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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수정 : 2011년 1월 13일 오후 3시 34분 ]

12월과 다음 해 1월은 사립학교들이 신입교사를 채용하는 기간이어서 현재 각 학교와 교육청의 홈페이지에는 신규 교사 채용 공고가 줄을 잇고 있다. 2005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서 모든 사립학교는 교원을 공개전형을 통해서 뽑아야 한다. 금품 수수나 특혜 채용 등 사립학교 인사 비리를 막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이다. 그러나 법이 개정된 지 5년이나 지났음에도 사립학교 교직 매매 현실이 여전히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교육청(곽노현 교육감)은 교육비리 척결, 특히 사학비리 척결을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후 이를 실천하는 일환으로 지난 11월 서울시내 모든 사립학교에 교원 채용 관련하여 지켜야 할 법적 사항을 정리하여 별도 공문으로 내려보냈다. 그런데 서울교육청과 각 학교 홈페이지에 탑재된 공개 채용 공고를 분석해 본 결과, 사립학교들이 교원 채용 관련하여 여전히 불법을 저지르며, 법과 공권력을 비웃고 있었다.

이 홈페이지에 올려진 사립학교의 교사 채용 공고 중 불법인 것이 상당수 있다. 특정 종교 신자로 응시자격을 제한하거나 서류전형으로 탈락시키거나 심지어 응시료만 받고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뽑지 않을 수 있다고 하는 학교도 있다.
▲ 서울교육청 구인구직란 이 홈페이지에 올려진 사립학교의 교사 채용 공고 중 불법인 것이 상당수 있다. 특정 종교 신자로 응시자격을 제한하거나 서류전형으로 탈락시키거나 심지어 응시료만 받고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뽑지 않을 수 있다고 하는 학교도 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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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서류전형 실시... 서류전형에 떨어져 응시 기회도 못 가져

사립학교법과 동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사립학교 교사는 공개채용 방식으로 의무화됐다. 이와 함께 서류전형으로 응시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었다.

서울교육청은 수차례 '교원임면보고 검토 결과 및 행정조치 사항' 등의 공문을 통하여 "교원 신규 채용 시 서류전형을 통해 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은 특정인에게만 기회가 부여되어 불공정한 정실 채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사립학교법이 정한 공개전형의 취지에 벗어난 행위"임을 밝히며 이를 금지하였다.

그런데 여전히 일부 사립학교들은 여전히 서류전형을 절차에 포함시켜 놓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공고에 따르면, K고, S여고 등은 1차 전형으로 서류전형을 실시하고 있으며, Y고와 N고 등은 2차 전형에서 서류전형을 실시하고 있었다.

서류전형에 합격한 이들에게만 다음 전형 단계에 응시할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이를 통해 내정자나 특정 대학 출신, 친인척 등에게 특혜를 주어 합격시키기 위한 편법으로 사용될 소지가 무척 크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은 "서류전형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도하고 있는데, 일부 사립학교의 경우 서류전형으로 응시기회를 제한하는 것처럼 공고했지만 감사를 나가보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면서 "아직 정착되지 않아서 그렇다"라고 말했다.

개신교 신자 아니면 응시도 하지마!

아무리 종교 단체가 세운 학교라 하더라도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으며, 특정 종교 과목을 수강하게 하는 것도 불법이다.

지난 4월 대법원은 강의석 대광고 학생의 판결을 통하여 "종교교육을 위하여 설립된 사립학교의 학생에 대해서도 종교 자유가 보장되어야 함"을 명백히 밝혔다. 또한 지난 9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종교재단이 설립한 대학이라도 직원을 뽑을 때 지원자격을 특정종교인으로 제한한 것은 차별"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학생뿐 아니라 초중등학교 교사에게 특정 종교 신자일 것을 채용 조건으로 하거나 종교 행사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다.

그래서 서울교육청은 지난 11월 사립학교에 내려보낸 공문에서도 "공개전형 취지에 어긋나는 응시자격 제한(남·여, 특정종교 신자 또는 특정단체가입자 등)"을 금지하도록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공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신여중과 정신여고, 이화여고, 배재고, 영락유헬스고, 숭의여고, 숭실고, 영파여고 등 교사를 모집하는 거의 모든 개신교 계열 학교들이 세례증명서나 담임목사 추천서 등 종교 신자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지원자격으로 세례교인일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자신을 가톨릭 신자라고 밝힌 한 예비교사는 "같이 예수님을 모시는 학교에서 개신교 신자로만 지원 자격을 제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종교재단이 세우지 않은 일반학교에서 특정 종교인의 응시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종교 탄압인 것처럼 학교 교사를 뽑는데 종교 신자 여부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사립학교들이 교원의 임금을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현실에서 개신교 학교들이 교육청의 지침도 무시하면서 특정종교 신자만을 채용하겠다는 것은 교육적이지도 못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응시료는 꼬박꼬박 3만 원... 그러나 채용 안 할 수도 있다?

