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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람을 타고 작업장 곳곳에서 비산먼지가 출연하고 있다.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닐 듯하다.
▲ 비산먼지가 천지인 작업장 강바람을 타고 작업장 곳곳에서 비산먼지가 출연하고 있다.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닐 듯하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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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낙동강 23공구 현장의 흡입식 준설선에서 검은색 오니가 마구 뿜어져 올라오고 있다.
▲ 그 유명한 낙동강 오니들의 준설 현장 4대강사업 낙동강 23공구 현장의 흡입식 준설선에서 검은색 오니가 마구 뿜어져 올라오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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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골재원노조 한 조합원의 제보로 지난 11일 오후 찾은 낙동강에선 4대강사업의 속도전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달성군의 한 골재업자가 4대강사업을 원망하며 음독자살을 기도해 사망한 이날에도 낙동강의 토목공사는 거칠 것이 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강변엔 비산먼지가 마구 날렸고, 강 안쪽에선 육중한 준설선이 열심히 '뻠핑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강 한가운데 들어선 준설선에 연결된 철제 관로로 강바닥의 모래와 흙들이 마구 올라와서 침사지로 뿜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뿜어져 나오는 강물의 색깔이 압권이다. 누런 모랫빛과는 거리가 먼 검회색, 죽음의 빛깔을 띠고 있었다. 바로 그 '유명한' 낙동강의 '오니'들이 저 강 한가운데에서부터 그렇게 뿜어져 올라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바로 그 다음 장면부터였다. 거의 요식행위에 불과하게 만들어진 침사지를 통해서 그 회색빛 강물은 침전될 시간도 없이 아래로 아래로 마구 흘러가고 있었고, 급기야 그 수압을 견디지 못한 제방의 일부가 터져서 회색물이 그야말로 콸콸콸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회색물은 그대로 다시 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물론 오탁방지막이 두 개가 '걸처' 있긴 했으나, 그 효율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였다. 왜냐하면 그렇게 흘러가는 그 회색물의 유속이 오탁방지막의 효율을 기대할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균 유속이 20-30㎧를 넘으면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 관동대 박창근 교수 자료 인용).

오탁방지막은 강물이 일정 유속을 초과하면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침사지를 거친 탁수가 흐르는 강물은 그 속도를 훨씬 초과하고 있었다.
▲ 오탁방지막의 효율 오탁방지막은 강물이 일정 유속을 초과하면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침사지를 거친 탁수가 흐르는 강물은 그 속도를 훨씬 초과하고 있었다.
ⓒ 박창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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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사지를 거친 탁수가 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그대로 흘러들고 있었다
▲ 무색한 상수원보호구역 침사지를 거친 탁수가 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그대로 흘러들고 있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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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여미터 정도 되는 침사지가 세개로 나뉘어져 있었지만, 탁수가 침전될 시간도 없이 마구 흘러들고 있었다.
▲ 허술한 침사지 20여미터 정도 되는 침사지가 세개로 나뉘어져 있었지만, 탁수가 침전될 시간도 없이 마구 흘러들고 있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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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지를 거친 저 탁수가 소용돌이를 일이키면서 빨려내려가고 있었고, 그 뒤 제방쪽은 터져서 그야말로 봇물처럼 탁수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 빨려들어가는 탁수 참사지를 거친 저 탁수가 소용돌이를 일이키면서 빨려내려가고 있었고, 그 뒤 제방쪽은 터져서 그야말로 봇물처럼 탁수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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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사지 터진 둑으로 회색 강물이 콸콸콸 흘러넘치는 그 광경은 흡사 4대강사업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두렵기까지 했다. 저류지의 완충지대가 거의 사라진 채 인공의 거대한 수로가 되어버린 그 미래의 '행복4江'으로, 빠른 속도로 불어난 강물이 둑의 약한고리를 뚫고 그대로 뿜어져 나와 이 땅을 덮쳐버릴 것만 같은 모습을 말이다. 침사지의 그 구조가 딱 4대강사업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 같아서 더욱 불길해 보였다.

이곳의 침사지는 도동서원 앞의 다람재에서 내려다본 침사지와는 차원이 달라보였다. 허술하기 이를 데 없는 침사지를 거쳐서 그 회색 강물은 바로 낙동강으로 흘러들고, 바로 아래가 취수장이다. 그리고 그 강물을 정수해서 대구시민들에게로 공급하는 것이고 말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바로 아래 취수장을 두고 있으면서도 침사지를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이 구간의 공사를 맡은 것은 다름 아닌 수자원공사인데 말이다. 현대건설에서 시공을 맡은 낙동강 22공구 도동1리의 그 침사지는 적어도 이렇게 허술하게 보이지는 않았단 말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공사 관계자는 "이런 회색 강물이 이렇게 강으로 그대로 흘러 들어가도 되나"는 질문에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물을 정수하기 때문에 거의 상관없다"고도 했다. "그러면 그만큼 약품을 더 많이 첨가한다는 얘기가 아닌가"란 질문엔 "물론 이전보다는 많은 양의 약품이 첨가되겠지만 별 문제없다"고 덧붙였다.

