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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운대 낙조전망대서 해넘이 사진.  작품 같죠.
 몰운대 낙조전망대서 해넘이 사진. 작품 같죠.
ⓒ 황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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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닮은 사람은 흔하지 않다. 그런데 젊은 청년이 오더니 "사진작가님 안녕하세요"라고 한다. 그리고 "실례가 안 되면 사진 찍은 것 보여주시면 안 되냐"고 한다. 두 말 않고 보여주니 "너무 닮아서 착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진작가는 아니고 찍은 사진을 컴퓨터에 올려 놓고 두고두고 보는 것이 내 취미다"라는 말을 남기고 청년과 함께 해넘이를 보냈다.

경인년 범띠 새해를 보며 마음을 다잡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남은 달력은 달랑 한 장,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또 한 해가 허둥지둥 지나갔다는 생각에 괜히 울적해진다. 그래서 찾아간 곳 다대포 낙조전망대로 달려 갔다.

바로 그곳은 몰운대 낙조.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노을, 지는 해를 보는 곳, 한 해 끝자락을 접고 해 지는 풍광을 지켜보며 마음을 추슬러 주는 곳, 지는 해는 보는 사람을 겸허하고 숙연하게 한다. 해가 지듯 언젠가는 져야 하는 생명의 사람 목숨, 그래서 아직 지나가지 않은 날들이 더욱 귀해 보인다.

이래서 낙조라고 했겠지.
 이래서 낙조라고 했겠지.
ⓒ 황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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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강물과 남해 바닷물이 만나 하나 되는 곳 다대포. 섬처럼 떠 있는 몰운대를 보면 볼수록 더 아름답다. 안개와 구름에 가려진 곳이란 지명부터 그럴싸하지 않은가? 팔짱을 끼고 산책하는 연인들 뒷모습을, 이런저런 일로 찌든 심신을 안개와 구름이 살포시 감싸고 묻어준다.  

이곳은 모두 아름답지만 해 지는 풍광, 낙조가 그럴싸하다. 낙동강 수면 위 모래 섬을 금빛으로 비추며 강 너머 지는 해를 보려고 찾아오는 사람들. 자기 얼굴이 금빛으로 물든 것도 모르고 해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들, 양손을 모아 합장하는 사람들 앞에 주둥이가 길쭉한 카메라를 들이댄다. 모두가 지는 해를 마음에 담아두려는 사람들이다.

해넘이 명소에서 지는 해를 카메라에 담아두려는 사람들뿐이다. 이 '몰운대 낙조전망대'는 지난해 만들었다. 몰운대 서쪽 비탈에 낙조를 감상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춘 목재 데크, 진입로를 포함해 길이가 162m다. 가벼운 차림에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한 폭의 산수화 같죠.
 한 폭의 산수화 같죠.
ⓒ 황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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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진입로는 몰운대 산책로와 다대포해수욕장 경계에 있다. 포근한 모랫길을 걸으면 해산물이 다닥다닥 붙은 갯바위가 있고 나무 진입로가 나온다. 오래된 동백나무가 있어 꽃필 무렵에 오면 붉은 해와 빨간 꽃 사이로 걸어보는 멋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는 곳 전국에서 최고의 해넘이를 볼 수 있다.

가벼운 산책코스로 사랑 받는 전망대는 진입로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온다. 공간이 넓고 나무의자가 간간이 놓여있다. 전망대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하다. 넘실대면서 합류하는 강물과 바닷물이 전망대 아래로 펼쳐지고 살랑대면서 섞이는 강바람과 바닷바람이 인간을 숨쉬게 한다. 숨통이 확 트이며 체증이 가라앉는 기분이다.

해는 넘어가고 나룻배만 남아 있는 다대포 풍광.
 해는 넘어가고 나룻배만 남아 있는 다대포 풍광.
ⓒ 황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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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물살 사이로 모래 섬이 보인다. 모래 섬은 떠내려 온 모래가 쌓인 모래밭이다. 물 밖으로 나온 모래 섬이 사람 등처럼 완만하다. 미인 등과 같이 선이 곱다. 철새인지 텃새인지 새들이 모래 섬에 내려앉아서 갈 생각을 않는다. 새도 미인을 알아보고 고운 선을 알아보는 모양이다. 유혹을 뿌리치듯 모래 섬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새가 대단하다.

해가 지는 곳은 강 너머 저 멀리 진해 천자봉이다. 해가 빨개진다. 무슨 해가 저리 빨갈까? 홍시 아니면 봉선화 꽃물 같은 빛깔이다. 촛불 켜고 공중에 내건 연등 같기도 하다. 홍시와 꽃물, 그리고 연등 세 가지 색이 섞인 것 같기도 하다.

전국 최고 낙조 명소로 각광 받는 곳 해가 가까이 가자 구름도 덩달아 빨개진다. 해와 구름이 한데 어울리니 하늘까지 다 빨개진다. 노을 지는 하늘을 보는 사람도 모두 빨개진다. 노을에 물든다. 해는 낮아질수록 더 빨갛다. 더 진하다. 그리고 어둠만이 밀려온다.

덧붙이는 글 | 국제신문 송고.



태그:#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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