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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나는 이 세글자를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마냥 어리기만 해서 어떠한 꿈을 꿔보기도 힘들었던 시절, 영화 <서편제> 속 그 돌담길은 나에게 청산도에 대한 환상을 품게 했다. 그 느낌이 너무나 강렬해서였을까. 나이를 한살 두살 먹고 그 후로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청산도를 처음 찾은 것은 지난 4월이었다. 유채꽃이 막 피어나던 청산도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떠나기 싫어 울상을 한 채로 발걸음을 뗐는데, 10월 다시 찾은 청산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청산도는 나에게 들어가면 다시 나오고 싶지 않은 섬이 되버린 듯하다.

 

 
설렘 가득 안고, 다시 청산도로 향했다

 

청산도로 향하는 카페리호에 몸을 실었다. 선실 밖으로 나와 푸른 바다와 눈앞에 펼쳐진 다도해의 풍경을 바라보며 짠맛을 가득 움켜쥔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다. 배 안에 몸을 실은 수많은 여행객들의 표정에서 내가 보인다. 때묻지 않은 섬에서 어떤 하루가 펼쳐질지, 기대감에 들떠있다.

 

유채꽃으로 노랗게 물들었던 4월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를 맞아줄 그곳에 빨리 발을 들여놓고 싶어서였을까. 45분이란 시간이 너무나 더디게 느껴진다.

 

 

뱃머리가 마주보고 있는 등대를 지나 도청항에 다다른다. 섬을 나가려는 사람들, 섬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많은 인파 속에서 우뚝 솟은 비석이 나를 반긴다.

 

"안녕~ 또 만났네. 반가워. 보고싶었어."

비석마저도 사랑스러운 걸 보니, 청산도에 대한 나의 애정은 정말 어쩔 수 없나보다.

 

 

청산도에는 다양한 슬로길이 있다. 그 중에서도 범길은 권덕리에서부터 말탄바위를 지나 범바위까지 오르는 길로, 오르막이 가팔라 조금 힘들다. 특히, 나처럼 산행을 몸서리치도록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청산도의 슬로길은 슬로족들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군데군데 하늘색 화살표로 표시해 놓았다. 이 화살표만 잘 따라간다면 이방인도 섬안에서 길을 잃고 헤맬 일이 전혀 없다.

 

 

권덕리에서 말탄바위까지는 그나마 조금 수월한 길이 이어졌다. 오르막이지만 가파르지도 않고, 천천히 걸으며 굽어보는 청산도의 전경이 절경이다.

 

 

오르막을 따라 말탄바위에 올랐건만, 발 밑으로 또 한없이 이어지는 산길이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범바위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바위를 내 앞으로 옮겨놓고 싶은 심정이다. 다시 돌아가지도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든... 이것이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멍하니 범바위만 바라보다 파이팅을 외쳐본다.

 

그나마 처음은 내리막이다. 내리막길에서 나는 언제나 선두를 달린다. 이번에도 역시 1등이다.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된다. 한걸음 한걸음 뒤쳐지기 시작한다. 뒤에서 오던 사람들이 날 앞지르기 시작한다.

 

'헥헥'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돌덩이를 메달아놓은 것처럼 무겁다. 다섯보 걷고 1분 쉬고, 또 다섯보 걷고 1분 쉬고를 반복하다보니 어느덧 눈 앞에 사람들이 안보이기 시작한다. 천천히 사진을 찍으며 뒤따라오던 녀석이 "누나~ 왜이렇게 자주 쉬어요~" 한마디 한다. 누굴 탓하랴... 요즘 유난히도 자주 느끼지만 역시 운동부족이다.

 

 

간신히 범바위 전망대에 오르니 공원처럼 조성된 넓은 광장이 펼쳐져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도 하고, 산행길에 가빠진 숨을 돌리기도 하고, 매점에서 목을 축이기도 한다. 범바위 위에 올라서서 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힘들게 산을 오른 사람만의 특권이다.

 

신기한 이야기 하나 해줄까? 범바위 근처에 나침반을 놓으면 나침반도 길을 잃고 헤매인다. 범바위의 자기장이 강해 북쪽을 찾지 못해서다. '강력한 자기장이 작용하는 지역이니 주의하라'는 안내판이 눈에 띈다.

