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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동안 수몰 지역의 주민들을 다 이주시켰고, 보상금도 지급했다. 또 엄청난 돈을 투입해 대체도로를 만들고 학교도 지었다. 그런데 그들은 댐 건설을 중단했다. 지난 58년 동안 유지해오던 또 다른 댐도 부수기로 결정했다. 댐은 홍수를 일으켰고, 수질을 악화시켰으며, 지역경제마저 완전히 파괴했다는 것이 이들이 내린 결론이다. 

지난 12월 8일,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은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인 일본 구마모토현을 찾아갔다. 가와베가와 댐 건설을 중단하고, 아라세 댐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일본의 뼈아픈 선택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4대강 사업도 40-50년이 흐른 뒤에 일본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될까? '해외기획-일본은 왜 댐을 부수나'를 통해 한국의 4대강 사업을 조명했다. <편집자말>

츠르쇼코씨가 운영하는 약국에 들어선 취재진은 멈칫했다. 그의 약국은 일본 구마모토현 야스시로 시내에 위치해 있다. 약 10평 남짓한 공간에 갖가지 약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멈칫한 까닭은 약국의 절반 이상이 그의 연구실이자 작업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약국 공간을 줄여 꾸며 놓은 사무실에는 빔프로젝트 시설을 비롯해 각종 자료로 꽉 차 있다. 벽에는 구마강 하천유역도를 비롯해 댐과 보의 위치, 규모 등 관련 자료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그러고 보니 약을 진열해 놓은 공간에 비해 사무실이 더 커 보였다. 실제 그는 약국운영을 위한 시간보다 지역 환경현안을 조사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다. 그가 건넨 명함에도 '약사'에 앞서 '환경운동가'라는 글귀가 먼저 새겨 있었다. 그는 '일본자연보호협회'와 '아름다운 구마강을 지키는 시민의 회' 등에 소속돼 활동 중이다.     

 

츠르쇼코씨는 환경현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약국을 찾는 손님들이 언제부턴가 아토피 등 예전에 없던 증상을 호소하는 일이 많아져 원인을 조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물이나 먹는 음식이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지역 환경현안에 대한 조사와 연구, 개선을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일본 최초의 댐 철거(아라세댐)를 앞두고 그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졌다. 하지만 그는 "댐 철거는 유역의 재생을 위한 운동의 시작"이라며 "주민들의 참여와 합의를 통해 유역의 재생을 목적으로 한 행동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서 진행 중인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의 사무실에는 한국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여러 자료가 놓여 있었다. 그는 4대강 사업에 대해 "한 마디로 일본에서 수십 년 전에 해온 잘못을 한국에서 되풀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에서 댐과 보를 만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한국에서 교훈으로 삼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지류에서 일어난 수해를 본류에서 일어난 처럼 속여 (하천 본류를 막는) 댐 건설 필요성을 강조해왔다"며 "하지만 행정기관이 제시한 자료가 거짓이라는 것을 밝히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그는 거듭 "실제 댐 건설 이후 수해의 범위도, 피해 규모도 확대됐다"며 "(한국에서) 물고기와 각종 생물 등 모든 자연의 혜택을 희생시키면서 보를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때 야스시로시 제방(하기와라 제방)이 범람하자 일본 건설교통성이 구마강 상류에 댐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당시 제방범람은 구마강 본류가 아닌 구마강의 지류인 작은 스무강이 범람한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마치 본류인 구마강이 범람해 홍수가 난 것처럼 속여 댐 건설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일본 구마모토현 지방정부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야츠시로시 사카모토촌에 위치한 구마강 유역의 아라세댐을 내년 4월부터 철거한다. 일본정부도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구마강 유역 상류에서 40년 동안 벌여온 가와베가와댐(아라세댐 상류) 건설 공사를 전격중단하기로 했다.

 

다음은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그가 운영하는 약국이자 환경현안을 연구하는 사무실에서 나눈 대화 요지다.

 

"댐 철거는 유역재생을 위한 운동의 시작이다"

 

- 약국을 운영하다 어떻게 환경운동에 몸담게 됐나?

"약국을 찾는 손님들이 언제부턴가 아토피 등 예전에 없던 증상을 호소하는 일이 많아졌다.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아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하게 됐다. 결국 물이나 먹는 음식이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환경문제를 도외시하고서는 이후 후대들의 건강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골프장, 산업폐기물 문제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이후 아라세댐, 가와베가와댐 현장을 찾게 됐다."

 

- 언제부터 아라세댐 등 하천조사를 벌였나?

