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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모두 '개의 자제분'이란다. 아마도 정치인만큼 욕먹고 불신받는 직업도 없을 듯하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욕먹고 불신받는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들이 맡은 일이 매우 막중하다는 사실이다. 분명 사소한 일을 잘못한다고 해서 온 국민이 그렇게 불러주지는 않을 테니까. 그 누구보다도 중요한 일을 맡은 사람들이 일처리를 완전 '개판 5분후'로 하니까 그리 불러주는 것일 터이다.

대한민국 정치판의 첨단을 달리는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의 보좌관으로 2년간 일한 조성주(31)씨는 할 말이 많은 듯 보였다. 2008년 5월에 보좌관 일을 시작한 조성주씨는 지난 5월 보좌관직을 그만두었다.

 前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실 보좌관 조성주씨
 前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실 보좌관 조성주씨
ⓒ 조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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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9시 뉴스에 나오는 장면이 내 눈앞에서 벌어진다는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국회는 피드백이 가장 빠른 곳인 것 같습니다. 오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오늘 9시 뉴스에 나오거든요. 국회 밖에서 진보 운동을 할 때는 열심히 해도 내 일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끼기 힘들었는데, 국회에서는 실시간으로 반응이 오더군요. 국회에서 일하면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연세대 자연과학부 97학번인 조성주씨는 학창시절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간부를 하는 등 진보적인 학생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사회이슈가 빠르고 첨예하게 부딪히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민주노동당 보좌관 공채에 지원한 조씨는 면접을 보러 온 사람 중에 자신이 가장 어린 것을 알고 꽤 당황했다고 한다. '내가 올 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는 조씨는 무사히 채용되어 홍희덕 의원실에 배치되었다.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국회에서 보람있던 일을 들려달라는 질문에 조성주씨는 서슴없이 인천공항 민영화를 막았던 얘기를 들려준다.


"보좌관들은 국정감사 때가 제일 바쁩니다. 국회의원이 언론을 제일 많이 탈 수 있는 시기니까요. 그래서 국회 일정의 꽃이라고 하잖아요. 그때는 거의 의원회관에 살다시피 합니다. 저희 의원실도 라꾸라꾸 침대 2개를 준비했죠. 하하. 첫 국정감사 때가 기억이 많이 납니다. 2008년 7월에서 9월 사이에 공기업 민영화 문제를 담당했는데요. 그때 제가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를 이슈화 시켰습니다. 사실 당시에 누구도 인천공항이 민영화 대상이라고 생각을 못했습니다. 인천공항 노조도 '우린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거든요. 제가 그 당시 자료조사를 쭈욱 해보니까 인천공항도 민영화 대상에 포함된다는 증거가 잡혔어요. 누가 이것을 추진하고 있는지부터, 민영화 관련된 미국의 요구 등등이 잡혔죠. 그래서 기획을 했죠."


이명박 대통령 조카, 맥쿼리 등이 언론에 오르내리며 크게 이슈가 됐던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를 터트린 주인공이 조성주씨였구나! 과연 그 정도면 보람을 느낄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나라의 공항을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노 짓을 막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항상 기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닐 테다. 힘들었던 순간을 들려달라는 요청에도 역시 머뭇거림이 없다.

"2009년 12월 마지막 날에 노조법 개악안이 날치기로 통과될 때죠. 법사위에서 회의가 끝났는데도 무효처리하고 온갖 편법을 써서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해서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민주노동당 의원들 다 끌려나오고 온갖 수모를 당했습니다. 뭐랄까... 이럴 수 있나... 이게 국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 비참했습니다."

그때 통과된 노조법 개악안 때문에 지금도 '타임오프제'니 뭐니 하면서 이 난리를 치고 있지 않은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바로 그 순간에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악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날치기도 불사하는 수구정치인들의 행태를 어떻게 봐야할까? 국민들이 정치인을 왜 '개의 자제분'들이라고 하는지 알 만하다. 물론 그런 자제분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수이지만 노동자와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정치인이 분명 존재한다. 민주노동당 같은 진보정당 소속의원들은 분명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완전 '소수'다.

