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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글씨 맞지않느냐"vs"대통령 모독죄"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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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에서는 원안이 옳다고 해놓고, 이 정부에서는 왜 수정안이 옳다고 하는 겁니까. 공무원, 지식인들 말이 일관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이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마이크를 잡은 공주 주민 정만수씨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16일 오후 2시, 국토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세종시 발전안 및 법률개정방향 공청회'에 참석한 30여 명의 연기·공주지역 주민들은 각각 이유는 달랐지만 격앙된 상태였다.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 20여 명은 공청회 중에 단상 앞으로 난입해 서로 멱살을 잡고 약 15분간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공청회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세종시 수정안의 입법예고가 끝나는 날 열려, 일각에서는 수정안 발의를 위한 요식행위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찬·반 주민들 사이에 격한 몸싸움과 멱살잡이 벌어지기도

 

공청회 첫 순서는 김영표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세종시 발전안' 발제였다. 김 연구위원은 "9부2처2청 등 36개 행정기관을 단계적으로 이전토록 하는 기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때문에 1년에 약 5조 원씩 20년간 100조 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행정중심복합도시 대신 과학비즈니스벨트 지정을 추진해 자족기능을 더 향상시킨 것이 개정안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이 배포된 자료를 요약해 순서대로 읽어나갔지만 적지 않은 주민들은 이미 발제에는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 발제가 중반 이후로 접어들자 한 주민이 방청석에서 일어나 항의를 시작했다.

 

공주에서 온 김보영씨는 "지금 설명한 것들은 원안이 추진이 되면 자동으로 되는 것이니 말장난 하지 말라"며 "국민들을 뭘로 생각하는 거냐"고 말했다. 이에 조필용 수도이전반대 여성특위위원장이 일어나 김씨를 가로막았다.

 

"기다려서 순서대로 하세요."

"원래대로 추진될 때는 각종 기업이나 대학들이 들어오려고 얼마나 경쟁이 치열했는데, 내 말을 좀 들어보란 말이에요."

"발언할 것이 있으면 있다가 하면 되잖아."

"너무나 얼토당토않은 말이기 때문에 제가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김씨가 조씨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단상 앞으로 가 마이크를 잡은 정만수씨는 지난 4년간 이명박 대통령이 발언한 세종시 관련 어록을 손에 쥐고 흔들었다.

 

"여러분, 이 종이에 이명박 대통령이 쓴 내용을 보시오. 이게 이명박 대통령 글씨가 아니라면 제가 법에 따라 벌을 받겠습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인구 50만은 정부부처가 오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정씨가 마이크를 잡자 공청회 단상 앞은 금세 욕설과 고성이 오가며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원안 추진을 주장하는 일부 주민들은 "공청회는 무효"라며 정씨 주변으로 난입했고,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하는 주민들은 "왜 공청회를 방해하냐"며 정씨의 마이크를 빼앗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 사이에는 격한 몸싸움과 멱살잡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소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종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제를 이어나갔다. 앞 자리로 몰려갔던 주민들이 주변의 만류로 원래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와 설전을 벌이는 사이 첫 번째 발제가 끝났고 한쪽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빨리 좀 추진해 달라"

 

이어진 7명의 지정 토론자 발언에서도 주민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토론자에게는 박수가 쏟아졌지만, 찬성하는 입장을 드러내는 토론자에게는 비교적 약한 반응이었다.

 

허종식 <한겨레> 선임기자는 "원안이 행정 비효율을 불러온다는 수정안의 전제 자체가 문제"라며 "지금 서울과 과천에 걸쳐 세 곳에 행정부가 나뉘어 있는데 행정 비효율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국토연구원이 행정복합도시를 추진할 때 국가 발전을 위해 (이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해놓고 4년 후 말이 바뀐 이유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번 세종시 수정안을 총괄한 서종대 세종시 기획단장은 "행정기관이 안 가서 국가 균형발전이 안 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그 논리대로라면 충청에만 행정도시를 이전할 것이 아니라 15개 부처를 3개씩 해서 영남·호남·충청 각 지방에 나눠줘야 하겠다"고 되받았다. 서 기획단장은 "원안 도시계획은 아주 잘못되어 있으며 내부 팀에서 1년 반 동안 연구 검토를 했다"고 밝혔다.

 

지정토론자의 토론 후에는 미리 질문을 제출한 주민 9명의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발언한 주민들은 세종시 찬반에 관계없이 정부에 '빠른 조치'를 주문했다.

 

연기군 주민인 최종훈(73)씨는 "동네가 지금 너무 살기가 안 좋아서 비어있는 집이 40%다"라며 "어떻게 됐든지 빨리 이 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나는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이라며 "지금 연기군 주민의 4% 정도 되는 '빨간 띠'들이 여론을 좌우하지만 그 뒤에서는 말하지 않는 다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주에서 온 임창철씨는 "원주민들이 이사를 갈 때는 재입주권 가격이 1억 5천, 2억까지도 갔었는데 행정부처가 안 간다니까 3천, 4천밖에 안 한다"며 "정부가 거짓말한 것이고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 절대로 이사 안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만약 원안이 이번에 수정 되면 다음 정권에 또 수정 안 된다고 보장 못할 것"이라며 "원안대로 지금 있는 대로 빨리 추진하면 빨리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봉식 세종시 원주민생계 및 재보상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연기군민의 생계 대책은 생각하지 않으면서 자기들끼리만 원안이다 수정안이다 싸우는 것이 안타깝다"며 "국민이 잘살게 하는 게 지식인들이나 국가 공무원들이 해야 하는 일이니 정부도 수정안만 주장하시지 마시고 더 좋은 안을 짜내달라"고 말했다.


태그:#세종시,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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