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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일가 첩보 활동 벌인 혐의로 국정원 직원 추방

리비아와의 외교관계 악화로 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또 다시 논란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

1년 전 이 대통령이 무아마르 알 카다피 국가원수와의 친분을 자랑했던 것을 생각하면, 양국 관계의 변화는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아랍 언론들에 따르면, 리비아 대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이 카다피 원수와 그 가족들에 관한 첩보 활동을 벌인 혐의로 조사받다가 추방당한 사건이 양국 관계 악화의 발단이 됐다. 심지어 리비아 언론들은 해당 직원이 한국 이외의 제3국을 위한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27일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해당 직원의 활동은 통상적인 정보수집 활동이었다"며 "리비아 측의 오해가 있어 국정원 인사들로 꾸려진 대표단이 리비아에 파견돼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고 해명했지만, 아직까지는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리비아 정부는 우리 정부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서울의 경제협력대표부 사무실을 잠정 폐쇄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6일부터 13일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다녀온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카다피 원수와의 면담에 실패한 것을 보면, 우리 정부를 바라보는 리비아 권력층의 시선이 얼마나 냉랭한지 알 수 있다.

1년 전 이 대통령 "카다피, 내 말에 굉장히 감동 받은 것 같다"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지난 13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지난 13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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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만 해도 이 대통령과 카다피 원수의 관계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G8 확대정상회의(이탈리아 라퀼라)를 포함해 유럽 3개국을 순방한 뒤 7월 1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G8 회의 때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아프리카에 대한 식량생산 기술 및 인프라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는 내 발언에 감동을 받았는지 갑자기 내 손을 확 잡고 한참 흔들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카다피 원수가 막 흔들며 뭐라고 하던데,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내 말에 굉장히 감동을 받은 것 같다"고 흡족해 했다.

이 대통령은 "외국정상들을 어떻게 설득하냐'는 질문에 "정상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맞춤형 설득'이 필요하다"며 "상대방에 대한 진정성이 필요한 것 같고, 다음으로는 훌륭하거나 경륜이 있다는 등의 인정을 받으면 설득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나름의 '비결'을 털어놓기도 했다.

카다피가 국제회의에서 보여준 '열광'은 이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이 대통령은 같은 해 9월18일 구미에서 열린 새마을박람회 개막식에서 "사실 (외국에) 나가면 대접을 많이 받는다"며 카다피 원수와의 일화를 다시 언급했다.

"내가 그랬다. 선진국이 아프리카를 지원해 주는 것은 좋은데, 아프리카 근대화하는 것 자체를 교육시키는 것은 선진국이 할 수 없다. 선진국은 200년 전부터 선진국이지만 우리는 현세대부터 겪었다. 우리가 할 수 있다. 과거 도움을 받은 나라로서 이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카다피가 옆에 있다가 내 손을 잡고 흔들고 그러더라."

그러나 이 대통령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카다피 원수는 며칠 뒤 국제무대에서 대통령에게 본의아닌 결례를 범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9월23일 정오경 미국 뉴욕의 UN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카다피 원수가 무려 96분간 연단을 장악하는 바람에 예정보다 약 2시간 뒤에야 연설을 할 수 있었다.

해외수주 3위 리비아... 무시할 수 없는 교역 상대국

그로부터 불과 10개월 뒤에 터진 외교관 추방 사건은 수교 3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를 최대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 해외수주 규모(3911억 달러)로 따지면, 리비아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3위(346억달러)에 해당하는 주요 발주국이다. 지난해 리비아가 거의 일방적으로 우리 제품을 수입한 지난해 통계(수출 12억 3497만달러, 수입 291만 달러)만 놓고 봐도 우리로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교역상대국이기도 하다.

취임 초부터 실용외교를 강조해 온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리비아 사태가 커다란 실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리비아 사태는 외교부 출입기자들이 취재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태그:#리비아, #카다피,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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