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티켓에 들어있는 '서킷' 안내 
F1 티켓 네 장이 지금 내 손에 있다. 22~24일까지 3일간 개최된다. 이틀은 예선전, 마지막날은 결선이다.

▲ F1 티켓에 들어있는 '서킷' 안내 F1 티켓 네 장이 지금 내 손에 있다. 22~24일까지 3일간 개최된다. 이틀은 예선전, 마지막날은 결선이다. ⓒ 박윤희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개최된 F1 티켓 네 장이 내 손에 들어왔다. 이틀은 예선전, 마지막날은 결선이다. 22일 금요일엔 출근하느라, 23일 토요일은 아이 간호하느라, 24일 일요일에야 시간이 겨우 났다. 하지만 복병이 있었다. 딸아이가 감기를 일주일 정도 앓더니 결국은 토요일날 수액을 3시간 동안이나 맞았다. 결승전이 있는 일요일, 망설였다. 하지만, 티켓을 이대로 묵힐 수도 없는 일이었다. 털모자, 장갑. 도시락, 그리고 우산까지 챙겨 F1 경기가 열리는 영암으로 향했다.

진흙탕 길을 걸어 도착한 F1 경주장, '서킷'

집이 있는 광주에서 영암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시청주차장으로 향했다. 오전 9시 30분 출발 시간에 맞춰 최대한 서둘러 간다고 갔는데, 줄이 끝이 없다. 오전 8시에 운행하는 버스를 못 탄 사람들까지 있어 우리 차례가 올 리 없었다. 얼른 셔틀버스의 다음 정류장인 공항으로 향했다. 오전 9시 40분 차다. 공항버스, 시내버스 등이 섞여있어 셔틀버스를 찾기는 어려웠다.

누군가 남편에게 시내버스를 가리키며 말을 건넨다.

"저 차 타도 돼요?"
"예, 타셔도 됩니다. 시내구경은 워~언 없이 할 수 있습니다."

버스에 F1으로 간다는 종이 한 장도 없는 관광버스를 무슨 수로 찾는단 말인가? 우여곡절 끝에 공항안내소에 물어 차를 타는 데 성공했다. 우리 뒤에 탄 사람들 댓 명은 서서 가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영암으로 들어서니 차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오전 11시가 좀 넘어서야 주차장으로 갈 수 있었다. 각 시도에서 올라온 셔틀버스가 너무 많았다. 제대로 귀가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안고 버스 번호만 외우고 빗길을 나섰다. 질퍽질퍽한 흙길을 걸어 '서킷'이라 불리는 경주장으로 향했다. I 구역은 공사중이라 M 구역으로 향했다. 배수가 잘 되지 않아 고여 있는 물들에 신발은 흙투성이였고, 옷에는 흙탕물이 튀어 빨래감만 늘었다.

경주장 바깥 풍경 질퍽질퍽한 흙길을 걸어 ‘서킷’이라 불리는 경주장으로 향했다. "I' 구역은 공사중이라 ‘M'구역으로 향했다. 배수는 잘 되지 않아 고여있는 물들. 신발은 흙투성이였고, 옷은 흙탕물이 튀어 빨래감만 늘었다.

▲ 경주장 바깥 풍경 질퍽질퍽한 흙길을 걸어 ‘서킷’이라 불리는 경주장으로 향했다. "I' 구역은 공사중이라 ‘M'구역으로 향했다. 배수는 잘 되지 않아 고여있는 물들. 신발은 흙투성이였고, 옷은 흙탕물이 튀어 빨래감만 늘었다. ⓒ 박윤희


간식거리 살 곳도 없고, 화장실 물도 안 나오고...

서킷안에서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우산 받쳐들고 먹자니 도저히 먹히지가 않아 다시 서킷밖으로 향했다. 안내원이 재입장을 위한 띠를 손목에 둘러준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쉼터는커녕 의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바닥에 도시락을 펼치고 쭈그려앉아 시장기를 해결했다. 음식에 빗물이 들어온다는 아이들의 핀잔을 들으면서 말이다.

서킷으로 재입장하자 관람객 자리에는 우비와 간식 등을 챙긴 관객으로 3분의 2 가량이 차 있었다. 밥과 우산만 달랑 챙겨 온 우리는 난감했다. 마트보다 몇 배나 비싼 우비도 다 팔렸고, 옥수수라도 팔았으면 좋으련만…, 간식거리를 살 말한 곳은 아무리 눈을 비벼도 보이질 않는다. 산과 차만 보였다. 오후 늦게까지 어찌 버텨야 할지…. 서킷 밖에만 있는 화장실도 급수가 되지 않아 손을 씻을 수도 없었다.

서서보는 관객들 '서킷'으로 재입장하자 관객들이 3분의 2가량 차있었다.

