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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섬진강변 노을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렸어요. 제가 아내에게 프러포즈할 때 우리 늙으면 섬진강변에서 지는 노을 바라보며 살자고 했었거든요."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마을을 자유롭게 그려 보자는 강사의 말에 종이 가득 마을이 하나씩 생겨났다. 작고 빨간 우체통이 세워진 집, 수박밭이 가득한 마을, 나무와 꽃들로 둘러싸인 마을, 참가자들은 진지하게 그림을 그린다.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마을 그리기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마을 그리기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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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후, 자신이 그린 마을이 어떤 마을인지 각자 소개를 했다. 그림에 숨은 의미들을 나누며 마을이야기로 한바탕 웃음이 일었다.

갑자기 강사가 '개발업자'라는 명찰을 달고 나타났다. 그리고는 굵직한 사인펜으로 "여기는 리조트를 만들고, 여기는 떼어내서 주차장으로 팔고..."하며 참가자들이 그려놓은 마을에 여기 저기 낙서를 하고 종이를 찢기 시작했다. 모두들 멍하니 지켜보는데 한 참가자가 소리쳤다.

"이거 우리가 막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때부터 일대 소란이 일었다. "맞아." 모두들 마을을 지키려고 강사의 뒤를 쫓아다니기도 하고 종이 위에 드러눕기도 했다.

5분 후, 한바탕 소란이 정리되고 난 뒤 마을을 그린 종이 뒤로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 어떤 느낌들을 받았을까.

"뭔가 행동을 해야 되는데 멈칫 멈칫하게 됐어요."    
"그래도 움직이자고 외치신 분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답답하고 화가 나요. 마을을 지키긴 했지만 이미 상처가 났잖아요."

10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참가자들에게는 참 많은 일이 일어나고 많은 감정과 생각이 쌓였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우린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로 이어졌다.

"움직입시다! 라고 외친 선생님처럼 깨어있는 사람이 많으면 도움이 되겠죠." 
"평소에도 자신의 문제에 대해 주변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죠."

강사는 민감성이라는 말로 이를 표현했다. 정치적 민감성, 평화적 민감성, 인권 민감성을 키우는 게 중요함을 몸으로 느낀 시간이었다.

민주시민교육 교사연수-관계의 기술
 민주시민교육 교사연수-관계의 기술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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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20일 서울 봉도청소년수련원에서 1박 2일 이틀 동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민주시민교육 교사연수'가 진행됐다. 청년평화센터 푸름 정혁 대표와 임상환 간사가 강의 진행을 맡았다.

이번 연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정리한 민주시민의 핵심역량 중 관계의 기술에 대해 다루는 시간이다. 이 연수를 위해 지난 해 6개월 동안 준비를 했고 지난해 말 시범 운영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직무 연수를 시작했다. 프로그램은 선생님들이 민주시민교육에 대해 먼저 인식을 하고, 스스로 깨달은 것을 현장에서 아이들과 실제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민주주의 제도라는 게 얼마나 빚 좋은 개살구인지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제도를 운영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제도가 얼마나 한순간에 무너지는지는 모두들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

임상환 강사가 교사연수의 취지를 설명했다.

수업 시간 내내 참가자들은 가만히 앉아 있을 새가 없다. 당연히 졸 수도 없다. 모둠 토론, 전체 토론, 그림그리기, 몸을 움직이는 활동까지 강사가 하는 말은 별로 많지 않았고 참가자들은 수업 내내 떠들고 움직인다.

"기존의 교육이 지식정보 전달, 강의 중심이었잖아요. 그걸 탈피하는 데 주력했어요. 먼저 경험을 하고 스스로 깨닫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게 프로그램의 틀이죠. 거기서 빠진 내용만 전달해요. 머리를 쓰고 몸을 쓰는 통합적인 교육이 되도록 프로그램을 짰어요."

실제로 강사들이 하는 말들의 대부분은 실제 수업에서 활용할 때는 이런 팁들을 활용해 보라는 조언 정도였다. 참가자들의 소감에도 활기가 묻어났다.

"당장 다음 수업 시간에 써먹을 수업계획안이 하나 짜였어요."
"내 자신을 민감하게 뾰족하게 촉각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민주적'의 의미가 전보다 분명해졌어요."

연수를 마치며 임상환 강사는 "민주시민교육 교사연수가 교사 연수의 필수 과정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며 "더 많은 교사들이 시민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교사연수, #민주시민,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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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정신을 계승하는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법인으로 민주주의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민주화운동에 관한 사료 수집과 관리, 민주주의 교육과 학술연구 사업을 추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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