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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나무가 아름답다."
소나무를 볼 때마다 갖는 생각이다. 변함없이 자신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나무이다. 계절이 바뀌어도 자신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 모습이 그렇게 멋스럽게 보일 수가 없다. 시류의 변화에 따라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사람들을 비교하지 않더라도 돋보인다. 자신을 지키면서 그 자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변함없는
▲ 소나무 변함없는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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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조석변이를 떠나 순간순간 달라지는 것이 요즘 세대다. 그렇게 변화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는 세상이다. 세상이 변하기 전에 스스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앞서가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세상이다. 빨리빨리가 생활화되어 있어 느린 사람은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늘 보고 싶은 그대

살아가면서 늘 보고 싶은 사람이 없을 수는 없다. 힘들 때는 더욱 더 보고 싶은 얼굴도 있다. 그러나 보고 싶은 대상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한결 같이 보고 싶은 얼굴이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 보고 싶은 얼굴이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그 때는 분명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깨달았다. 보고 싶은 얼굴이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설마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고 강조하였지만, 아니었다. 그동안 생각을 깊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일 뿐이었다. 보고 싶은 얼굴이 언제나 고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지키고
▲ 그 자리에서 지키고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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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을 축하해요!"
딸 셋이서 케이크에 촛불을 켜놓고 박수를 쳤다. 결혼기념일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크게 마음을 두고 있지는 않았다. 집사람도 내가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아무 말 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 아내의 마음을 고맙게 느끼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나선 것이다. 아이들의 효성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입적하신 법정 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다. 순간순간이 있을 뿐이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라는 스님의 말씀이 가슴을 두드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살아가는 것이고 잘 살아가는 것인지를 성찰하게 된다.

인류가 출현한 이래로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살았고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수많은 삶을 통해서 우리는 분명 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계속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아이러니다.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은 이성적인 행동이 아님에도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다.

항상
▲ 같은 마음으로 항상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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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7 주년을 맞이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늘 보고 싶었던 얼굴이 바로 늘 함께 살아온 집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는 얼굴로 제 자리에 서 있는 소나무처럼 자기 자리를 지키고 살아온 집사람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27년 동안을 변함없이 살아준 아내가 사랑스럽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태그:#결혼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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