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신 호치티엠(Hochithiem, 27)씨는 '박성민'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다른 이주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지 올해로 4년째인 그에게 한국인 친구들이 붙여준 이름이 바로 '박성민'이다.
베트남에서 장거리 국가대표 선수생활까지 했다는 호치티엠씨는 낮은 연봉 때문에 국가대표 생활을 정리하고 우리나라에 건너왔다. 그는 현재 김포마라톤동호회 '특별회원'으로 마라톤을 즐기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고 있다.
"마라톤 하는 동안은 힘든 생활을 잊을 수 있어 좋아요. 달리는 내내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보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하죠. 동호회 사람들에 대해서는 항상 챙겨주고 배려해 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달리면서 외로움을 달래고 있는 셈이죠."
김포마라톤동호회가 호치티엠씨를 '특별회원'으로 임명한 것은 회비를 면제해 주기 위해서다. 머나먼 타국에서 힘들게 생활하는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달리기만이라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인 것이다. 동호회는 회비뿐만 아니라 때론 대회 참가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호치티엠씨는 비록 낯선 타국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달리기를 열심히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호치티엠씨는 베트남에서 2년간 장거리 국가대표 생활까지 한 '선수' 출신이다. 다만 베트남은 더운 날씨 탓에 풀코스보다는 5km, 10km 경기가 많아 자신 역시 10km가 전공 종목이라고. 하지만 한국에서 세운 풀코스 기록이 2시간 45분이라고 하니 역시 선수 출신 다운 면모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
낮에는 공장일, 밤에는 장사... "외로워 할 시간이 없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해 온 호치티엠씨는 최근 저녁 시간에 베트남 물건을 파는 장사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빠듯한 시간 탓에 훈련에 자주 참가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는 그는 "한국에서 마라톤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향에 가고 싶은 생각은 많지만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걸 잘 압니다. 저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만큼 어머니가 보고 싶어도 꾹 참고 열심히 돈 벌어야죠."
부모 형제와 친구들을 떠나온 만큼 호치티엠씨라고 외롭지 않을 리 없다. 특히 고향에 혼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더욱 외롭다고. 하지만 그는 그러한 외로움을 자신이 좋아하는 마라톤으로 달래고 있다. 다행히 한국에서 마라톤을 다시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사귀게 됐고 덕분에 외로움이 더욱 많이 줄었다.
"요즘은 외로움을 느낄 시간도 없다"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는 반겨준 동호인들과 한국인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인사를 전했다.
"한국에는 마라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이 친절하고 착한 이유도 아마 운동을 많이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를 항상 챙기고 배려해 주는 우리 동호회 사람들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이번 기회에 김포마라톤 동호회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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