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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년쯤 전에 김용택 시인과 함께 망망대해 위에 떠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환경재단과 일본의 피스보트가 함께하는 피스앤그린보트였지요. 일본의 피스보트는 일본정부가 교과서를 왜곡하고 지난 날의 과오를 부정함으로써 아시아 국가들에게 지탄을 받는 가운데 동경대에 다니던 대학생이 아시아 시민들과 올바른 연대를 꾀하고자 동분서주하여 만든 동남아 나라들을 다니는 배입니다.

 

김용택 시인은 섬진강변의 덕치초등학교 아이들 인솔자로, 저는 그 아이들에게 만화를 가르치기 위해 그 배에 함께 오르게 되었지요. 첫 인상은, 지금도 그렇지만 차돌맹이, 땅콩, 알사탕, 날다람쥐...그런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그 배에는 다양한 사람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학생 등등-이 함께 타고 있었지요.

 

당시 주요 주제는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문제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일본의 원폭피해자와 한국의 원폭피해자. 이들을 보는 미묘한 시각차.

 

원폭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 인식은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우리에게 해방이 없거나 늦춰졌을 테고 그러니 일본인들이 원폭피해를 당한 것은 당연한 듯 여기는 것이었죠. 일본인들이 원폭피해자로 이야기하는 모습들을 보면 왠지 거부감이 느껴졌구요. 그러나 일본 원폭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문제에 대해 '일본인'이라고 보통명사화해서 그들을 가해자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지요. 결국 제국주의 일본정부 정치가들로 인해 평범한 보통의 일본인들도 엄청난 고통을 겪었던 것이지요. 그러니 필요한 것은 양심적인 시민들의 연대라는 사실이었지요.

 

당시  그 배에 탔던 일본 사람들은 합천에 있는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의 집에 위문을 가는데 한국사람들 대부분은 그냥 귀가를 하는 상황이 조금 아쉬웠지요. 그래서 제 작은 힘이 도움이 될까해서 배가 부산항에 도착하기 전 이틀 동안 배에서 합천원폭피해자분들을 위한 모금마련 즉석 캐리커처행사를 했었지요.

 

이야기가 약간 샛길로 갔네요. 문득 보름동안의 지난 사진들을 보다가 당시에 그렸던 여러 사람들 중에 있었던 김용택 시인이 오늘 다시 보니 유난히 눈에 띄더군요.

 

사실 시사만화를 그리다보면 기분나쁜 사람들을 주로 그리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내 작은 재주가 나까지 기분나쁘게 하는 상황이 되는 일이 적어졌으면 하는 바람과 가능하면 내가 기꺼이 그리고 싶은 사람들을 그리자는 생각으로 캐리커처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김용택 시인의 인연을 생각하며 잠시 스스로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봤습니다.

 

뱀발) 김용택시인에게 허락을 받지않고 그렸습니다. 혹시라도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와 제 개인블러그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캐리커처, #김용택시인, #피스앤그린보트, #원폭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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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작은책에 이동슈의 삼삼한 삶 연재중. 정신장애인 당사자 인터넷신문 '마인드포스트'에 만평 연재중. 레알로망캐리커처(찐멋인물풍자화),현장크로키. 캐릭터,만화만평,만화교육 중. *문화노동경제에 관심. 또한 현장속 살아있는 창작활동을 위해 '부르면 달려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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