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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이 솥단지에서 하얀 거품을 뿜어내며 끓고 있다.
 바지락이 솥단지에서 하얀 거품을 뿜어내며 끓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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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이 솥단지에서 하얀 거품을 뿜어내며 끓고 있다. 톡톡 튀며 하나둘 입이 벌어진다. 안주인은 이게 살아있다는 반증이라며 싱싱한 바지락이라고 했다.

"이게 살아있다는 증거죠, 반지락은 오래 끓이면 질겨져요."

결혼해서 지금껏 30년 남짓 식당업을 했다는 김양임(56)씨다. 바지락을 끓이면서 국자로 자꾸만 하얀 거품을 걷어낸다. 거품을 걷어내면 바지락의 비린 맛이 다 없어진다며. 소문대로 바지락 양이 엄청 많다.

면은 시금치를 갈아 넣어 바다를 품은 듯 초록빛이다.
 면은 시금치를 갈아 넣어 바다를 품은 듯 초록빛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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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끓어오른 면은 매콤한 청양고추 외에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았다. 그게 다였다.
 보글보글 끓어오른 면은 매콤한 청양고추 외에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았다. 그게 다였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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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끔 끓자 바지락을 건져 한쪽에 갈무리해둔다. 그리고는 바지락 삶은 물에 면을 삶아낸다. 면이 끓어오르자 이때도 역시 거품을 걷어냈다. 그래야 바지락칼국수의 맛이 깔끔해진다고 한다. 이 집의 면은 시금치를 갈아 넣어 바다를 품은 듯 초록빛이다.

보글보글 끓어오른 면에 매콤한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넣는다.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았다. 그게 다였다.

"반지락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니까 다른 양념이 필요 없어요."

옹기항아리에는 바지락이 수북하다. 양이 엄청나다. 헌데 면은 어디 갔지. '대한민국에서 바지락을 가장 많이 주는 칼국수집'이라더니 그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한동안 바지락 까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바지락에 푹 빠져든 것이다.

바지락 껍데기가 수북하게 쌓여갈 무렵 초록의 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지락 껍데기가 수북하게 쌓여갈 무렵 초록의 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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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껍데기가 수북하게 쌓여갈 무렵 초록의 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칼국수 면발을 한 젓가락 집어 든다. 쫄깃쫄깃하고 특별한 면발이 맘을 사로잡는다. 국물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 땡초를 넣어서인지 얼큰하고 진하다. 

적당히 익은 돌산갓김치와 곰삭은 기다란 깍두기도 입맛을 부추기는데 단단히 한몫을 한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도대체 김치를 어떻게 담근 걸까, 김치 담그는 방법이 사뭇 궁금했다.

"양념이 맛있어야 김치가 맛있어요, 품질 좋은 국내산 재료만 사용한답니다."

바지락칼국수 상차림이다.
 바지락칼국수 상차림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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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에서 달콤하고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온다.
 차 한 잔에서 달콤하고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온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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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이 소문대로 오지게 푸지다고 했더니 "멀리서 큰맘 먹고 왔을 텐데 많이 드세요"라며 빙긋 웃는다. 그나저나 이거 양이 너무 많다. 포만감이 밀려 올 무렵 식탁에는 바지락 껍데기가 한데 모여 자그마한 섬을 이루고 있다. 

시선을 돌리니 창밖 앞마당 잔잔한 바다에는 올망졸망한 섬들이 떠있다. 멋스러운 식당 내부에 원목을 이용한 나무기둥, 노출된 서까래, 천장에 매달린 문짝, 다양한 골동품들이 시선을 붙든다.

연탄난로 위 노란 주전자에는 차가 가득 담겨있다. 생강과 감초를 넣어 끓인 차다. 감기에 좋으니 맘껏 마시라는 차 한 잔에서 달콤하고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온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바지락, #바지락칼국수, #장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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