 

 
 

범바위에서 청계리마을로 내려오는 길은 호젓한 산책길이다. 원래는 용길로 내려오는 것이 제대로 된 코스지만, 시간이 조금 지체돼 빠른 지름길을 선택하여 우회하기로 한다. 늦어진 것이 절대 나때문은 아니다. 절대! 슬로길의 한 코스인 용길을 걸어보지 못하는 게 아쉽긴 하지만, 슬로길로 지정되어 있지 않은 조용한 산책로도 너무나 좋다.

 

 

 
길 따라 늘어선 야생화들에 눈이 즐겁고, 이렇게 큰 코스모스는 처음 본다며 호들갑도 떨어본다. 꽃잎위에 사뿐히 앉은 나비들도 길동무가 되어준다. 조금 전의 힘들었던 산행은 생각도 나지 않을만큼 평화롭다.
 

 

마을에 내려오니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무슨 일이지?' 다가갔더니 밭에서 일하던 어르신들의 새참을 나눠먹고 있다. 어르신이 직접 무치셨다는 군소에 모두 맛있다며 열광한다. 다소 생소한 군소는 민달팽이와 닮았다고 하여 바다달팽이로 불리는 생물이다. 처음 먹어본 맛은 쫄깃하니, 약간은 버섯종류를 씹는 기분이다. 어르신은 "너무 맛있어요~"라며 손을 떼지 못하는 일행들에게 "대충 무친거여~"라며 수줍은 미소를 보이신다. 시골인심이 정겨워 마음이 훈훈해진다.

 

 

구수한 돌담길이 이어지는 서편제길

 

청산도 하면 가장 떠오르는 장소는 바로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왈츠> 촬영지로 유명한 돌담길이다. 당리에서 새땅끝을 지나 초분까지 이어지는 이 슬로길은 영화 <서편제>에서 주인공들이 북을 치며 소리를 내며 걸었던 길이라하여 서편제길로 불린다.

 

아무렇게나 쌓아올린 꾸미지 않은 돌담길과 자연스럽게 굽어진 흙길에서 시골의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다. 청산도의 상징과도 같은 이 길은 가장 정성을 들이는 곳이다. 유채꽃을 심어 봄을 기다리고, 가을이 되니 코스모스를 심어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서편제길에서 내려다보면 한켠에는 산아래 둘러싸여 더욱 포근해보이는 작은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알록달록한 지붕을 이고 옹기종기 모여앉은 집들이 다정하다. 이곳은 서울처럼 각박하지 않으리라. 모두가 가족처럼 친근하고, 서로의 기쁨과 슬픔까지 나눠갖겠지?

 

 

마을 반대편으로는 푸른바다가 펼쳐진 확트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떠나는 이들을 가득 실은 배 한척이 청산도의 관문인 등대 사이를 빠져나간다. 배의 선상에서는 이곳의 추억을 가슴 가득 담은 사람들이 이 작은 섬과의 헤어짐이 못내 아쉬운 듯 눈길을 떼지 못한다. 나도 내일이면 저들과 같은 마음이겠지? 벌써부터 헤어짐이 아쉬워진다.

 

마을어귀를 어슬렁거려보자, 상서마을 옛돌담길

 

얼마전 TV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어 유명해진 풀섬이 있는 신흥리 해수욕장, 그 주변에 상서마을이 있다. 이름마저도 상서로운 이 마을의 담장은 돌을 쌓아올린 돌담이다. 이 돌담길은 2006년 문화재청으로부터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279호로 지정되었다.

 

바람이 많은 섬지방 기후 때문에 필요에 의해 쌓아올린 이 돌담길이 이제는 관광명소가 되어버렸다. 보여지기 위해 쌓아올린 어느 민속마을의 돌담길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운치 있다. 한 마을이 유명해지면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닐거라는 생각에 마을을 걷는 내내 조심스럽게 된다.

 

 

담을 타고 올라가 지붕위까지 올라앉은 풀들마저 자연스럽다. 표현력이 부족해서일까? 떠오르는 말은 단지 '시골'이라는 단어뿐이다.

 

 

섬마을의 생활방식이 그대로 보여진다. 바람이 많은 기후의 특성상 지붕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거운 돌을 달아 놓았다.

 

 

담벼락에는 대롱대롱 생명들이 가득하다.

"애호박인가?"

"수세미입니다."

문화해설사의 한마디에 나의 무지함이 부끄러워진다. 나름 지방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데 수세미를 처음 본다. 애호박이라고 혼자 단정지으니 노란 수세미꽃마저 호박꽃으로 보여지는 이유는 뭐람? 그래도 하나 배웠다.

