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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반찬 배달서비스의 실태. 전남 진도군에서는 결식아동들에게 분말 스프, 통조림, 라면 등 인스턴트 가공식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명윤(가명, 10세)이는 전남 진도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선천적 안면기형 4급과 정신지체 장애를 갖고 있는 명윤이는 종종 가스불 끄는 것도 잊어 라면도 제대로 끓이지 못한다. 

 

"쑹한(나쁜) 말도 할 줄 몰러. 지 밑에 요만한 게 때려도 맞고 울고만 있어. 반항도 못 혀. 야(명윤)만 없어도 나가버리고 이런 세상 안 살 텐데. 죽지도 못 혀."

 

지난 20일 만난 명윤이의 할머니 한정자(가명, 75세)씨의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다. 한씨는 지병인 C형 간염과 위장병 때문에 하루에 스무 알 넘는 약을 먹는다. 명윤이의 할아버지는 6개월 전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명윤이는 공부방에 가는 날이면 밥을 두 그릇 씩 먹고 온다. 하지만 공부방에 가지 못하는 날에는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부실한 밥이나 라면을 끓여 먹는다. 할머니가 병원에 가는 날이면 명윤이는 굶는다.

 

결식아동에게 라면, 계란 한 판, 분말수프, 통조림 지원

 

평생 농사짓고 겨울이면 대파 까기를 해온 할머니는 손가락 관절염 때문에 병뚜껑 하나 따는 것도 힘겨워한다. 할머니는 몸 상태가 계속 나빠지자, 최근 갖고 있던 조그만 논마저 팔아버렸다.

 

"이 나이 먹고는 남의 집 소작도 못 하고, 대파 까기도 못 혀. 조그만 놈이 자꾸 닭튀김 닭튀김 노래를 불러 쌌는데, 약값이라도 안 들어가면 닭튀김이라도 사줄 텐데...."

 

명윤이네 냉장고를 열자 인스턴트 양송이수프와 꽁치 통조림 그리고 손도 안 댄 밑반찬 통이 보였다. 진도군의 결식아동 급식지원사업인 '밑반찬 배달서비스'를 위탁받은 자활센터에서 보내온 것이다. 

 

 겨울에 임춘희씨는 일용직 대파까기 일을 한다.

"(자활센터에서 보내 온) 수프나 통조림은 어떻게 해먹는지 모르겠고, 쥐포는 너무 딱딱해서 못 먹어요."

 

명윤이 할머니가 말했다. 기름값이 비싸 명윤이네는 보일러도 틀지 못한다. 전기장판이 유일한 월동용품인 좁은 방에서는 한기가 느껴졌다. 명윤이네 세 식구 앞으로는 기초생활수급비 30만 원과 노령연금 10만 원이 매달 나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들어가는 병원비만 매달 16만 원이다. 하지만 내년 명윤이네 집 수입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한나라당은 결식아동 급식지원비 283억 원과 기초노령연금 611억 원 등이 삭감된 내년도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서울 여의도에서 복지예산이 깎이면 전남 진도의 명윤이네 집이 직격탄을 맞는다. 내년 명윤이의 급식은 어떻게 될지, 노령연금은 얼마나 줄어들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말기 암 진단을 받은 명윤이 할아버지는 "명윤이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이라도 굶지 않게 해달라"며 아무 권한이 없는 기자의 손을 잡았다.

 

이처럼 진도군에서는 결식아동 급식지원 대체 사업으로 '밑반찬 배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책정된 예산이 부족해 "밑반찬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22일 진도군 K공부방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은 '반찬 투정'과 차원이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양송이 분말수프, 꽁치 통조림 등은 어떻게 해먹어야 하는지 몰라요."

"밑반찬 배달 오는 날짜와 시간이 일정치 않고, 집 문이 열려있는 데도 밖에 반찬을 놓고 가서 개미가 꼬여 못 먹고 버리는 경우도 많아요."

"절반 정도는 먹지 못하고 버려야 해요."

 

진도군 밑반찬 배달서비스의 실태 결식아동에게 지원되는 밑반찬은 책정된 예산보다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배달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반찬 오는 시간을 알려주고, 매번 같은 시간에 배달이 와서 개미 좀 안 꼬였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어떤 아이들은 "어차피 먹지도 않는데 안 와도 상관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도군에서 운영하는 '밑반찬 배달서비스'는 학기 중에는 토요일과 일요일, 방학 중에는 매일 지원되도록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원칙대로 한다면 결식아동 한 명당 학기 중에는 주말 이틀간 3000원씩, 방학에는 매일 3000원 상당의 밑반찬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결식아동은 어떤 반찬 서비스를 받았을까. 2010년 여름방학 기간 동안 결식아동들에게는 종종 3분 카레, 참치캔, 꽁치 통조림 등 가공식품이 배달됐다. 심지어는 라면과 계란 한 판이 조리되지 않은 채 배달된 적도 있다.  

