가 있는 것처럼 보고서를 꾸민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모든 수사의 기본이 되는 증거 데이터를 조사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지켜야 할 원칙을 훼손한다면 더 이상 아무 것도 믿을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인터넷 업체들은 권력자의 요청에 따라 검열을 하고 있습니다. 영장도 없는 경찰의 요청에 회원 정보를 넘겨 주기까지 했습니다. 권력자들은 인터넷 실명제도 모자라 비상시에 임의로 인터넷을 통제할 권한을 가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포탈들이 이런 불합리한 일에 저항하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생존을 도모하고 있는 현실 때문에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는 세계화되지 못하고 점점 폐쇄적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검열과 통제가 아무런 원칙없이 행해지는 후진 나라의 인터넷 서비스를 쓰려고 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원칙 훼손이 디지털 증거 자료를 다루는 첨단 수사팀에도 퍼져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이 분석 기술을 아무리 발전시키더라도 근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조작 집단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분야는 정보통신기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그런 사람들이 정책 수립에 참여할 때에만 희망이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 분야 그리고 테크노크라트들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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