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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관광사업 중단으로 현대아산 피해 눈덩이

 

북한은 지난 3월 4일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를 통해 남한당국이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남한의 이런 조치가 계속될 경우 관광사업과 관련한 합의와 계약을 모두 파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한당국이 관광을 계속 가로막을 경우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며, 이 특단의 조치에는 남한에 특혜로 주었던 관광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와 계약의 파기, 관광지역 내 남측 부동산 동결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대북 관광사업은 아예 백지화될 수도 있는 고비를 맞게 되었다.

 

주지하듯이 금강산과 개성 관광은 이미 중단된 상황이다. 1998년에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11일에 북한 초병의 피격에 의해 관광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단됐다. 개성관광사업은 2007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나 북한이 2008년 11월 24일 '12.1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전면 중단되었다. 이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009년 8월 10일부터 7박 8일간 북한을 방문하여 합의를 이뤄내기도 했으나 이후 남북간 실무회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함으로써 금강산 관광과 개성관광은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이다.

 

금강산 관광객 수 추이를 살펴보면, <도표 1>에서 2001년 이후 주춤하던 관광객 수는 2003년부터 육로관광이 시작되면서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육로관광의 가격이 해로관광에 비해 절반 정도로 싸졌기 때문이다. 이후 금강산 관광객 수는 대폭 증가해 2005년 6월에 누적 관광객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감행한 2006년을 제외하면 계속 증가해 2007년에는 34.5만 명을 기록했다. 2008년에는 상반기에만 20만 명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또 개성관광객 수는 시범관광이 실시된 2005년에는 1,484명에 불과했으나, 본격적으로 관광사업이 시작된 2007년에는 7,427명으로 증가했고 2008년에는 10.3만 명으로 껑충 뛰었다.

 

 

대북 관광사업이 중단됨에 따라 이를 추진해온 현대아산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아산의 매출액은 금강산과 개성관광객 수에 비례하여 증가해왔으며, 당기순이익 역시 2004년부터 개성공단사업이 시작되면서 순이익을 내기 시작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에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다시 -2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손실은 2009년에도 계속되어 3분기말 현재 약 -7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북한이 입은 피해액, 5600만 달러에 달할 듯

 

하지만 금강산과 개성 관광사업 중단으로 피해를 본 것은 현대아산뿐만이 아니다. 북한 역시 상당한 손실을 입고 있다. 북한의 손실을 추정해보자. 이를 위해 관광객수는 2008년의 추세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기로 한다. 개성관광의 경우 관광객 1인당 북한이 받는 금액은 100달러로 일정하다. 반면, 금강산 관광의 경우에는 2박 3일은 80달러(내금강 관광은 22달러 추가), 1박 2일은 48달러, 당일은 30달러로 관광코스별로 다르다. 이를 감안하여 금강산관광의 경우 1인당 평균 60달러로 가정했다.

 

<도표 2>에서 금강산 및 개성 관광사업 중단으로 북한이 입고 있는 피해는 올해 1분기까지 약 5,6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5년 북한의 달러위폐 의혹과 관련하여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계좌를 동결한 액수가 2,500만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부터 최근 북한이 관광사업 합의와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하는 배경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은 최근 화폐개혁에 실패하여 외자유치에 집중하고 있는데, 대북관광사업 중단으로 적지 않은 손실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점에 대해 초조감과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그만큼 관광사업 재개를 강력히 바라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북한은 지난 2009년 5월 15일에도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한 계약들의 무효를 선포하고 관련법과 규정이 개정되는 대로 이를 시행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발표로 2008년의 '12.1조치' 이후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아졌으며, 당시 상당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국내 또는 해외로의 공장이전을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와 같이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것은 우선 이명박정부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었기 때문이었다. 2009년에 북한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 불이행, 제63차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남한의 공동제안, 탈북자 단체의 삐라살포에 대한 미온적 대응, 키-리졸브(Key Resolve) 훈련실시, PSI 전면 참여 고려 등과 관련하여 지속적으로 반발을 표시해왔다.

 

그러나 이 시기의 남북교역 추이를 살펴보면 경제적인 면에서의 불만도 크게 작용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도표 3>에서 남한의 대북지원액 추이를 보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북한의 불만은 일반교역과 위탁가공교역을 포함한 실질남북교역 수지에서도 나타난다. 2007년까지 급증했던 북한의 실질교역수지 흑자가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가파른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2009년 12월의 대북지원액 급증은 우리정부가 북한에 50만명분의 신종플루 치료제를 지원한 것임).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하지 않은 이유 생각해 봐야

 

 

물론 북한이 관광사업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확언하기는 힘들다. 북한은 이달 들어 금강산 내 남측 자산을 동결하고 개성공단 폐쇄를 시사하는 등 보다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북한이 작년에 개성공단과 관련된 계약들의 파기를 선언하고 임금인상을 무리하게 요구하면서도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에 있어서 표면적으로 과격하고 거친 행동들을 보이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실리를 중요한 잣대로 삼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대외교역을 통해 실질교역수지 흑자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남북교역이다. 이것은 북한이 지니고 있는 최대 약점이자 남한이 북한에 대해 지니는 전략적 우위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을 맺자. 북한은 이번에도 남북간에 맺은 합의와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남측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대북관광사업이 재개되길 강력히 바라는 반증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합의파기는 남한에게도 타격이 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에게 훨씬 더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이 같은 행동은 최근 외자유치에 치중하고 있는 북한의 대외 이미지를 더욱더 악화시킬 뿐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관광사업 재개를 바란다면 남한 관광객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남한 정부가 제시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 안전보장 제도화 등의 3대 선결과제를 충족해야 한다. 이것은 남한의 이명박정부가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 관광을 가고자 하는 남한의 관광객들이 요구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남한의 대응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 개성공단 문제와 현대아산 직원 억류사태가 발생했을 때 실제로 문제를 해결한 것은 민간기업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북한과의 채널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남한 정부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정부는 북한 못지 않은 이념적 편향성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그러는 사이에 중국 등은 극히 적은 비용으로 북한에 대해 온갖 생색을 내며 실리를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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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북한, #개성관광, #현대아산, #김광수경제연구소, #금강산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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