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화입, 불씨를 넣는다는 뜻이다. 당진제철소 제2고로 가동이 꼭 그런 모습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음을 알리는 '불꽃'이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철강시장에 뛰어든 현대제철이 최근 제2고로 가동을 계기로 '양강 시대'를 열었다.

정몽구 회장 "이제 세계 10위권 대형 철강사로 발돋움"

지난 달 23일 제2고로 화입식에서 '첫 불씨'를 넣고 있는 정몽구 회장
 지난 달 23일 제2고로 화입식에서 '첫 불씨'를 넣고 있는 정몽구 회장
ⓒ 현대제철 제공

관련사진보기


지난 달 23일 현대제철은 내외빈과 임직원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제2고로 화입식'을 갖고 연산 800만 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로 본격 가동을 시작했음을 대내외에 선포했다. '화입식'이란 철광석과 코크스가 있는 고로 하단부에 처음 불씨를 넣는 행사를 일컫는다.

착공 29개월 만에 가동을 시작하는 제2고로는 내용적 5250㎥, 직경 17m, 높이 110m 규모의 대형 고로로 지난 1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제1고로와 동일한 사양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대제철은 "룩셈부르크의 세계적인 고로 엔지니어링 업체인 폴워스사가 엔지니어링을 담당했다"고 밝혔다.

또한 "제2고로의 본격적인 가동으로 연간 800만 톤 규모의 열연강판 및 후판 생산이 가능해지면 80억 달러 상당의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하는 한편, 관련 수요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로써 현대제철 조강생산능력은 2010년 한 해에만 800만 톤이 늘어났으며, 여기에 기존 전기로 1200만톤까지 합치면 총 2000만톤의 강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23일 행사에서 정몽구 회장은 "이제 현대제철은 세계 10위권 대형 철강사로 발돋움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현대제철 효과', 포스코 매출서 '현대' 비중 눈에 띄게 줄어

포스코 2010년 3분기 보고서. 내수시장 점유율이 59%로 하락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포스코 2010년 3분기 보고서. 내수시장 점유율이 59%로 하락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화면 캡쳐

관련사진보기


세계철강협회 자료를 보면 2009년 철강사 조강생산 순위에서 10위 업체인 러시아의 에브라즈의 연간 생산량은 1530만톤이었다. 현대제철의 기대만큼 생산이 이뤄진다면 10위권 진입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규모로만 놓고 보자면, 포스코 연간생산량 3500만톤의 60%에 육박하는 수치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가 본격적인 추격에 나선 셈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현대가'의 막강한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 현대중공업, 현대하이스코 등 굵직굵직한 철강 수요기업이 사실상 '한 가족'이다.

그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포스코의 올해 3분기 내수시장 점유율은 59%로 나타났다. 2008년 62%, 2009년 61%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마침내 60%대 벽이 깨진 것이다. 포스코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포스코의 올해 3분기 공시를 살펴봐도, 작년에 비해 '현대가'가 포스코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주요 매출처를 매출액 기여도 순으로 보면, 현대중공업그룹(3.0%), 현대기아차그룹(2.5%), GM대우자동차(2.4%), 현대하이스코(2.2%), 포스코강판(2.1%) 등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 보고서와 비교하면, 현대중공업 -1.7%(4.7%), 현대하이스코가 -1.0%(3.2%), 현대기아차그룹 -0.4%(2.9%)로 매출액 기여도에서 '현대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도합 3.1%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포스코 앞서 있지만 … 현대제철 그룹 차원 공동 기술 연구

2009년 주요 철강사 조강생산 순위 (단위 : 백만톤, 세계철강협회)
 2009년 주요 철강사 조강생산 순위 (단위 : 백만톤, 세계철강협회)
ⓒ 화면 캡쳐

관련사진보기


물론 아직까지 생산규모나 기술력에서 포스코가 앞서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대제철 측도 "포스코와의 기술 격차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내심 기술 격차를 줄이는 데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측은 "현대제철 일관제철소가 고품질의 자동차 강판 전문 제철소를 목표로 건설됐다"면서 "2007년부터 현대제철연구소를 설립해 자동차 강판 기술 개발에 주력해 왔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현대제철은 조강생산과 열연강판 제조분야를 연구하고, 현대하이스코가 냉연강판 제조분야를, 현대·기아차가 완성차 개발 분야를 중점 연구하는 이른바 '프로세스 단계별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제철은 "실례로 YF소나타 차량 측면에 적용돼 탑승자를 보호하는 B필러(Pillar)의 경우 공동개발을 통해 내년 상반기 현대제철에서 생산하는 소재를 이용한 제품을 적용할 것"이라며 "연간 400억 원에 이르는 수입 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현대제철 '투톱 전쟁' 본격 개막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2고로 출선 모습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2고로 출선 모습
ⓒ 현대제철 제공

관련사진보기


우유철 현대제철 사장도 화입식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포스코와의 기술격차를 얼마 만에 좁힐 수 있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현대자동차 외판재 공급을 2012년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에서 '현대가' 매출 비중이 더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물론 포스코도 이와 같은 상황에 일찌감치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베트남,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현대제철 '부상'에 따른 내수 시장 변화를 감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글로벌 시장 확대의 계기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제2고로 가동을 계기로 포스코와 물적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이제 핵심 과제는 포스코와의 기술 격차를 얼마나 빨리 줄이느냐다. 그 속도가 빨라질수록 국내 철강시장의 요동 폭 또한 그만큼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투톱 전쟁'이 본격 개막했다.


태그:#현대제철, #포스코, #철강, #정몽구, #우유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