 

"예산 삭감 돼 결식아동 늘고, 급식 질 떨어질 것"

 

진도군에서 A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인사는 "군에서는 많은 돈을 쓰면서도 아이들에게 부실한 반찬을 주는 것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밑반찬 배달서비스'를 위탁받아 시행하고 있는 자활센터 담당자는 "올해 식재료 인상 폭이 컸기 때문에 단가를 맞추려고 한 부분은 있지만, 정성껏 밑반찬을 만들어서 배달했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겨자씨만한 지역아동센터 공부방의 어린이. 겨자씨만한 지역아동센터 공부방에선 매일 25명의 결식아동들에게 점심과 저녁을 제공하고 있다. 한 아이가 밥을 맛있게 먹고있다.

또 "(인건비, 재료비까지 따로 군에서 지원받고) 영양사까지 두고 운영하는 곳에서 가공식품, 라면 등을 아이들에게 보내도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담당자는 "매일 반찬을 먹을 수 없고, 아이들이 라면과 카레를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요구를 반영했다"고 답했다.

 

진도군청 '밑반찬 배달서비스' 담당공무원은 "해당업체를 꾸준히 관리 감독했지만, 문제된 적은 없었다"며 "앞으로도 관리, 감독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진도군은 밑반찬 배달서비스에 2008년에는 1억6600만 원, 2009년에는 2억3500억 원, 2010년에는 2억4705만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한나라당의 내년도 예산안 날치기 통과로 결식아동급식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된 상황에서 진도군은 지자체 예산으로 올해와 비슷한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식재료비와 인건비 인상 등을 고려했을 때, 결식아동 급식지원금은 삭감된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지금도 인스턴트 가공식품을 지원받고 있는 결식아동의 밑반찬 질은 더욱 떨어질 우려가 크다.

 

남세동 전남 지역아동센터 지부장은 "방학 동안 밑반찬 배달을 해주는 진도와 달리 같은 전남 해남군은 결식아동들을 방학 동안 굶기지 않기 위해 공부방에 급식지원금과 인력을 지원한다"며 "2011년 예산에서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예산이 삭감되어, 굶는 아이들이 늘어나거나, 급식의 질이 떨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21일 기자와 만난 진도군청의 한 관계자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복지예산과 같이 마땅히 써야할 곳에 예산을 많이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도군과 같이 재정자립도(11.3%)가 낮은 지자체는 예산이 늘어야 하는데, 4대강 사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진도군 2010 아동급식 지원예산 서류 방학 일수인 90일 동안 결식아동에게 제공될 '밑반찬 배달서비스' 관련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빨간 박스)

물론 모든 지자체에서 결식아동들에게 밑반찬을 배달하는 건 아니다. 2009년 4월 전국의 지자체 및 교육청에서 실시한 '결식아동 급식전달방법'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결식아동 급식 전달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유형별로 보면 식권 배부 41%, 주․부식 배달 24%, 지역아동센터를 통한 지원 13%, 식품권 및 도시락 배달이 2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는 돈 펑펑 쓰면서...2011년은 결식아동 배고픈 해"

 

지자체별로 상이하지만 지원 예산은 결식아동 1인당 3000원부터 최대 5000원까지 차이가 난다.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 밑반찬이 배달되기 시작한 건 2007년부터로 주로 농․어촌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밥과 국이 함께 제공되는 일반 도시락은 대도시와 중소도시에서 주로 지급되었고, 읍․면 단위에는 반찬이 주로 제공되고 있다.

 

강원도 속초시의 하나로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우리 지역의 경우 위탁업체에서 음식을 만들어 지역아동센터에 가져다주면, 지역아동센터에서 직접 아이들에게 배식을 한다"며 "아동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음식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전라남도 곡성군 꿈나래지역아동센터의 한 관계자 역시 "학기 중 주1회, 방학 중 주3회 도시락 배달을 하며, 관리감독이 잘 이루어져 도시락의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서귀포시와 경기도 포천시의 경우는 진도군과 마찬가지로 방학 중 하루에 한 끼 3000원의 예산으로 아이들에게 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2009년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지에 게재된 '여름방학 중 결식아동 도시락 제공 기관의 운영관리 실태' 연구결과에 따르면 "경기, 강원, 전남, 제주 지역의 137개 기관의 정보를 제공받아 연구한 결과, 응답자의 1/3 이상(38%)이 급식영양관리 기준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으며, 영양사가 식단을 작성하는 비율은 34%로 보고 되어 식단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42% 가량이 적정 급식단가는 4000원 이상 4500원 미만이 적절하며, 국가 차원의 재정 및 인력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선희 전국학교급식네트워크 처장은 "결식이란 아동이 가정에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로, 결식아동 급식지원을 단순히 '끼니때우기'로 보는 것은 매우 지엽적인 시각이며, 아동의 자존감에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처장은 "도시락 배달 업체에 대해 예산이 적절하게 쓰이고 있는지, 운영 및 관리에 대한 정부차원의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을 받은 아이들은 2009년 45만2321명, 2010년 47만6444명이었으며, 친환경무상급식 풀뿌리국민연대, 참여연대 등 사회복지단체에서는 전국의 결식아동 수는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복지예산 삭감으로 2011년은 전국의 결식아동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배고픈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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