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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 조계종 전국선원 수좌회 대표인 충주 석종사 혜국큰스님
 대한불교 조계종 전국선원 수좌회 대표인 충주 석종사 혜국큰스님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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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심통(불교 용어, 남의 마음속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신통한 능력)이나 천안통(불교 용어, 세간 일체의 멀고 가까운 모든 고락의 모양과 갖가지 형과 색을 환히 꿰뚫어 볼 수 있고, 자기와 남의 미래세에 관한 일을 내다볼 수 있는 신통한 능력)은 아니어도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진지한 마음이 새싹처럼 돋아나고 있었고, 간절한 바람이 벚꽃만큼이나 환한 표정의 얼굴에서 활짝 피어나고 있었으니 사람들이 무엇을 애절하게 기도하고 있는지를 아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18일은 간절한 바람과 애절한 기도가 담긴 마음들이 모여 완화전문병원 자제병원을 건립하는 희망의 씨앗, 사랑의 씨앗을 파종하는 날이었습니다. 앉지 않고, 눕지 않겠다는 각오로 건립을 계획하였고, 탁마의 발걸음으로 이랑을 일궈 오듯 준비해 오다 따뜻한 봄철을 맞아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열었을, '자제병원 건립 천일애 행복기도 대법회'가 열린 경남 언양 정토마을 '언양 마하보디교육원'엘 다녀왔습니다.   

장거리 여행, 버스 얻어 타니 여유 만만

‘자제병원 건립 천일愛 행복기도 대법회’
 ‘자제병원 건립 천일愛 행복기도 대법회’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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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과 죽비
 목탁과 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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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연기 서면에 있는 학림사에서 대형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법회에 참석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차 좀 얻어 탈 수 있느냐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전화를 받으신 주지스님께서 누구인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묻지 않고 기꺼이 한자릴 내주시겠다며 차를 탈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십니다. 혹시 모르니 알고 있으라며 연락처까지 꼼꼼하게 챙겨주십니다.

차를 탈 수 있는 조치원역까지 가기 위해 아주 오랜만에 대전역에서 새벽 기차를 탔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기차를 기다리며 플랫폼에서 맞는 아침공기는 알싸할 만큼 상쾌합니다. 조치원역에 도착해 조금 기다리니 큼지막한 글씨로 '학림사'라고 쓴 종이를 앞 유리창에 붙인 대형버스가 도착합니다.

버스로 다가가니 '대전서 오셨느냐?'며 스님께서 먼저 물어 주십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드리고 버스로 올라가 뒤쪽 빈자리를 찾아 앉았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몇 가지의 음료수와 레몬 그리고 과자까지 담긴 봉투를 하나씩 나눠줍니다.

탈 사람은 다 탄 것 같은데 출발을 하지 않더니 허겁지겁 배달된 어른 주먹 크기의 말랑말랑하고 따끈따끈한 떡을 하나씩 또 나눠줍니다. 차를 몰고 운전하며 가는 길이라면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횡재와 여유를 만난 기분입니다.  

차가 출발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의자의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혹시 입이라도 헤하고 벌어질까봐 미리 준비해 간 마스크를 쓰고 깊숙하게 누웠습니다. 먼 거리를 가는 중이지만 쉬는 시간이 되니 여유 만만입니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났지만 버스는 아직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입니다.

현란하기까지 했던 하유스님의 법고소리조차도 통곡 같은 울림으로 울리고 있었습니다.
 현란하기까지 했던 하유스님의 법고소리조차도 통곡 같은 울림으로 울리고 있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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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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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마을 마하보디 교육원에서 열리는 천일애 행복기도 대법회

조치원역에서 출발해 거반 4시간이 걸려서 목적지인 정토마을 언양 마하보디교육원에 도착하니 이미 식전행사가 한참입니다. 

통곡을 하듯이 법고를 울려주는 하유 스님도 보이고, 이승과 저승의 간이역 같은 정토마을에서 역장역할을 해가고 있는 능행 스님도 분주하십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진행 중이어서 그런지 지난 대법회 때와는 달리 조용함과 엄숙함이 밑바탕에 깔린 분위기입니다.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거나 시신마저도 확인되지 않은 영령들의 원혼을 위로하려는 듯 꾀꼬리 소리처럼 맑다고 기억하고 있던 오카리나 소리는 두견새의 울음소리로 들렸고, 색소폰 소리는 진혼곡처럼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현란하기까지 했던 하유 스님의 법고소리도 통곡 같은 울림이 되어 허공으로 퍼지고 있었습니다.

