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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제역 확산에 따른 차단 방역 공무원이 과로로 숨졌다'라는 소식을 들으며, 공무원들의 구제역 방역 현장을 찾아보기로 하고 나선 곳은 강원도 화천군청. 지난밤 밤샘 구제역 방역 근무를 했다는 한상준 화천군 노인복지 담당 계장을 13일 저녁 그의 집이 아닌 군청에서 만나 공무원들의 구제역 방역 활동에 대한 애로사항을 들었다.... 기자의 말

영하 20도 이하의 날씨에서 분무방역기 관리 소홀은 동파로 이어진다.
▲ 구제역 야간방역 영하 20도 이하의 날씨에서 분무방역기 관리 소홀은 동파로 이어진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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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1일 처음 강원도 화천군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구제역 차단을 위해 군은 전 행정력을 동원해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12시간 1교대로, 24시간 31개 방역 초소에 근무하는 인원은 주야간 각각 65명으로 일일 130명이 투입된다.

야간 산속의 방역초소 기온은 보통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진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체감온도는 이보다 훨씬 낮아진다. 그래서 주간근무는 여직원과 남직원 혼성으로 편성하고, 밤샘 야간근무는 전원 남자 직원으로만 편성됐다.

방역 분무기에서 뿌려진 소독물은 삽시간에 도로를 빙판으로 만들어서 밤새 빙판제거작업도 함께 해야 한다. 분무기 주변에 열선을 감았다고 하지만 영하 20도 이하의 날씨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 추위에 얼어 마비가 된 손을 후후 불어가며, 분무기 녹임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혹여 기계가 동파되어 새로 설치 신청을 하게 되면, 또 며칠이 걸릴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몸 녹임과 분무기 동파 방지를 위해 화덕을 만들어 나무를 지원 받아 불을 피웠다. 그러나 관내 초소가 31개나 운영되다 보니 군이 보유한 화목(땔나무)도 바닥이나 각 초소별 자체 조달이 불가피하다.

한상준 계장이 담당하는 구역은 대성목장이 있는 사내면 삼일1리 방역초소. 일일 마을주민 2명을 지원받아 공무원과 합동으로 방역활동을 펼친다.

"내일은 마을 선배님들이 근무하는 날이기 때문에 우리가 화목을 준비해 드려야 한다"며 40대의 청년(?)들은 다음날 소요 분량의 화목을 준비해 둔다. 다음날은 "우리 후배님들이 밤에 추우면 큰일"이라며 50대 큰 청년들이 나서 나무를 준비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한 계장에 따르면 이런 모습은 삼일1리와 같이 단합이 잘된 마을의 경우이고, 화목이 준비가 덜 된 다른 마을 초소에서는 "행정에서 뭐하냐, 주민들을 얼어 죽일 작정이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고. "그동안 밤샘 방역작업에 일곱 번 투입되면서 체중이 3kg이 줄었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하는 한 계장의 표정에서 혹독한 추위 속에 밤샘 방역이 얼마나 힘든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밤샘 방역활동을 하며 지켜왔는데...

화천군 한 산골마을 입구에서 출입 차량에 구제역방역을 하고 있다.
▲ 차량에 대한 구제역 방역 화천군 한 산골마을 입구에서 출입 차량에 구제역방역을 하고 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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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CP이란?
HACCP는 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 의 약자로 위해요소 중점관리 기준을 말함. 위해요소 분석(HA : Hazard Analysis)과 중점 관리점(CCP : Critical Control Point)의 두 가지 작업을 조합시킨 생산공정의 위행관리 시스템이다.
한 계장이 속한 부서가 담당하는 삼일1리 마을에는 1149두의 대규모 한우를 보유한  대성목장이 있다. 이곳은 2009년 HACCP 인증을 받아 서울 S백화점과 생산에서 가공까지 원스톱 시스템 운영으로 kg당 20여만 원에 이르는 고가의 한우를 생산하는 목장이다.

공무원들과 마을 주민들이 방역 작업을 펼치는 궁극적인 목표는 이 목장을 사수하는 데 있다. 이곳은 산속에 위치해 있기도 하거니와 진입로가 외길이다. 최종 방역망은 목장 측 인부들이 귀가도 반납한 채 철통 근무를 서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0일 평소와 같이 밤샘근무 후 집으로 돌아온 한 계장. 잠을 청하려는데, 전화벨이 다급하게 울렸다.

"계장님! 큰일 났습니다. 대성목장이 터졌대요!"

이 말을 들은 한 계장은 아연실색,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서둘러 사무실에 나갔더니, 이곳 16마리의 소가 구제역 의심증세를 보여 강원도가축위생시험소에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의뢰했다고. 하지만 그 결과 11일 오전 9시 30분 최종 양성 판정이 떨어졌다고 한다. 군민들 모두 구제역이 이곳은 피해 가길 바랐고, 또 당연히 피해 갈 것으로 생각했다.

한 계장은 "이 모든 책임이 전날 밤샘 근무한 한 내 자신에게 있다는 듯한 싸늘한 시선들을 느꼈습니다"라고 전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밤샘 방역활동을 하며 지켜왔는데…. 그러면서도 한 계장은 '이젠 마을에 남아 있는 개별 가구의 한우와 돼지라도 지켜야 한다'고 다짐했단다.

이런 무거운 마음으로 지난 12일도 한 계장은 밤샘근무를 했다. 이날도 마찬가지로 일을 끝나고 집에서 하루 쉬려는데 또 전화벨이 울렸다.

"민원인이 급하신 모양인데 잠깐 다녀가셔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한 계장은 하루 쉬지도 못하고 또 군청 사무실에 나왔다. 일단 사무실에 나오면 잠깐이 아니라 온종일 밀린 업무에 매달려야 한다고. 일일 군청 500여 명 정원에서 구제역 방역으로 130명의 결원이 생기다 보니, 자신의 업무를 누구에게 대신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처지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군청 전 직원들은 "내 힘에 의해 구제역 확산이 차단될 수 있다"는 신념과 "만일 내가 지키는 마을에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한다면 개인적인 수치"라는 생각에 눈을 부릅뜨고 밤새 구제역을 막아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화천군청 공무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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