서울교육청(교육감 곽노현)이 지난 11월 각 사립학교에 내렵낸 공문. 특정 종교 신자일 것을 응시자격으로 제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거의 대부분의 개신교 사학들이 자격을 제한하고, 세례증명서나 담임목사 추천서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교육청(교육감 곽노현)이 지난 11월 각 사립학교에 내렵낸 공문. 특정 종교 신자일 것을 응시자격으로 제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거의 대부분의 개신교 사학들이 자격을 제한하고, 세례증명서나 담임목사 추천서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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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고와 수도전기공고, 정화여상, 이화여고, 보인고, 장훈고 등 신임교사를 채용하는 거의 모든 학교들이 1인당 3만 원의 응시료를 받고 있다. 응시료를 받지 않는 학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운화학원 환일중 같은 학교들은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는데에도 똑같이 응시료 3만 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과목에 따라서는 경쟁률이 100:1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어 응시료만 수백~수천만 원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정화여상 등 일부 학교에서는 채용 공고를 내면서 "적격자가 없을 경우 채용자가 없을 수도 있음"을 밝히고 있다. 실제 이런 사례에 대해서 서울교육청은 공문에서 "전형료를 징수하여 임용시험 실시하고, 결과적으로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전형료만 수입으로 챙김"이라고 적시하며 이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예비교사들의 응시료만 받아챙길 수도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올해 사립학교 임용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어느 기간제교사는 "요즘 일반 회사는 시험에 응시하면 오히려 차비하라고 돈을 주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면서 "사실 직장이 없는 학생들에게 3만 원은 적은 돈이 아닌데 많은 학생들이 응시를 했는데 합격자가 없다면 사기당한 기분이 든다"라고 말했다.

만약 대학교에서 학생 모집 공고를 하였는데 지원한 학생들이 실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한 명도 뽑지 않고 전형료만 받았다면 이를 받아들일 학생이나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기간제 교사를 수습교사제로 악용하는 '참 나쁜' 학교들

현행 법률상 수습 교사제는 인정되지 않고 있으며, 기간제교사는 휴직대체 등 사립학교법 54조의4가 인정하는 범위에서만 채용이 인정된다. 그런데 많은 사립학교들이 예산을 아끼거나 교원 길들이기 등의 방편으로 기간제교사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

실제로 양천고는 기간제교사를 13명이나 채용한다고 공고를 내었으며, 영동고의 경우 "국어, 수학, 영어, 일반사회, 공통사회(지리), 국사, 물리, 화학, 생물 각 과목 약간 명"으로 무려 9개 교과목에 채용공고를 내기도 했다.

서울교육청은 11월의 공문에서 "기간제·정규(교사)의 구분 없이 채용인원 표기 또는 과목별 인원수를 표기하지 않고 '○명', '약간명' 표기"한 것을 위법으로 규정하면서 "각 과목별 채용인원을 공고내용과 다르게 채용, 정규 합격자로 알았는데 기간제 교원으로 일정 기간 재직한 후 정교사로 임용한다고 하는 것에 대한 적법성 민원 제기" 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장훈고와 정화여상, 동양고, 미림여자정보과학고, 영동고, 강동고 등에서 교사 채용 인원을 정확히 밝히지 않거나 기간제교사인지 정교사인지 구분하지 않고 이런 형식으로 교사 채용 공고를 내고 있다.

"정교사 채용 공고를 보고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였는데 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근무할 것을 요구하여 황당했다"고 경험담을 털어놓는 교사들도 많다. 명백히 불법이지만 약자인 응시자의 입장에서 이를 강하게 문제 제기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교육청, 사학의 불법 채용 지도감독 나서야

동양공고는 자기소개서에 가족 신상을 자세하게 쓰라고 해서 응시자들의 불만을 샀고, 세화학원(세화고 등)과 득양학원(목동고)에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체벌 금지나 무상급식에 대한 의견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교육청은 불법 임용된 사립학교 13개 학교의 교장에 대해서 해임 요구를 하고, 양천고와 진명여고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13명의 임원취임승인 취소 결정을 하는 등 사학비리 척결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일부 사학 교장에 대해서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제외해주고, 이사장 친인척 교장 승인 기준을 허술하게 만드는 등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곽노현 교육감이 선거기간 동안 "교육 비리에는 타협 없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내보였고 사립학교 개혁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립학교의 공개 채용 공고는 불법투성이다. 그것도 서울교육청의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려져 있는 현실인데 이를 제대로 시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를 통하여 여전히 불법적인 교원 채용 비리가 상존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11월 사립학교 교원 채용 유의 사항이라는 공문을 내린 것으로 할 일 다 했다고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서울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사립학교 교원채용 공고를 분석하여 불법 사례를 당장 시정하고 학교 당국에 조처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 공문의 미흡한 점을 보강하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 이것이 사립학교의 특혜 채용, 즉 똥돼지 논란과 금품수수 관행 등 채용 비리를 없애기 위한 시작이다. 그래야만 서울 시민과 교육가족들도 서울교육청의 교육비리 척결 의지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기사에 언급됐던 대진대학교법인은 "애초에 전형료 자체가 없었고 지금도 전형료를 받지 않는다"고 알려왔습니다.



태그:#사립학교, #교사 채용, #곽노현, #서울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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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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