▲ 서서보는 관객들 '서킷'으로 재입장하자 관객들이 3분의 2가량 차있었다. ⓒ 박윤희


오후 3시부터 시작한다는 경주는 비로 인해 3바퀴 돌고 중단되었다. 경주 중에는 우산이 날아갈 수 있으니 우산도 쓰지 마란다. 우비도 없는 상황에서 모자로 안경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겨우 막았다. 기상시스템이 오후 4시부터 비가 그친다고 하더만, 웬걸. 결국은 멈추지 않는 빗속에서 경주는 다시 시작되었다. 모든 경주는 120분 안에 끝내야 한단다.

드디어 중단되었던 경주가 다시 이어졌다. '머신'이라 불리는 자동차는 750마력이나 지녔다. '마력'은 말 한 마리의 힘에 해당하는 일의 양이다. 총 24대의 머신. 24×750=18,000마력의 머신들이 서킷을 도는 경주다. 우리가 앉은 자리는 최장직선구간으로 경주장 가운데 가장 긴 직선 구간이다. 약 320km/h의 속도까지 낼 수 있다고 추정하는 자리였다.

굉음으로 인하여 아이들에게 필요하다는 2000원짜리 귀마개 대신 손으로 애들 귀를 약간 막도록 알려줬다. 부아아아아앙. 머신이 우리 구간에 들어선지 6초 여의 시간만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배수가 원활치 않다는 서킷안에서 머신 뒤로 물보라가 펼쳐져 속도감을 더했다. 다들 우산을 쓰지 않은 채, 일어서서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최장직선구간 우리가 앉은 자리는 최장직선구간으로 경주장 가운데 가장 긴 스트레이트 구간이다. 약 320km/h의 속도까지 낼 수 있다고 추정하는 자리였다.

▲ 최장직선구간 우리가 앉은 자리는 최장직선구간으로 경주장 가운데 가장 긴 스트레이트 구간이다. 약 320km/h의 속도까지 낼 수 있다고 추정하는 자리였다. ⓒ 박윤희


'쉐이프트 카'가 빠지자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주

본격적인 경주는 앞에서 견인차 역할을 하는 '쉐이프트 카'가 서킷을 나오자마자 시작되었다. F1 경주에서 '쉐이프트 카'가 서킷 안에 있을 때에는 경주차들이 추월할 수 없지만, 쉐이프트 카가 서킷을 벗어나면 추월이 가능해진다. 쉐이프트 카가 서킷 안에 있을 때에는 차들이 총 주행 거리인 5.615km를 2분 40여초 정도에 돌더니 쉐이프트 카가 서킷을 빠져 나가자 기록이 1분 40초로 줄어들었다. 1위와 2위와의 차이가 벌어지고 하늘에서는 비행기가 '머신'을 따라서 돌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총 18코너 중 13코너에서 사고가 있었다.

5.615km 물보라를 일으키며 본격적인 경주는 앞에서 견인차 역할을 하는 ‘쉐이프트 카’가 ‘머신’을 나오자마자 시작되었다. 추월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5.615km를 2분 40여초 동안 돌더니 1분 40분으로 줄어들었다.

▲ 5.615km 물보라를 일으키며 본격적인 경주는 앞에서 견인차 역할을 하는 ‘쉐이프트 카’가 ‘머신’을 나오자마자 시작되었다. 추월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5.615km를 2분 40여초 동안 돌더니 1분 40분으로 줄어들었다. ⓒ 박윤희


'쉐이프트 카'가 다시 서킷으로 들어섰다. 이 차가 들어서면 추월을 할 수 없다. 1위로서는 벌어놓은 간격이 좁혀지고 2, 3위는 간격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희비가 엇갈린다. 멋진 경주는 계속되었지만, 시간이 어느새 오후 5시로 향하고 있었다. 5시 40분에 있는 셔틀버스를 타야 귀가할 수 있었다. 아쉽지만 경주장을 빠져나왔다.

성공적인 귀가 버스 집에서 타고 왔던 버스를 아무리 찾아봐도 주차장에는 보이지 않는다. 신발은 차를 찾느라 흙탕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다행히 타고 온 버스는 아니었지만, 주차장 제일 끝에 있었다.

▲ 성공적인 귀가 버스 집에서 타고 왔던 버스를 아무리 찾아봐도 주차장에는 보이지 않는다. 신발은 차를 찾느라 흙탕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다행히 타고 온 버스는 아니었지만, 주차장 제일 끝에 있었다. ⓒ 박윤희


집에서 타고 왔던 버스를 아무리 찾아봐도 주차장에서 보이지 않는다. 신발은 차를 찾느라 흙탕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다행히 타고 온 버스는 아니었지만, 집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주차장 제일 끝에 있었다. '5시 40분 공항'이라는 종이가 반갑다. 1시간 반을 버스를 타고 성공적으로 귀가했다. 하루 동안의 여행. 고생길이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다.

F1 버스 서킷 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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