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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살리기추진본부가 집권여당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까지 4대강 사업을 왜곡하고 오도하는 논리를 동원해 의원들의 판단에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30일 충남 천안 지식경제부 연수원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는 의원들을 상대로 몇 가지 강의가 열렸다. 그중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이 직접 강사로 나선 '4대강 살리기 사업' 강의는 40여 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됐지만, 사안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은 탓인지 의원들도 관심 있게 들었고 강의 뒤에는 질문도 이어졌다.

 

심 본부장은 30년 이상 강의한 교수 출신답게 물 흐르듯 4대강사업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반대측의 논리를 반박하는 강연을 펼쳤다. 그렇지만, 강의 주요 부분에서 4대강에서 실제 이뤄지고 있는 공사 현실과 다르거나 외국의 주요 보고서를 오도한 사례가 제시됐다.

 

이날 강의에서 빔프로젝터로 각종 그림과 사진을 보여준 심 본부장은 준설공사 내용을 설명하면서 강바닥 중간 부분만 뾰족한 모양으로 파 내려간 모양의 단면도를 제시했다.

 

심 본부장은 "홍수가 되면 물이 가득 차서 흐르기 때문에 하도를 준설하는데, 전체 하도를 준설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있는 저수로 부분만 (퇴적토를) 제거하고 준설을 해서 바깥으로 가져간다"며 "그렇게 되면 홍수위는 내려가게 돼 있고, (강) 양쪽 제방은 수압을 적게 받아 그만큼 안전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심 본부장의 설명은 실제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과는 다르다. 4대강살리기 마스터플랜이 수립된 뒤 수정된 낙동강 하천기본계획에는 강바닥 단면을 넓고 평평하게 준설하도록 돼 있다. 다시 말해, 윗변이 길고 아랫변이 짧은 사다리꼴의 단면이 나오도록 준설하게끔 돼 있다.

 

실제 공사현장에서도 하천기본계획의 설계도면에 따라 사다리꼴 모양의 준설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여러 언론의 취재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준설단면이 사다리꼴이냐 아니냐는 '낙동강 수심 6미터 유지'와 함께 4대강 사업에 대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는 '대운하 전 단계 의혹'의 주요 근거 중 하나다. 강바닥이 평평하고 강 안쪽과 바깥쪽의 수심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사다리꼴 준설이 이뤄지면 강으로 화물선이 다닐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날 4대강사업 추진의 수뇌부인 심 본부장이 직접 나서 4대강사업이 대운하의 전 단계가 아니라는 정부의 논리를 강조하기 위해 실제와 다른 준설단면도를 제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또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4대강사업과 관련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도록 눈가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강의가 끝난 뒤 기자로부터 '강의에 나온 준설단면도와 실제 준설단면은 다르다'는 설명을 들은 한 의원은 "만약 사실이라면 참으로 기분 나쁜 일"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심명필 "사다리꼴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날 강의 뒤 <오마이뉴스> 기자가 '강의 중 보여준 준설단면도 그림은 사다리꼴로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실제 준설단면과는 다른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심 본부장은 "(강의 때 제시한) 그 그림은 실제로 그런 모양으로 준설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하상(강바닥)을 파면 수위가 이만큼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시 기자가 '그러나 강의에서 이 그림을 보여주면서, 전체 하도를 준설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있는 저수로 부분만 (퇴적토를) 제거한다고 설명하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심 본부장은 "사다리꼴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화제를 돌렸다.

 

심 본부장은 "일반적으로 자연하천에서는 물이 흘러가는 데 가장 유리한 것이 사다리꼴이기 때문에 사다리꼴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반달 모양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사다리꼴 준설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여당 의원 "물 부족 국가 보고서, UN 것 맞나?" - 심명필 "UN 자료는 아니다"

 

그러나 이날 심 본부장의 강의 내용 중 사실관계가 실제와 다르게 나온 부분은 준설단면도만이 아니다. 몇몇 여당 의원들은 질문을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른 부분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심 본부장은 이날 "2000년 말 정도에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면서 UN(국제연합) 보고서가 나왔는데 내용은 향후 천년간 가장 중요한 이슈는 두 가지로 첫 번째가 물 부족(이라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물 부족 국가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하면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의 뒤 손숙미 의원은 심 본부장이 강의 초반에 강조한 '한국은 물 부족 국가'라는 부분에 문제를 제기했다. UN에서 한국을 공식적으로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심 본부장은 "이게 사실 명확하지 않다"면서 답변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보고서를 낸 곳은 PAI(국제인구행동연구소라는 미국의 민간 연구소)라는 연구소인데, 세계 여러 나라를 물이 부족한가, 빈곤한가, 여유 있느냐로 나눴고 우리나라는 중간 그룹인 '부족'에 속한다"며 "UN 등에서 이 보고서를 인용하기 때문에…엄밀하게는 UN에 직재된 자료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날 심 본부장이 제시한 자료 중 '물 부족 국가' 관련 부분에는 'PAI연구소'라고 작게 표기해놓은 부분이 있었지만, 심 본부장이 'UN 보고서'라는 말로 뭉뚱그려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심 본부장이 이날 강연에서 사실과 다른 말을 한 것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심 본부장은 야당의 '4대강 사업 검증특위' 구성 요구에 대해 "사전 환경성 검토, 예비타당성 검토라든지 모든 것을 정상적으로 절차를 밟고 있다"며 "보 공사가 50% 가까이 진행된 상태에서 무엇을 검증하자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사업에 흠집을 내고 발목잡기를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의 내용상으론 4대강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와 사전 환경성 검토가 이미 이뤄진 것처럼 들리지만, 정부 방침은 '보 건설과 준설은 재해 예방 사업이므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이라는 것이어서 4대강 사업에 드는 국가 재정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실시된 바 없다. 또 사전 환경성 검토와 관련해서도 '정부가 졸속조사를 했다'는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태그:#4대강 사업, #연찬회, #심명필, #4대강사업 추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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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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