 

 

손대면 우두두두 떨어질 것 같은 쌀들이 여물어간다. 생각해보니 쌀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그동안 삭막한 세상에서 참 회색인간처럼 살아왔구나. 새삼 느껴지는 풍경이다.

 

 

마을 한쪽에 자리 잡은 우물가에서는 어르신들의 기분좋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것처럼 벗의 머리에 물을 끼얹으며 즐거워한다. 지켜보는 이들도 모두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하다. 시골효과라고 말하고 싶다. 이 작은 시골마을이 그들을 이렇게 천진하게 만든 것이라고.

 

 

굽이굽이 마을을 돌아 나오다보니 마을을 지키고 있는 큰 나무와 정자가 보였다. 밭에서 일하다 지친 이곳 사람들도, 지나가는 나그네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을 그늘 삼아 쉬어갔을까? 나무에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다.

 

 

몽글몽글 몽돌이 유명한 진산해수욕장

 

청산도에는 3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지리에 위치한 지리청송해변, 신흥리에 위치한 신흥해수욕장, 그리고 이곳 진산리에 위치한 진산해수욕장이다. 나머지 두 해수욕장은 고운 모래해변이지만 이곳 진산리는 온통 갯돌밭이다. 말갛게 씻은 광명의 아침해를 맞이하는 보배로움을 지니고 있다하여 이 마을 이름을 진산리라 부르게 되었으며, 이곳에서는 가장먼저 청산도의 아침을 맞이할 수가 있다.

 

 

파도에 씻기고 닦인 반질반질한 몽돌이 인상적이다. 바닷가 오른쪽으로는 조그마한 송림이 우거져있어 야영도 가능하다. 휴가철 마을주민들이 돌아가면서 관리를 맡고, 야영은 1박에 5천원, 1인당 샤워 1500원을 받는다. 일행 중 소문난 캠핑족인 분이 캠핑을 하러 다시 오고 싶다고 한 걸 보면 캠퍼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장소임에 틀림없다.

 

 

진산해수욕장을 나와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멈춘다. 그리고 문화해설사의 말이 이어진다.

"초분이 궁금하다는 분들이 계셔서 여기서 잠시 멈추겠습니다."

 

초분이란 시신 또는 관을 땅 위에 올려 놓은 뒤 짚이나 풀로 엮은 이엉을 덮어 두었다가 3~5년 후 남은 뼈를 씻어 땅에 묻는 무덤을 말한다. 상주가 고기잡이를 나간 사이에 갑자기 상을 당하거나 가족묘지에 매장하고자 할 경우 또는 정월에 땅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풍습에 따라 행해졌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육지에서도 행해졌지만, 일제 강점기 화장이 권장되면서부터는 남해와 서해의 일부도서에서만 행해졌다. 1970년 새마을 운동이 시작된 뒤에는 법적으로 금지되기도 했다.

 

초분에 달려있는 솔가지는 누군가가 다녀갔다는 표식으로 달아둔 거라고 해설사가 설명을 해주신다. 4월 청산도 여행을 하기 전 초분에 대해 잠깐 조사한 적이 있어 알고는 있었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는 건 처음이다. 신기한 풍경에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러보지만 누군가의 무덤 앞에서 이러고 있다는 게 겸연쩍어 얼른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명복을 빌어드리며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온다.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연애바탕길

 

연애바탕길은 당리에서 구장리까지의 해안절벽길이다. 길이 험해 서로에게 의지하며 걷게되니 그 추억이 연애의 바탕이 된다고 하여 이름지어졌다. 출발 전부터 문화해설사가 겁을 준다. 길이 험하고 힘드니까 조심해야 한다고. 4월에 이미 한번 이 길을 걸었던 나는 콧방귀를 낀다. 절벽길이라 위험한 구간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걷기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구장리쪽에서부터 반대로 걸어오기로 한다. 해안가로 나 있는 길이라 꼬불꼬불 어느 정도의 굴곡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평지수준이라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을 정도의 길이 이어진다. 남녀가 같이 가면 손도 잡아주고 해야할 만큼 험하다더니 도대체 어느 구간에서 손을 잡아줘야하는지 물음표가 뜬다. 그보다는 인적이 드물어 둘이 다정하게 걸을 수 있으니 연애바탕길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듯싶다.

 

 

앞서가던 동생이 한 녀석을 주워든다.

"어? 웬 게가 산에 있지?"

도둑게란다.