2010년 4월 18일, 정토마을 언양 마하보디교육원에서 야단법석으로 펼치는 천일애 행복기도로 건립하려고 하는 '완화의료전문 자제병원'은 치유될 수 없는 질병으로 위기에 처한 이들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 시켜 주기 위해 전문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완화의료전문병원입니다.

현대적인 의술을 포함해 어떠한 수단이나 방법으로도 치유될 수 없는 사람들, 멀쩡한 정신으로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심신의 통증과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전문 병원입니다.

육체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는 육체적 통증을 완화시켜 주고, 심리사회적 또는 영적인 측면에서 불안해하거나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심리적이거나 정신적인 고통을 완화시켜 줌으로 환자와 그 가족들의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향상시켜주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병원입니다.

'완화의료'라는 말이 조금은 생소하기도 하지만 귀에 익숙해진 호스피스와 같은 의미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완화의료'를 구현하기 위해 정토마을 언양 마하보디교육원 옆에 70병상 규모의 자제병원을 건립하기 위한 내디딤이자 씨앗뿌리기로 조계종 전국선원 수좌회 대표인 충주 석종사 혜국 큰스님을 모시고 '자제병원 건립 천일애 행복기도 대법회'를 열어가는 중입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전국선원 수좌회 대표인 충주 석종사 혜국큰스님의 법문
 대한불교 조계종 전국선원 수좌회 대표인 충주 석종사 혜국큰스님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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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 조계종 전국선원 수좌회 대표인 충주 석종사 혜국큰스님께서는
 대한불교 조계종 전국선원 수좌회 대표인 충주 석종사 혜국큰스님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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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법문, 애장품 기증에 이어 후원가치 솔선해 주신 혜국큰스님

다양하게 차려진 먹을 것을 골라 편한 시간, 편안한 장소에서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식사를 해가며 열어가던 식전행사에 이어 2부로 예정된 대법회를 능행 스님이 매일 1시 정각부터 3분간, 1000일 동안 올릴 행복기도로 시작합니다.

자제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계시는 능행스님
 자제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계시는 능행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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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에 맞춰 기도문이 1분 동안에 낭독되고, 2분 동안 침묵하며 '쉼'을 추구합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끌벅적 했던 대법회장이 적막강산의 고요함에 빠졌습니다. 불어오던 바람도 기도에 동참을 하는지 흔들리던 나뭇가지 소리도 멈췄습니다.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기도문, 길지 않지만 조금도 모자람이 없을 것 같은 침묵의 기도에 이어 식순에 따른 일련의 의식과 혜국 큰스님의 법문이 이어집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전국선원 수좌회 대표인 충주 석종사 혜국 큰스님께서는 자제병원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능행 스님을 위시한 관계자들에게는 천군만마 같은 격려와 칭찬을 기꺼이 동참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한 번 더 자비심을 낼 수 있는 발심, 아직까지 마음을 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선뜻 마음을 낼 수 있는 채찍질 같고 마중물 같은 법문을 내려 주셨습니다.

혜국 큰스님께서는 발걸음 해주시고 법문만을 해 주신 게 아니라 당신께서 수십년간 애장하거나 소장하고 있던 역대 큰스님들의 휘호 수십 점도 건립기금에 보태라며 기꺼이 내주셨습니다. 무소유의 삶을 살아가는 출가수행자이지만 수십 년을 소장하였던 애장품, 수십만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서화 수십 점을 선뜻 기탁하실 만큼 자제병원의 건립을 절절하게 응원하고 계셨습니다.

먼 거리를 찾아주는 발걸음 시주에 이어 입이 떡 벌어진 만큼을 보시하시고도 후원에 대한 갈증이 남으신 듯 다달이 3만 원씩, 36개월 동안에 108만 원 납부를 약정하는 약정서도 별도로 작성해 내 접수해 주셨습니다.

통도사 수안스님께서 후원해 주신 작품들
 통도사 수안스님께서 후원해 주신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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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국스님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후원한 작품들
 혜국스님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후원한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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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단에서 법문으로 하셨던 말씀들을 이렇듯 그 자리에서 실천으로 보여주시니 법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후원동참이 이어집니다. 내 것을 챙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줄 서있는 사람들 모습은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불편하게 쓰느라 조금은 비뚤비뚤한 글씨들이지만 어떤 명필보다 멋진 글씨입니다. 허공으로 들어 올려 흔들면 '행복'이라는 게 후드득하고 떨어질 것 같은 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글씨들입니다.

