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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근본원인이 과다한 검찰권의 비대화와 검찰권의 자의적 행사와 남용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오도하고, 오히려 아직까지 충분치 못한 사법부 독립마저 훼손하는 방향으로 사법개혁을 논하는 것은 검찰의 인권의식이나 현실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미국 뉴욕주 김행선 변호사가 1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공동 주최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검찰을 향해 던진 일침이다.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선 김 변호사는 검찰이 '숙원과제'로 도입하려는 사법방해죄, 허위진술죄, 플리바게닝, 참고인구인제도, 영장항고제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 근거를 제시하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허위진술이 사법방해죄라는 등식은 위험한 확대해석

 

먼저 참고인이 허위진술을 하거나 다른 이의 진술을 막기 위해 회유·폭행·협박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는 사법방해죄 신설이 필요하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김 변호사는 "검찰이 도입 근거로 내세우는 미연방 형법은 정식재판절차 등 사법절차가 계속 중일 때 행해진 사법방해 행위만을 처벌하지, 경찰 등 수사과정에서 행해진 허위진술은 사법방해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며 "공판에서의 허위진술이 모두 사법방해죄가 된다는 등식은 위험한 확대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사법방해죄로 처벌하는 행위유형인 '수사기관에 대한 허위진술'은 미연방 사법방해죄가 처벌하는 행위유형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우리 형법에는 위증죄와 협박죄 등으로 처벌하고 있는데, 여기에 덧붙여 사법방해죄를 신설해 처벌해야 하는 정당하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찾기 힘들며, 형법이 법익보호의 최후 보루로서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대원칙과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과잉입법"이라고 꼬집었다.

 

허위진술죄 도입은 사실상 자백 강요하는 결과 초래

 

또 수사기관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 단순부인의 경우를 포함해 조금의 허위진술이 있는 경우 모두 허위진술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수사기관의 질문에는 참고인이나 피의자 가릴 것 없이, 죄가 있거나 없거나 무조건 사실대로 털어놔야 하고 그 결과 헌법상 인정된 '자기부죄금지의 원칙'에 따라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묵비권을 행사해 답변을 거부하는 길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피의자의 자기변호권은 현저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사실상 자백을 강요당하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범죄의 신속한 검거와 처벌로 사회를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 점은 중요한 덕목이나, 근대 형사소송법이 범죄수사의 효율보다는 피고인 인권보호를 위해 발생한 것이라는 근본 유래를 생각한다면 과학수사기법의 개발, 수사장비의 현대화, 초동수사 경찰관에 대한 과학수사기법 전수 등으로 피고인의 헌법상 인정된 권리를 최대한 침해하지 않는 다른 방법으로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플리바게닝 도입 주장은 수사편의주의

 

보통 수사절차에서 검사와 피의자 간에 이루어지는 유무죄 협상을 의미하는 'Plea Bargaining(플리바게닝)'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수사편의주의'로 비춰질 소치가 충분하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 수사절차상 검사와 피의자가 동등한 협상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고, 밀실수사, 과잉수사, 불법수사 등이 종종 문제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가뜩이나 검찰권의 비대와 남용으로 인해 미네르바 사건 무죄 등으로 사회문제화 되는 시점에서 플리바게닝 도입을 주장하는 건 앞뒤가 바뀐 주장"이라고 면박을 줬다.

 

그는 "검찰이 재판에 갈음하는 성격의 준사법적 권한인 플리바게닝을 주장하려면 미국과 같이 검찰이 오로지 기소권자로서만 역할을 할 때 그 집행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검찰과 같이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갖고 있는 기형적인 현실 속에서 플리바게닝 제도까지 검찰에 인정한다면 검찰권한의 과도한 집중과 남용이 더욱 문제될 소지가 커 이 제도를 주장하기에 앞서 기소권자와 수사권자의 분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인구인제도는 신체의 자유 훼손하는 위헌적 발상

 

김 변호사는 참고인구인제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피의자의 체포, 구금이나 강제소환의 경우에도 엄격한 요건 하에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죄도 없는 무고한 참고인을 검찰이 참고인구인제도로써 피의자보다 더 손쉽게 구인할 수 있게 된다면, 국민의 헌법상 권리인 신체의 자유를 심히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검찰이 근거도 없는 참고인구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단순한 수사편의주의만을 생각한 인권침해적 발상이며, 나아가 권한 없이 일반 국민의 신체의 자유 등 헌법상 권리를 훼손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영장항고제, 법원의 좌편향으로 발생한 문제로 호도

 

검찰의 영장항고제 도입 주장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은 최근 굵직한 사건에서 무리하고 부실한 수사로 인해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되는 일이 잦자 수사편의 및 피해자의 기본권 보호라는 명목으로 기존의 영장재청구제를 없애고 영장항고제를 도입하려고 한다"며 "하지만 이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부실한 수사를 토대로 중요한 신체의 자유가 침해될 여지가 더욱 커지며, 불구속수사원칙 및 불구속재판원칙이 훼손될 여지가 크다"며 반대했다.

 

영장항고제는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은 별도의 보강수사 없이 즉시 상급법원에 재심사를 요청할 수 있어 영장재청구 보다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어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도모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또 "검찰의 영장항고제 도입 주장은 최근 영장기각율이 높아진 이유가 자신들의 무리하고 자의적인 수사, 부실한 수사에 있다고 보기 보다는 오히려 법원의 모호한 영장심사기준과 법원의 좌편향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며, 단순히 자신들의 수사편의를 위해 보다 중요한 피의자의 인권을 희생시키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따라서 피의자의 인권보호나 헌법상 보장된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큰 사법방해죄, 허위진술죄, 플리바게닝, 참고인구인제도, 영장항고제의 입법은 가뜩이나 과다한 검찰권을 더욱 강화하고 자의적인 해석과 남용의 우려가 있어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김행선, #검찰개혁, #법원개혁, #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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