 

어촌 민가에 들어와 그릇에 담긴 밥을 훔쳐 먹고 하수구의 음식 찌꺼기를 먹어 도둑게 또는 거지게라고도 불린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요놈을 '흔히 바닷가의 인가에 들어가 놀면서 흙과 돌 사이에 구멍을 파는 까닭에 뱀게라고 이름하였다'고 기록돼 있기도 하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수줍은지 집게발로 얼굴을 가리더니 "손치워!"라고 하자 알아들었는지 번쩍 들어 만세를 하는 요녀석, 너무 귀여웠다. 참, 이곳 청산도는 이렇게도 깨알같은 감동과 재미를 주는 곳이구나.

 

 

청산도의 황홀한 일몰, 지리해변

 

청산도에서 지리해수욕장은 황홀한 낙조로 유명하다. 또한 고운 모래사장과 백사장 뒤편으로 이어진 100년 이상된 노송들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청산도의 해수욕장들 중에서도 이 곳 지리해수욕장이 가장 인기가 많다.

 

 

어느덧 떨어지는 해가 세상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한다. 종일 세상을 밝게 비추던 해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며 돌아간다. 참 바삐도 돌아가는구나. 연신 셔터를 눌러보지만, 사라지는 것을 담아두기 위한 것일 뿐 결코 잡아둘 수는 없음이 아쉽다.

 

 

 

천천히 여유있게 슬로푸드 체험

 

슬로푸드? 슬로푸드는 뭐지? 조금은 생소하다. Slow Food 말 그대로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먹는 음식이라는 의미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면 많은 아이들이 햄버거나 피자를 이야기한다. 바로 패스트푸드들이다.

 

밥, 국, 반찬, 김치 등이 주를 이뤘던 우리 나라의 식단은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토스트나 햄버거, 샌드위치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청산도에서는 우리나라 고유 음식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자 폐교가 된 청산중학교를 리모델링해 슬로푸드 체험관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아직 개관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곳의 초대를 받은 건 너무나도 큰 행운이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한 치 앞도 보이지가 않는다. 100미터쯤 되는 거리일까? 저 앞에서 불을 밝히고 있는 건물이 보인다. 청산중학교다. 실내화를 신고 안으로 들어서니 깔끔하게 리모델링 된 모습이 폐교였다고는 생각이 되지 않는다. 아주머니들이 복도에 줄줄이 서서 친절한 미소로 반겨주신다.

 

"어서오세요~"

'꾸벅' 그 친절함이 과분해서 허리를 굽힌다.

 

 

아이들이 꿈을 키웠을 교실은 이제 맛깔스러운 음식들의 향기가 가득 차 있다. 바다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상차림에 정성이 가득 묻어있다. 천천히 먹어야 해서 슬로푸드인데 나의 젓가락은 너무나 바쁘다. 이미 내가 이곳에 무엇을 체험하러 왔는지 망각해버린 후다.

어느새 밥 한그릇 뚝딱.

 

슬로푸드를 패스트푸드보다 더 빨리 먹어버렸다. 아뿔싸. 아주머니들은 자꾸 뭐 더 필요한 게 없냐며 테이블에서 눈길을 떼지 않으시고, 일행들 역시 슬로푸드를 맘껏 즐기고 있다.

Slow~Slow~ 꼭꼭 씹어서 천천히 여유롭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이튿날 아침, 도청항에서 배가 오기를 기다리며 잠시 항구 옆에 있는 조그마한 회센터를 구경한다. 일행 중 한분이 돌멍게를 사서 자리를 잡는다. 멍게 껍데기에 소주를 부어서 들이키는데 옆에서 멍하니 서서 침을 꼴딱꼴딱 삼킨다. 지난 밤 청산도에 취해 과음을 하는 바람에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왔는데도 술이 눈에 들어오다니 나도 참. 누가 권하지도 않았는데 손을 내밀어 한잔 털어낸다. '떠나기 싫은 이곳을 이 한잔 술과 함께 털어내야 하는구나.

 

 

친구와 서울근교 섬을 다녀오자는 약속을 한 터라 갑작스럽게 청산도를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를 포기할 뻔 했다. 친구와의 약속이 더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랬다면 난 그 친구와의 여행이 즐거웠을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언제나 찾아도 다시 찾고 싶은 섬, 청산도가 벌써 그리워진다.

덧붙이는 글 | 청산도 여행은 지난 10월 6일 다녀왔습니다. 


태그:#청산도, #서편제길, #범바위, #상서마을돌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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