약정서를 먼저 쓰려고 조금은 흐트러진 군중이지만 그 흐트러짐조차도 한없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교육원 내에 마련된 전시관에서 전시 판매하고 있는 서화나 사진을 구입해 주는 것으로 동참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몇 날 며칠 동안 봉사나 또 다른 동참으로 후원하고 있으니 모두가 보현보살이며 모두가 사랑의 화신인가 봅니다.
       
약정서를 작성하고 있는 혜국큰스님
 약정서를 작성하고 있는 혜국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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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정서를 자성하고 있는 사람들
 약정서를 자성하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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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가 끝났어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는 사람들
 법회가 끝났어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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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행복의 열기로 후끈하게 열어간 대법회였기에 자제병원을 건립하는 데 필요한 터는 다져지고 주춧돌 정도는 마련되었을지 모르지만 70병동 규모의 전문 병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자제병원을 건립하려면 아직은 훨씬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기에 능행 스님은 탁발을 나설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사람들의 자비심과 관심을 탁발하고, 벽돌 한 장이나 철근 한 가닥에 소용될 후원의 손길을 탁발하기 위해 바랑하나 걸머멘 구도자의 마음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탁발에 나설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싹 트고 있는 씨앗에 한 바가지의 물을 주듯이 동참하는 마음을 내주고, 자라고 있는 씨앗에 한 움큼의 거름을 얹어 주듯이 후원해 준다면 그렇게 후원해 주는 보시금은 자제병원으로 열매 맺고, 그렇게 내주는 마음은 행복으로 되어 추수 하게 될 거라 생각됩니다. 그러기에 능행스님이 걸머멘 탁발 바랑이 가는 곳곳마다 매일매일 꽉꽉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벚꽃에 핀 연등
 벚꽃에 핀 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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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통이 아니어도 사람들의 얼굴에서 행복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천안통이 아니어도 사람들의 얼굴에서 행복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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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의 불자가 드리는 질문, 종단과 큰절들은 뭐하나?

대법회가 마무리되었으니 돌아가는 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발길을 서둘러야 합니다. 조금 기다려 주거나 전화를 주실 수도 있지만 차를 얻어 타고 간 입장에서 그럴 수는 없어 발길을 서두릅니다. 그런 마음으로 대법회장을 떠나려 하는 순간 초면의 보살님께서 하실 말이 있다고 합니다. 처음 뵙는 분이었지만 관음행(60)이라는 법명을 쓰고 계시는 보살님께서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서 필자를 알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종단과 큰절들은 뭐하고 있느냐’며 반문하고는 있었지만 환갑을 앞둔 보살님께서는 종단이나 큰절에서 이런 분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거나 후원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종단과 큰절들은 뭐하고 있느냐’며 반문하고는 있었지만 환갑을 앞둔 보살님께서는 종단이나 큰절에서 이런 분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거나 후원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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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께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비구니 한 분의 노력으로는 진력을 다해도 힘든 불사이지만 종단이나 큰절에서 추진을 하면 자제병원 같은 시설을 건립하는 게 훨씬 수월할 것 같은 데 왜 못하고 있는 건지 답답하다고 하였습니다. 한 마디로 '종단과 큰절들은 뭐하고 있느냐'고 묻는 반문이었습니다. 

여느 종교에 뒤처지거나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이런 사회사업에 관심 좀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습니다.

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부터 능행 스님의 자제병원 건립 불사를 지켜보고 있다는 관음행 보살께서는 지켜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진력하고 있는 능행 스님의 노력과는 달리 방관하듯이 무관심한 불교계에 대한 불만이며 할(불교 용어, 선원에서, 위엄 있게 꾸짖는 소리)이었습니다.

'종단과 큰절들은 뭐하고 있느냐'며 반문하고는 있었지만 환갑을 앞둔 보살님께서는 종단이나 큰절에서 이런 분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거나 후원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버스에 몸을 실으니 남는 것은 여유고, 즐길 수 있는 것은 만개한 벚꽃입니다. 휙휙 지나치는 차창 밖으로 사람들 얼굴에서 보았던 진지한 마음과 애절한 바람이 자제병원으로 바뀌어 나타납니다.

자제병원이 아직은 허상으로 그려야 하는 꿈일지언정 머지않아 볼 수 있는 희망이며 행복이기에 '자제병원 건립 천일애 행복기도 대법회'에를 다녀오는 천리 길 발걸음은 행복빛깔 무지개였습니다. 


태그:#천일애, #자제병원, #혜국스님, #정토마을, #능행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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