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 16'이 오는 10월 2일 서울 올림픽 제 1체육관에서 열린다. 세계 최강의 헤비급 입식타격가를 가리는 준결승 형식을 띠고 있는 이번 대회는 다음날인 3일 같은 장소에서 -70kg 최강자들의 격전인 'K-1 월드 맥스 파이널'까지 같이 개최되는지라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이 높다.

 

'K-1 개막전'으로도 불리는 16강전은 하루에 3경기를 치러야하는 K-1 파이널과 달리 원매치로 8강 진출자가 가려지기 때문에 선수들의 전력투구가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화끈한 경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국내 팬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악동' 바다 하리(26·모로코)를 필두로 '격투 로봇' 세미 슐트, '더치 사이클론' 알리스타 오브레임, '러시안 특급' 루슬란 카라예프, '본 크러셔(bone crusher)' 에롤 짐머맨, '극진 탱크' 에베우톤 테세이라 등 출전 선수들의 면면도 쟁쟁하다.

 

매 대회 멋진 경기와 감동이 교차했던 서울에서의 명 승부, 그중에서도 2007년 당시의 화려했던 순간들을 되짚어봤다.

 

 

'사이보그'에게 침몰당한 '태권브이'

 

2007년 9월 29일 'K-1 월드그랑프리 2007 개막전' 제롬 르 밴너 VS 박용수

 

'역시 세계 최고 레벨의 파이터는 달랐다!'

야심 차게 '하이퍼 배틀 사이보그' 제롬 르 밴너(38·프랑스)에게 도전했던 '태권브이' 박용수(29)가 채 1분을 버티지 못하고 넉 아웃 당하며 세계 레벨과의 현격한 차이를 실감했다.

 

박용수는 원래 밴너의 상대였던 루슬란 카라예프(27·러시아)가 사정으로 출전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하겠다는 뜻을 경기 전날 기자회견장에서 밝혔었고 그의 열정을 높이산 FEG(K-1 주최사)측의 결단으로 시합이 치러지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밴너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당황해하는 기색이었으며 팬들 사이에서는 '미스매치'여부를 놓고 논쟁이 심하게 벌어지기도 했다. 어쨌든 경기결과 만을 놓고 봤을 때는 아쉽게도 미스매치였던 것이 사실인 듯하다.

 

경기 초반 박용수는 밴너의 주변을 크게 돌며 펀치 난타전을 피하는 등 장기전 전략을 들고 나온 듯했다. 링을 넓게 사용하며 후반을 노린다는 의도가 강해 보였다. 밴너가 들어오려는 찰나에서는 과감하게 미들킥과 로우킥 심지어는 내려찍기 기술까지 사용하며 철저하게 원거리를 지향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전략대로 경기를 풀어나가기에는 밴너와의 기량차이가 너무 컸다. 성큼성큼 무거운 압박을 멈추지 않던 밴너는 왼쪽으로 도는 박용수가 로우킥을 차는 타이밍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오른손 카운터를 날렸고 경기는 거기서 끝나고 말았다. 베테랑답게 박용수의 동선을 정확하게 읽고 길목을 차단한 상태에서 정확하게 펀치를 맞춰버린 것이다.

 

하지만 밴너는 경기 종료 후 박용수와 함께 파이팅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등 상대에 대한 예의와 배려를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흑표범, 벌목꾼의 노련한 도끼에 당하다!

 

2007년 9월 29일 'K-1 월드그랑프리 2007 개막전' 피터 아츠 VS 레이 세포

 

'벌목꾼(Lumberjack)' 피터 아츠(40·네덜란드)가 '남해의 흑표범' 레이 세포(39·뉴질랜드)와의 '올드보이 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며 세월을 잊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당시 승부는 8강 진출 여부 외에도 한 시대를 이끌어왔던 베테랑들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었다. 상대 전적 1승1패를 주고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파이터 인생 의 마지막 맞대결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폭군', '벌목꾼', '20세기 최강의 킥복서' 등 과격하기 짝이 없는 별명을 가진 파이터답지 않게 피터 아츠의 외모는 유약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다. 다소 여성스러워 보이는 얼굴에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 그리고 자세 역시 뭔지 모르게 어정쩡하게 보인다는 의견도 나올 정도인지라 그를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터프함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터 아츠가 '전설중의 전설'로 통하고 있는 것은 뜨거운 열정과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이른바 '공격본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 젊은 시절에 비해 다소 패기가 떨어질 만도 하건만 세포전에서도 특유의 전진스탭은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세포전을 즈음해서 아츠에게서 발견되는 변화 중 하나는 전에 없이 노련해졌다는 점 외에 이른바 '하드펀처'스타일에 무척 강해졌다는 것이다. 한때는 '철완(鐵腕)' 마이크 베르나르도(41·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강력한 펀치를 가진 선수들에게 고전하던 시절이 있었으나 언제부턴가 그 반대의 상황으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만의 거리에서 먼저 공격을 뿜어대며 상대에게 펀치가 나올 타이밍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고도의 테크닉은 점차 그만의 새로운 비기가 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스타일은 역시 '하드펀처'인 세포와의 경기에서도 유감 없이 드러났다.

 

아츠는 원투펀치와 로우킥으로 이어지는 콤비네이션으로 끊임없이 세포를 압박했으며 상대의 펀치가 나올만한 타이밍에서는 근거리로 바싹 붙던가 아님 멀찌감치 떨어져 버리는 영리한 플레이를 펼쳤다.

 

이에 세포는 한없이 로우킥을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는데 1라운드 종료 직전에는 계속된 데미지를 버티지 못하고 다운까지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결국 자신의 코너로 돌아간 세포는 부상을 당했는지 무척 몸이 안 좋은 기색을 보였고 이에 그의 세컨들은 기권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승부가 결정난 이후 세포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팬들을 마음 아프게 했다.

2010.09.19 15:40 ⓒ 2010 OhmyNews
서울대회 'K-1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 16‘ 헤비급 명승부 열전 임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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