"1996년경이었다. 속해있는 단체(일본자연보호협회)에서 가와베가와댐 건설예정지(아라세댐 상류) 부근의 멸종위기종인 새(매)에 대해 조사해 보자고 제의했다. 당시 정부에서는 관련된 일체의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때문에 우리단체 스스로 조사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츠키마을(가와베가와댐 건설 수몰 예정지)을 다녔다. 이를 통해 산에서 새의 먹이를 채취하는 일을 중지시키기도 했다. 또 우리단체의 조사보고서가 정부가 한 것보다 객관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부터는 댐 건설이 은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은어의 먹이는 뭔가? 은어를 잡아 위를 조사해 유역별로 어느 댐의 퇴적물이 갯벌까지 흘러내려 갔는지를 조사했다."

 

- 아라세댐 철거를 위한 준비단계로 지난 4월 댐 수문을 개방했다. 수문개방 후 달라진 점이 있나?

"많다. 지금까지 조사한 것만으로도 하천이 소생하고 있다는 여러 조짐을 확인할 수 있다. 댐 수문 개방 이전에는 여름에 수차례 적조가 발생했다. 냄새가 독해 댐 근처 호수에 갈 수 도 없었다. 하지만 수문을 개방한 후 적조가 생기지 않았고 냄새도 없어졌다. 수문을 닫았을 때보다 하천 수위는 낮아졌지만 물은 아주 깨끗해졌다. 댐 하류 연안에는 흙 대신 모래가 쌓이고 있다. 거의 멸종한 것으로 생각했던 조개들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 지금은 어떤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나?

"아라세댐 수문 개방 이후 하구의 모래가 소생하는 정도를 조사 중이다. 수문을 연 이후 확실히 모래가 많아지고 있다." 

 

- 내년 4월이면 일본 최초로 아라세댐 철거작업이 시작된다. 이후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

"유역의 재생을 위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우선 주민을 위한 댐 철거방법을 모색하고 주민들의 참여와 합의를 통해 유역의 재생을 목적으로 한 행동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민들과 수문개방이 가져온 환경변화를 조사하고, 상류에 있는 댐 철거를 위한 운동도 기획하고 있다. 다른 한편 아라세댐이 일본 최초의 댐 철거인 만큼 댐 철거와 관련 있는 국내외 정보를 교환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댐 철거에 관한 법적 정비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댐 철거는 유역재생을 위한 운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 매일 이렇게 구마강에 나가 살면 약국운영은 어떻게 하나? 생활비 등 활동비는 어떻게 조달하나?

"(웃으며) 저도 그것이 제일 근심 거리다."

 

- 한국에서 벌이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4대강 사업으로 홍수를 막고 수질을 좋게,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한 마디로 일본에서 수십 년 전에 수 십 번 주민들에게 설명해온 것을 한국정부가 한국 국민들에게 똑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댐과 보를 만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를 한국에서 교훈으로 삼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댐과 보를 만들면 잃는 것이 너무도 많다. 때문에 (급하게 서두를 것이 아니라) 4대강 사업으로 그 지역에서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신중히 검증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아라세댐 주변 주민과 같이 어부 등 1차 산업에 의존해온 천변 주민들은 좋지 않게 될 것이다. 치수에 관해 말한다면 일본에서도 지류에서 일어난 수해를 본류에서 일어난 것 처럼 속여 (구마강 본류를 막는)댐 건설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행정기관이 제시한 자료가 거짓이라는 것을 밝히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실제 댐 건설 이후 수해의 범위도, 피해 규모도 확대됐다. 물고기와 각종 생물 등 모든 자연의 혜택을 희생시키면서 보를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 일본정부에서 '지류에서 일어난 수해를 본류에서 일어난 것 처럼 속여 댐 건설 필요성을 강조해왔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한때 야스시로시 제방(하기와라 제방)이 범람해 약간의 피해를 입었다. 참고로 하기와라제방은 만들어진 지 260년간 한 번도 무너진 바가 없다. 제방이 범람하자 일본 건설교통성은 구마강 상류에 댐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제방범람은 구마강 본류가 아닌 구마강의 지류인 작은 스무강이 범람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마치 본류인 구마강이 범람해 홍수가 난 것처럼 속여 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홍보했다." 

 

특별취재팀 : 김병기 편집국장/심규상 지역팀장/허재영 대전대교수(취재자문, 충남도 4대강 재검토특위 공동위원장)/주영덕씨(통역)


태그:#댐 철거 , #4대강 , #아라세댐,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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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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