과연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만은 그 옹색한 변명이 더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이로써 확인한 현장의 분위기는 '오로지 속도전만이 최선이다', 단지 이것이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 했다. 속도전은 분명히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4대강의 곳곳에서 이와 유사하거나 더한 장면이 거의 매일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곧 무슨 큰 문제가 터질 것만 같은 조짐이 드는 것은 예민한 사람만의 기우는 아닐 것이다.

탁수가 거품을 일으키며 봇물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 흘러내리는 탁수 탁수가 거품을 일으키며 봇물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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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사지의 마지막 제방이 터져서 탁수가 콸콸콸 흘러내리고 있다.
▲ 터진 제방으로 흘러내리는 탁수 침사지의 마지막 제방이 터져서 탁수가 콸콸콸 흘러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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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으로도 쉽게 구별되는 탁수. 이것이 침사지를 거쳐서 다시 강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인 침사지고, 이것은 4대강사업의 미친 속도전을 증명하고 있다.
▲ 두 가지 색 강물 육안으로도 쉽게 구별되는 탁수. 이것이 침사지를 거쳐서 다시 강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인 침사지고, 이것은 4대강사업의 미친 속도전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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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사지를 거친 탁수가 콸콸콸 그대로 흘러들고 있다.
▲ 터진 제방으로 흘러내리는 탁수 침사지를 거친 탁수가 콸콸콸 그대로 흘러들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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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분노가 치미는 날이다. "4대강사업 때문에 앞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는 유언을 남기고 1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골재업자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이 '비정한' 속도전은 이렇게 계속되고 있는 것이었다.

지난 5월 31일 "4대강사업 즉각 중지·폐기하라"는 서원을 남기고 소신공양하신 문수 스님에 이어 거의 열흘 만에 또 다시 한 골재업자가 4대강사업을 원망한 채 자결한 것이다. 20년 이상을 이른 아침부터 낙동강으로 출근해서 수달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뛰어노는 것을 목격해왔고 이곳에서 채취한 골재로 생계를 이어오던 이가 4대강사업으로 더 이상 이곳에서 일할 수 없고, 더더군다나 이곳에서 더 이상 낙동강의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순간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리라.

그런데 그와 비슷한 심경의 변화를 겪고 있는 이들이 대구·경북에만 700여명이 있다. 골재업으로 생계를 이어오고 있는 이들이 그만큼 많은데도 정부는 이들의 생계대책에는 나몰라 하고 있다.

그뿐인가? 하천부지 농지에서 쫓겨나는 농민은 또 얼마며, 야생 동식물들은 또 얼마란 말인가? 지금도 강변에 가보면 야생동물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는 것을 흔히 목격하게 된다. 이들이 물을 마시지 않고는 살 수가 없기 때문에 파헤쳐지고 더렵혀진 강물일망정 다시 찾아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이들의 운명은 또 어쩔 것인가 말이다.

육안으로도 구별되는 탁수가 마치 띠를 이루어 흘러들어가고 있다.
▲ 낙동강에 드리운 두 가지 색 띠 육안으로도 구별되는 탁수가 마치 띠를 이루어 흘러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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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의 삽질이 아직 미치지 않은 곳은 이렇게 아름다운 숲이 조성되어 있다.
▲ 아름다운 강변숲 4대강사업의 삽질이 아직 미치지 않은 곳은 이렇게 아름다운 숲이 조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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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 이 미친 토목공사를 중단할 것인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4대강사업의 속도전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라고 표로 심판을 했다. 그런데도 그런 민의를 성찰하기는커녕 더욱 속도전을 외치고 있으니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다.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4대강사업을 중지하고, 관련 전문가들과 시민사회가 제기하는 문제들을 차근 차근 살펴보면서 만에 하나 하게 되더라도 절차를 지켜가면서 민주적으로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고, 수많은 생명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말 한 마디로 혹은 한 사람의 아집만으로 이 사업을 강행하기에는 우려되는 문제가 너무 많다. 그 우려와 걱정들이 제방의 둑이 터지듯이 거대한 분노로 돌변해서 쏟아져 나오게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그렇다. 4대강, 아직은 살아있다.

4대강사업의 삽질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은 아직도 이렇게 아름답다. 공자장 반대편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강이 아직 살아 흐르고 있다.
▲ 강, 아직 살아있다 4대강사업의 삽질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은 아직도 이렇게 아름답다. 공자장 반대편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강이 아직 살아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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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황조롱이가 강변숲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내려오고 있다. 이런 풍경도 강변숲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 홍조롱이 출현 낙동강의 황조롱이가 강변숲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내려오고 있다. 이런 풍경도 강변숲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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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사업, #오탁수, #골재업자, #낙동강, #취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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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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