 기자회견중인 조성주씨의 모습
 기자회견중인 조성주씨의 모습
ⓒ 조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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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진보정당이 커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습니다. 많이도 안 바라고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20석만 되면 좋겠습니다.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면 정말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국회법에 교섭단체가 반대하면 일방통행을 못하게 되어 있어요. 모든 의사결정은 교섭단체가 합의해야만 할 수 있게 되어 있거든요. 만약에 진보정당이 교섭단체가 되면 잘못된 문제에 제동을 걸 수 있고 협상도 가능하게 되거든요.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어야 비약적으로 클 것 같습니다."

보수 정당의 보좌관들과 친하게 지내기도 한단다. 보좌관으로서의 애환이랄까? 그런 감정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도 간혹 진보적인 입장을 가진 보좌관들이 있지만 직장 개념으로 다니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몸을 사리게 된다고 한다. 국회의원 한 명당 보좌관은 4급 2명, 5급 2명, 6급 1명, 7급 1명, 9급 1명으로 구성되는데 4급이면 연봉이 최소 7,000만원, 5급은 5,600만원, 6급은 3,500~4,000만원 정도이고 연봉 외에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고 한다.

행시합격자가 5급에서 시작하니 상당히 좋은 대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국회의원의 당락과 결부되어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보좌관들은 다른 보수정당들과는 다르게 직급에 관계없이 모두 같은 임금을 받는다. 진보정당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다.

대우도 좋고 대접도 받을 수 있는 국회의원 보좌관. 조성주씨는 지난 5월 의원실에 사표를 제출했다. 일 잘하고 머리 좋은 보좌관이 갑자기 사표를 제출하니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무척 안타까워했다는 후문이다. 평양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이라지만 그만두는 데는 이유가 있을 터.

"최근에 한국사회를 보면서, 한국사회 전체를 세대교체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20대 30대가 특히 사회 각계로 많이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청년실업, 비정규직 등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20대 30대에서 희망을 많이 발견합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확히 드러났지 않나요?

하지만 우리 진보운동은 20대 30대에서 많이 취약한 것 같습니다. 진보운동은 여전히 너무 고령화되어 있어요. 노동운동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정당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40대 50대가 대부분이죠. 물론 저 개인적으로는 젊은 나이에 보좌관하면 경력도 쌓고 월급도 꼬박꼬박 나오고 사회적인 지위나 명예도 얻을 수 있겠지만, 운동의 측면에서 보면 저는 지금 누군가가 20대 30대를 조직하고 20대 30대와 함께 20대 30대를 정치무대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실업문제로 대중운동을 하든지 정치적인 문제로 투쟁을 하든지 그런 것을 누군가 나서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사람이 많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성주씨가 쓴 책 <세상을 바꾼 놀라운 정책들> 표지
 조성주씨가 쓴 책 <세상을 바꾼 놀라운 정책들> 표지
ⓒ 유니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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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조성주씨는 보좌관 자리를 때려치웠다. 앞으로 몇 년간은 20대 30대를 진보의 주체로 만드는 대중운동에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보좌관은 비록 '떼깔'은 좋을지 몰라도 지금 절실한 시대적 요구를 풀기 위해서는 최선의 자리는 아니라는 얘기다.

조성주씨는 국회의원 보좌관을 그만두고 오히려 더욱 정력적으로 일하고 있다. <대한민국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넘어>의 저자이기도 한 조성주씨는 최근 출판공동체 <15인의 공감>을 만들어서 <세상을 바꾼 놀라운 정책들>이라는 책을 펴냈다. 청년노동조합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청년유니온의 정책팀장을 맡고 있으며, 진보적 싱크탱크로 잘 알려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자신이 준비가 됐다는 판단이 서면 그때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조성주씨. 그는 정치에 입문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단다.

"정치인은 국민들을 알아야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자신은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치가 잘 안 돌아가는 큰 이유는 정치인들이나 보좌관들이 대중들의 삶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치를 하고 싶으면 대중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책으로 아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만나보고 활동을 해보면서 대중을 알아야 합니다. 대학생들의 경우는 학생회 활동이 그런 경험을 쌓는 데 좋은 것 같습니다. 학생회 활동을 통해 대중을 만나고 사업을 만들어 보면 많은 것을 배울 겁니다. 기회가 되면 정당 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고요."

아직도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실에서는 언제든 돌아오기만 하라고 얘기한단다. 하지만 조성주씨가 맘이 바뀌어서 지금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필자가 말려야겠다. 왜냐고? 그게 미래의 한국정치에 더 도움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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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몇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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